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울진고등학교 봉사동아리 우리 동네 행복 전도사

글·사진_ 하헌우 명예기자(울진고등학교 교사)

 

경북 울진군 자율형 공립고인 울진고등학교는 학생 동아리가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정규˙자율 동아리가 60여 개나 되고 2017학년도에는 경상북도교육청 동아리 활동 우수교로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 동아리가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새벽을 여는 도시락 배달
  매주 수요일 새벽 다섯 시,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라면 잠자는 시간 10분도 아까울 그 시간.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지역 자원봉사자가 만든 도시락을 하나씩 정성 들여 포장한다. 사랑의 도시락 봉사동아리 학생들이다. 포장 작업이 끝나면 도시락을 자원봉사자의 차에 각각 나눠 싣고, 울진군 관내 각 지역으로 배달을 시작한다.
  사실, 울진군 관내 각 지역에 도시락 배달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울진군은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70km가량 길쭉한 행정구역이면서 동쪽으로는 동해안 어촌이, 서쪽으로는 금강송 소나무가 우거진 태백산맥 줄기에 산골 마을이 있기 때문에 산길을 오르거나 비 포장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배달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이고,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바쁜데 우짠 일이고…”
  도시락을 받는 마을 어르신들은 이른 새벽부터 학생들이 배달하는 도시락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짠한 마음도 든다고 한다. 주로 도시락을 받는 이들은 울진 지역의 독거노인, 한 부모 가정의 자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사회적 배려 대상자나 취약계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도시락 동아리는 한 끼 식사뿐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함께 배달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한 새벽 도시락 배달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춘 적이 없다. 이런 활발한 활동 덕분에 올해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선발하는 봉사활동 우수동아리로 선발이 되어 상금 80만 원을 받았는데, 상금 전액으로 라면과 김을 사서 도시락과 함께 배달해 주변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1학년 남학생이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 교복을 입고 왔어요. 새벽에 활동하니 바로 학교에 간다고 생각하고 그랬나 봐요. 그런데 우리는 산에 오르기도 하고, 숲길이나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교복이 엉망이 되기도 해서 따로 가방에 넣어 와요. 결국 그 친구는 하루 종일 엉망인 교복을 입고 있었죠.”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배달이 밀려 지각을 하곤 해요. 비록 지각은 했지만, 새벽 시간에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죠.”
  사랑의 도시락 동아리 학생들의 말이다. 학생들은 봉사를 통한 만족과 행복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누나가 하던 도시락 배달을 이어서 하고 있는 동아리 회장 전지용 군(2학년)은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일이 나를 위해서 하는 일밖에 없었는데, 타인을 위해 새벽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배달을 이어가고 싶고, 후원이 커져서 더 풍성한 배달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당차고도 선한 아이들의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나눔이란 어쩌면 우리에게 내 것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더 큰 선물을 안겨주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를 위한 세상을!
  매주 수요일 5교시 마침과 동시에 ‘아이들은 즐겁다’ 동아리는 울진군아동센터로 한걸음에 달려간다. 그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울진 관내 아동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봉사 동아리다. 주로 동아리 시간을 활용하여 울진군아동센터나 인근 어린이집을 방문해 교육 프로그램, 놀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교육봉사 동아리들이 그렇듯이 아이들과 만들기 활동이나, 동화책 읽어주기, 학습 도움 등의 활동을 주로 하지만 ‘아이들은 즐겁다’ 동아리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더 있다.
  이 동아리는 매달 정기적으로 울진군에서 열리는 청소년 어울림마당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과일과 동물 그림이 그려진 팔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매년 5월 25일
  세계 실종아동의 날에는 실종 아동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뜻으로 리본 달기 캠페인을 교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펼친다. 현재는 아동인권 배지를 제작 중인데 SNS에서 홍보와 판매를 한 후 아동인권협회나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비영리 단체에 기부를 계획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11월 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울진 읍내에서 대규모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듯 아동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동아리원 모두 보육교사나 유치원 교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학생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봉사하기 때문인지, 인터뷰하는 학생들은 모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봉사활동을 갔던 곳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린이집 봉사활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올 때요. 아이들이 가지 말라고 다리에 매달리면 난처하면서도 뿌듯하죠.”
  “센터에서 말도 안 하고, 혼자서 블록만 만지던 아이가 있었어요. 저희가 끈질기게 같이 놀자고 격려했는데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서 밝아진 모습이 기억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동아리가 우리 주변에 많아질수록 우리 교육의 미래는 밝고 더 행복해지리라 기대해 본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