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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 러닝을 적용한 과학수업 최고의 관찰가 파브르 되어보기!

글 _ 류은실 경북 선산초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함께 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며 배움을 일구어 가던 익숙한 교실 풍경이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다. 비대면·비접촉이 당연시되는 상황 속에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이 병행됐다. 교사와 학생이 마스크를 쓰고 책상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부를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도 전달을 위한 강의형 수업이 아닌 교실에서처럼 학생들과 소통하며 경험의 순간을 통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산초등학교(교장 이종범) 6학년에서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블렌디드 수업을 적용하여 <6-1 4. 식물의 구조와 기능 단원>을 재구성하여 <최고의 관찰자 파브르 되어보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블렌디드 수업을 시작하며 

  블렌디드 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원격수업에 대한 준비부터 점검해야 했다. 등교가 재개되기 전부터 본교 6학년 교사들은 카카오톡 앱을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수업방법은 <콘텐츠 활용 및 과제 제시형 수업>, <라이브톡을 활용한 쌍방향 수업>, <제작 영상 활용수업>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과학과는 실험 및 관찰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쌍방향 수업과 제작 영상을 활용하여 대부분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부터 등교와 원격수업 병행이 결정되면서 학생들에게 이미 해 오고 있던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의 각각의 장점을 잘 살려 수업을 구성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마침 학생들이 등교수업 후 과학과에 적용될 단원은 <6-1 4. 식물의 구조와 기능>이었으며 다양한 경험과 효과적인 수업 활동을 위해 이 단원을 재구성하여 탄생한 수업이 바로 <최고의 관찰가 파브르 되어보기>이다.


 

과학수업을 위한 제작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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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연계, 파브르 되어보기 수업 구성

  본 수업은 총 15차시로 구성되었으며 과학과와 국어과가 융합되었다. 생물영역의 경우, 변화가 빨리 나타나지 않고 관찰이 주된 활동이라 학생들에게 꾸준한 흥미를 갖고 참여하게 하는 것은 늘 고민이다. 그래서 이번 단원에서는 식물과 관련한 과학자에 대해 알아보고 그가 탐구했던 과정을 밟아보는 인물 중심 수업을 구성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때 딱 떠올랐던 사람은 파브르. 대개 파브르 하면 곤충기이지만 파브르의 뛰어난 관찰력은 곤충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파브르 식물기>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수업 활동을 구성하였다. 


  교과서는 파브르 식물기를 재구성해서 쓴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로 대신했다. 세포, 뿌리, 줄기, 잎, 씨앗 순으로 수업을 진행했으며 모든 탐구의 바탕에는 위의 교재를 함께 살펴보는 활동이 병행되었다. 본격적으로 식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수업의 구분이 필요했다. 원격수업은 학생들과의 쌍방향 수업 및 제작 영상을 활용해 진행하고 등교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경험을 해야 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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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처럼 관찰하고 파브르처럼 식물기도 쓰고

  본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이 파브르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파브르처럼 식물을 관찰하는 과정을 거쳐 식물에 대해 좀 더 흥미를 갖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온라인에서든 등교수업에서든 학생들의 경험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 수업을 이어갔다. 그중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한다.



세포에 대해 알아볼까요?(3차시) 등교

세포에 대해 알아보고 동물과 식물 세포를 페트리접시와 아이클레이로 만들어 보았다. 이 수업은 등교수업으로 이뤄졌지만, 학생들이 세포에 대해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 과제도 병행했다. 톡 게시판에 자신이 만든 세포의 모형을 찍어 올리고 세포란 무엇인가를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하기 활동을 병행해서 진행하였다. 공유하기를 등교수업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힘든데 온라인을 활용하니 모든 친구가 작품을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알아보고 피드백하기에도 수월했다.


