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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주도수업 설계 돕는 ‘플랜보드’

글·사진 _ 김소정 충북 만수초등학교 교사(업글티쳐스 회장)

“우와! 우리 또 프로젝트 수업 하나 봐!”

  내가 만드는 재밌는 학습 계획, 플랜보드 프로젝트 학습을 함께하며 한 학기를 보낸 아이들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학습 과정을 기대하고 있다. 다소 막막했던 처음이 언제였냐는 듯 두 번째, 세 번째 플랜보드 프로젝트 학습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플랜보드와 함께하는 학습을 즐기고 있었다. 플랜보드를 활용한 학습 계획 설계 자체를 놀이처럼 즐기는 학생들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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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주도성 성장 교사 모임, 업글티쳐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원격수업의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학생들의 주도성 부족은 수많은 기사를 동반하며 교육 현장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학생주도성(Student Agency)은 결코 코로나19로 인해 중요성이 강조된 역량은 아니었다. 이미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학생주도성을 2030년에 성인이 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꼽았다. 이렇게 학생주도성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학생주도성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학생주도성 성장 교육과정 운영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이 ‘업글티쳐스(Up-Grade Teachers)’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책임 있게 학습하고 행동하는 역량’

  여러 논문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업글티쳐스가 정의한 학생주도성의 의미이다. 곧이어 우리는 주도성을 함양하는 방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들이 유의미한 학습 계획을 설계하고 계획에 따라 학습하는 경험을 한다면 주도성 성장의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학생 주도의 학습 계획 설계를 돕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학생들의 학습 계획을 교사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교육과정과 연계시킬 수 있는 자료, ‘플랜보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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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보드 활용 학생주도 수업

  플랜보드란 학년군별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프로젝트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는 활동 카드를 제시한 수업자료이다. 단계별 활동 카드들은 연계된 성취기준과 매칭하여 학생들이 만든 프로젝트 학습 계획을 교육과정과 쉽게 연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플랜보드의 활동 단계는 ‘주제’, ‘탐구’, ‘표현’, ‘공유’로 이루어져 있으며, 학습 과정의 확장을 위한 ‘도전’ 단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제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혹은 배워야 하는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학습 주제들을 추출하여 범주화하였다. 탐구는 학습 주제를 알아보고 학습하는 방법을, 표현은 학습한 내용을 나타내는 방법을, 공유는 자신이 학습하고 표현한 것을 나누는 방법을 활동카드 형태로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검색 △실험실습 △감상하기 △토의토론 등과 같은 수업 활동명이 적힌 카드를 붙여놓은 칠판(플랜보드)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카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섬세한 수업 준비는 교사의 몫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원하는 방법으로 학습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당황하고 머뭇거린다. 하지만 여러 가지 활동을 나열하고, ‘이 중에서 배우고 싶은 방법을 골라봐!’라고 하면 매우 많은 활동들을 골라낸다. 플랜보드 속 활동 카드들은 학생들이 학습하고 싶은 학습 방법의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것이다. 플랜보드는 아이들에게 말 그대로 계획(Plan)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판(Board)인 것이다.


  플랜보드 프로젝트 수업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생소한 플랜보드를 마주하며 낯을 가리기도 했고, 너무 많은 활동을 다 하고 싶은 아이들, 활동 간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습 계획을 세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생 주도 교육과정 운영을 목표로 하지만 아무리 학생 주도로 만드는 계획이더라도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학습 계획은 즐거운 학습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말 그대로 플랜보드는 학습 계획 설계에 도움을 주는 ‘교구’임을 인정했다. 결국 플랜보드를 활용해서 섬세하게 학습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발문을 하는 것, 즉 유의미한 학습 계획 수립을 위해 수업을 섬세히 준비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고, 이것이 성공적인 프로젝트 학습의 핵심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는 플랜보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수업을 운영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학습 계획 자체를 성찰하며 원활한 학습 운영을 위한 구조화된 학습 계획이 무엇인지 같이 토의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이 학습 계획대로 하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지?’ 등의 발문으로 가능성과 효율성, 준비도를 성찰하며 학습 계획을 정교화하기도 했다.


업글티쳐스 협의회업글티쳐스 협의회

플랜보드 이해하기플랜보드 이해하기


교사와 학생 간 주도성 균형 필수

  유의미한 학습 계획 수립 다음은 책임 있는 실천, 학습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플랜보드에 따라 학습하게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마주했다. 학생 주도 학습이지만 학생들이 해본 경험이 적거나 그 방법을 모르면 학습을 스스로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때론 학생들이 해보지 않은 학습활동을 경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프로젝트 학습 외에 다른 교과 학습 내 재구성 수업을 하기도 했고, 저학년의 경우 탐구 단계의 주도성을 교사에게 옮겨와 교사의 안내와 함께 배우기도 했다. 결국 학습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주도성 균형이 성공적인 프로젝트 학습 경험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이들과 플랜보드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느끼는 점은 ‘세 가지 이상의 선택지 중 골라 학습 계획을 만들었을 때,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한다고 생각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학습했을 때 아이들은 굉장히 흥미를 보이고 학습 과정에 몰입했다. 몰입을 시작한 학습은 수업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학습은 수업 시간을 넘어 일상이 되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끊임없이 도서관을 오가며 관련 도서를 빌려 읽기도 했고, 가정에서 부모님과 토의를 이어 나간 적도 있었으며, 주말 동안 스스로 알아보고 만들었다며 학습 결과물을 가져온 학생도 있었다. 내 삶이 배움으로 가득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수업.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수업 속에서 학습하는 방법을 다양한 방법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학습을 즐기는 경험’이 만든 변화

  해를 거듭하여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수록 그 어려웠던 처음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플랜보드 프로젝트 수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학생 주도 프로젝트 학습을 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랜보드 프로젝트 학습을 하며 학생들은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분명 성장했다.


  교사로서도 많은 변화를 느낀다. 먼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아이들의 요구 중 실현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보고자 했다. 학생들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횟수가 줄었다. 전에는 위험해서, 복잡해서, 어려워서,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일로 열어두고 생각하니 수업도 다채로워졌다. 아이들이 지나가며 하는 한 마디, 활동지에 적었던 문장들을 다시 수업에 담아냈고, 수업 속 자신의 의견이 들어간 요소를 찾아내는 순간 아이들은 흥분하고 몰입했다. 그 모습에 교사로서 또 감화되어 점차 아이들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프로젝트 학습을 거듭할수록 어려웠던 고민 지점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흐려졌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수업의 모든 과정이 고민 덩어리였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프로젝트를 이어갈수록 점차 나도 학생들도 학습 과정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과 수업 시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친구들과 모여 학습 주제를 탐색하는 아이들을 보며 학습을 즐기는 경험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간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프로젝트에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서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결국 따로 하겠다는 아이들이 속출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프로젝트 속에서 서로의 성격, 특성을 이해하고 친구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서로 다른 의견의 중간 지점을 찾고자 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교육 활동에는 생기가 넘치고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렵고 더디고 힘든 순간들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결국 남는 ‘뿌듯함’은 주변에 대한 호기심이 되고, 새로운 학습에 대한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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