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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 모하메드의 고민

학교상담 전문가가 전하는 우리 아이 심리


글_ 김서규 경기대 교육상담학과 겸임교수(전 유신고등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우리나라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2019년 기준 137,225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2.5%에 해당한다.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학생들이 이제 교실 속에서도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데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 남아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문화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문제

  모하메드는 중동에서 온 초등학교 3학년 아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랍어만 할 뿐, 선생님을 포함한 학급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영어와 중국어로 말을 걸어 보았지만 역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모하메드는 놀이할 때도 말이 안 통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고, 수업내용은 더욱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점심시간에는 이슬람교의 신앙원리에 따라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해서 고깃국이나 햄 같은 것은 거절하고 밥과 과일로 끼니를 해결했고, 어쩌다 고기 섞인 비빔밥이 나오면 밥도 먹지 못하고 과일만 먹었다. 또한, 학급에서 믿을 사람은 담임선생님밖에 없다고 여겨서 선생님께 바싹 붙었고, 선생님이 회의에 가려고 자리를 비울라치면 눈에 띄게 불안해하면서 견디지 못했다. 게다가 아이들은 선생님이 모하메드에게만 관심을 준다고 생각해서 서운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 문제로 여러 선생님이 의논하기 시작했다.


진단

  학교에서는 한글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서 방과후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퇴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모하메드가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다. 한글은 의외로 익히기 쉬운 글자여서 모하메드는 외국인용 교재로 단기간에 한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영양 선생님이 모하메드에게 관심을 가지고 급식을 지도해 주셨다. 급식실에 들어오는 모하메드에게 늘 듣던 그 나라 인사말을 건네고 쌀밥, 계란찜, 된장국, 두부처럼 적응하기 쉬운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아이, 맛있다! 잘 먹네!’ 하면서 응원하기도 하고, 정말 먹기 힘들어하는 반찬만 나오는 날에는 대체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또한, 영양 교육 시간에 모하메드네 나라의 고유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기 시간을 가짐으로 우리나라 아이들도 다른 나라 문화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하셨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놀이시간에 이미 친해진 아이들과 한 조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꼬마야 꼬마야 혹은 얼음 땡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모하메드는 처음에는 교실 문 앞에 서서 주저하면서 들어가지 않으려 하다가 급기야 선생님이 밖으로 나와서 손을 잡고 끌어야 들어오던 아이였는데, 놀이에 참여하면서 많이 개방적으로 변했고 표정도 밝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들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풍습이 있어서 낯선 사람에 대한 긴장이 한국 아이들보다 더 심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정을 주고 따르려 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또한, 담임선생님은 시간을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계기 교육을 하셨다. “얘들아, 모하메드가 우리하고 다르게 생겼다고 놀리면 안 돼요. 우리와 다른 음식을 좋아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선생님은 모하메드만 더 사랑하는 게 아니라, 모하메드가 한국 생활에 서투르니까 도와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모하메드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사이좋게 놀아야 해요.”


지도

  일 년이 다 지날 무렵이 되자, 모하메드는 키가 부쩍 커졌고 한국말도 잘하게 되었다. 아이들도 서로 어울려 축구와 놀이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아이들은 정말 가르치는 대로 큰다. 선생님이 친하게 지내라고 가르쳤더니 정말 친구가 되어주는 게 아닌가. 요즘 모하메드는 다른 아이들처럼 롱패딩을 입고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걸어 다닌다. 지나갈 때 ‘아, 참 잘생긴 남자아이구나.’ 했는데, 아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하메드 아닌가! 미소도 말투도 이미 한국 아이가 다 됐다. 모하메드야, 한국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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