세포 모형 만들기와 활동 후 온라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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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뿌리는 어떤 기능을 할까요?(4~5차시) 등교 원격

  식물의 뿌리와 관련한 수업에서는 강낭콩과 옥수수 뿌리 모양 비교, 양파 키우기를 통한 뿌리의 흡수 기능 알아보기 실험을 하였다. 강낭콩과 옥수수 뿌리는 CD케이스에 씨를 심어 뿌리가 나오는 모습과 자란 후의 모습을 비교하는 활동을 하였는데 등교 시에는 학생들이 심는 활동을, 키우는 것은 집에서 키우면서 단톡방에 자람을 공유하며 변화를 관찰하는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양파 관찰은 쌍방향 수업을 통하여 뿌리에 관한 내용을 진행하기 2주 전 실험을 세팅하고 시간의 변화에 따라 뿌리가 흡수하는 물의 양을 비교・관찰하였다.

뿌리의 기능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에는 교사가 제작한 영상을 활용하여 수업하였다. 직접 키웠던 옥수수와 강낭콩의 뿌리털 현미경 사진 및 뿌리의 지지 기능, 흡수 기능과 관련하여 교사의 설명과 구체물을 활용하여 수업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원격이 주를 이루는 수업이라도 과학수업에서의 가장 중요한 경험을 놓치지 않는 수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교사의 제작 영상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CD케이스 강낭콩과 옥수수 씨앗을 심어 뿌리 모양 비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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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흡수 작용 알아보기 실험을 위한 양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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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기능과 관련한 영상 캡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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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무슨 일을 할까?(7차시) 원격

  학생들과 <파브르에게 배우는 식물 이야기> 중 잎이 하는 일에 대해 읽고, 쌍방향 수업을 통해 잎이 하는 일을 학습지에 주제별로 정리해보았다. 책을 읽고 잎에 대해 알게 된 점을 잼보드(온라인 협업도구)를 활용하여 하나의 협동 보고서를 만들어 보았다.


  잼보드를 활용하니 혼자 정리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함께 정리함을 통해 짧은 시간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고, 완성된 자료는 다운로드하여 실물 자료로 활용하였다. 학생들이 의견들을 정리할 때 서로 보완할 점들은 단톡방을 활용해서 의사소통하고 내용의 재배치가 필요할 때 도와주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는데, 온라인상에서도 협업과 의사소통, 서로를 위한 배려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만의 식물기 제작 그리고 랜선 식물기 나눔회(13~15차시) 원격

  파브르 되어보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은 파브르처럼 뿌리, 줄기, 잎 등 식물의 각 구조에 대해 열심히 관찰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과 자신의 학습지에 정리해왔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학생들은 나만의 식물기를 제작해보았다. 식물기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 방학과제로 식물기를 제작하였다. 개학 후 학생들은 톡 게시판을 활용하여 자신의 식물기를 소개하고 친구들의 식물기를 보면서 배울 점과 식물기만의 장점들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였다. 식물기를 쓰는 것을 어려워할 줄 알았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든다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하였다. 식물 나눔회는 친구들마다 주제가 다르다 보니 자신의 식물기에 다 담지 못했던 아쉬움을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서 채워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한, 친구들의 식물기 내용에 답글을 달면서 서로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따뜻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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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 수업을 통한 용기 있는 한 걸음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고 어색하다. 하지만 용기 있게 걸어가다 보면 숲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고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최고의 관찰가 파브르 되어 보기!> 수업은 블렌디드 수업이라는 가보지 않았던 길의 첫걸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첫걸음을 떼고 걸어가 보니 이제는 블렌디드 수업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누릴 새로운 풍경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 것 같다. 익숙하기만 했던 등교수업에서 고민하던 부분들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과학과 생명 영역에서 식물을 키워서 관찰을 꾸준히 시키는 것이 어려웠지만 집에서 키우고 온라인으로 공유하다 보니 관찰과 수업 진도를 맞추는 것에 좀 더 수월했으며, 날짜별로 업로드 되다 보니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등교수업에 발표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온라인에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부담을 덜 느껴서 좀 더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등교수업 속에서 직접적 경험과 의사소통 그리고 원격수업에서 기록과 저장의 수월성과 표현에 대한 적은 부담감이 장점으로 적용되니 수업이 좀 더 풍성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유의미한 교육 활동을 조금 더 고민하고 실천해간다면 이런 위기는 우리 교육 환경을 새롭게 바꾸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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