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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찾으러 갔다 ‘대확행’ 하고 온 교생실습


글  박찬희 명예기자(전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3학년)



  나무에 피어있던 여린 꽃들이 어느새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고 연초록 잎들이 소복소복 돋아나는 5월이다. 이맘때쯤이면 교대생들의 마음에도 봄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교생실습의 기간이 훌쩍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들의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도 계속 우리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고 있자니 “선생님 내년에도 우리 학교 오실 거죠?”라고 말하며 아쉬워하던 학생들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묵직하게 지나간다.

  날씨가 쌀쌀했던 탓일까,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부모님이 딸 교생실습 간다고 장만해주신 옷이 몸에 아직 익지 않아서였을까. 나는 몹시 떨리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실습을 시작했다. 학교 선생님들과 반가운 첫 만남을 뒤로하고, 나와 교생선생님들은 배정받은 교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배의 충고를 잊지 않았던 나는 입꼬리를 한껏 올려 교실 문을 살짝 연다. 색연필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이 우리를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며 짝과 속닥속닥 이야기한다. 몇몇 아이들은 눈을 마주치자 나를 향해 싱긋 웃어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뒤이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3학년 2반에는 세 명의 인기스타가 탄생했다. “선생님이에요? 몇 살이에요? 내일도 와요? 왜 왔어요? 언제 가요? 선생님 입이 로봇 같아요!” 등 눈을 동그랗게 뜨며 궁금한 걸 쏟아내는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느라 나를 비롯한 교생선생님들이 애를 먹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교생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급식실까지 인도하고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어제 뭘 먹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무장해제 되어 TMI(too much information)를 남발했다. 이후 교생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시작한다. 나는 그날 무조건 내일부터 운동화를 신고 오리라 다짐했다. 아이들과의 수업이 끝나면 교생선생님들은 수업 일지를 작성하고 담임 선생님과 담소를 나눈다. “매 수업을 열정적으로 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지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9시 되면 잘 준비해요. 호호호” 하시던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을 위해 전날부터 컨디션 관리를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교생선생님들이 점심을 먹고 운동장 나가는 게 익숙해질 무렵이면, 곧 아이들과 이별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아이들의 행동이 왜인지 모르게 수상했다. “선생님 사실 말할 게 있는데요~”라고 하면서 또 갑자기 손으로 입을 막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우면서 어색했다. 알고 보니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이별식을 준비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전날 우리를 위해 편지를 쓰고 그림도 그려주었다. 교생선생님들이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들에게 이별 인사를 하자 아이들도 울고, 또 아이들이 우는 모습에 담임선생님도 눈물을 글썽이셨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쓴 그림과 글을 보니 아이들과 있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잔잔하게 흐른다.


어서 빨리 코로나의 매서운 강풍이 물러가고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릇파릇 꽃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교생실습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대답을 바로 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었다. “선생님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공부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대요. 정말 그래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다음날 내가 좋아하는 시를 그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초대>라는 시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 (중략) 나는 당신이 날마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시가 아이에게 좀 어려웠지만, 서로의 눈을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니 나의 진심은 전달된 것 같았다.

 두 번의 교생실습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교생실습이 나에게 매년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내가 그 기간 동안 교육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일까. 아이들과의 만남을 더욱 진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내가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질문도 성숙해지고 깊어졌다. 또한 아이들의 질문이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고민하게 만들며 나를 더욱 성장시키기도 한다. 교생실습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교생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어서 빨리 코로나의 매서운 강풍이 물러가고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릇파릇 꽃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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