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상 관측자료의 분석을 바탕으로 날씨 예보와 기상 현상에 대한 주의보, 경보, 기상전망을 발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기상예보관이다. 가속화되는 기상이변에 따라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위험한 기상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요즘, 기상예보 업무와 그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상청 이원길 통보관
기상청 서울청사 예보국의 ‘국가기상센터’는 24시간 가동되는 연중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수도권기상청을 비롯하여 부산·광주·강원·대전·대구·제주·청주·전주 등 전국 9곳의 지방기상청·지청의 예보과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10분 단위의 초단기예보부터 단기·중기 예보까지, 기상현상을 관측·분석하여 예보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바로 기상예보관들의 일터다. 기상청 대변인실 이원길 통보관 역시 2007년 제주지방기상청에서 첫 예보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기상예보관으로 일해왔다.
올해는 유독 기상이변이 심했던 해. 지난 7월, 전북 군산 어청도의 146㎜를 비롯하여 시간당 100㎜ 이상의 집중호우 횟수가 전국적으로 총 16회나 기록됐다. 열대야 일수도 24.5일로 역대 1위였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통보관은 “지난 9월, 사하라 사막에서는 이틀간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호수가 형성·관측된 바 있다.”라면서 “그동안 일기예보를 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의 극단적인 변동성이 그 어느 해보다 심했던 해”라고 돌아봤다. ‘예보의 정확도’로 평가받는 직업인이지만, 폭우와 태풍, 폭설 등 큰 피해가 예상될 때면 “이번 예보는 좀 틀려도 좋으니, 비껴가기를 바라기도 한다.”라는 기상예보관의 업무. 16년 차 기상예보관이자 현재는 대변인실 소속인 이원길 통보관이 들려주는 기상예보관들의 직업 세계다.
하나, 16년 차 예보관에서 올해부터는 대변인실 통보관으로 일하는데.
통보관의 역할은 기상청에서 수행하는 예보, 관측, 지진, 기후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다. 날씨 정보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을 통해 언론과 소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둘, 기상예보관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기상예보관은 각종 기상 관측자료의 분석을 바탕으로 일기예보와 위험 기상 현상에 대한 주의보, 경보, 기상전망 등을 발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기상청의 날씨 예보를 생산하는 사람이다. 예보는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모델이 도출해 낸 현재부터 12일 후까지의 대기 상태와 수치모델예측자료, 위성, 기상레이더, 일기도 등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고도화된 기술의 슈퍼컴퓨터도 예보의 100%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우리나라 기후환경이 지형적 조건 등에 따라 변동성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예보관 업무는 본청은 물론, 전국 9개 지방청·지청 공통으로 각각 4개 팀으로 구성하여 운영된다. 본청은 12명, 지방청·지청은 2~3명의 구성원이 한 팀이 되어 업무가 이뤄진다. 일기예보는 매일 05시와 17시에 모레·글피까지의 단기예보를 낸다. 전국 각 지방청·지청 예보관들의 관측, 예측자료의 분석을 토대로 토의하고, 열띤 논쟁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하나의 예보문이 완성된다. 호우 주의보 및 경보, 겨울철 대설, 한파, 건조 등 인명 및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예보 시에는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의 공조체제가 함께 가동된다.
셋, 기상예보관이 된 특별한 계기라면?
2003년 처음 기상청에 들어올 때는 타 업무영역을 담당했다. 기상청에서 일하다 보니 일기예보가 마치 ‘하늘이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듯 매력 있게 다가왔다. 날씨 예보 업무의 매력에 빠지면서 기상기사 자격증을 취득, 2007년 2월부터 예보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을 시작으로 강원지방기상청 울릉도 기상대 등 전국 여러 지방청과 기상대를 순환하며 근무했다. 현재 맡은 대변인실에서의 통보관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예보관 업무로 다시 복귀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넷, ‘기상청 날씨누리’를 보면 ‘초단기, 단기, 중기, 장기 예보’로 각각 나뉘는데.
초단기부터 중기예보까지는 예보국, 장기 및 연간 기후전망은 기후과학국에서 담당한다. 초단기예보 업무는 현재 실황에서부터 6시간 이내의 기상 상황을 1시간 간격으로 발표한다. 기온, 강수량, 강수 형태, 상대습도, 풍향, 풍속 등 6개의 기상실황과 하늘 상태, 낙뢰 등 8개의 예보 요소가 포함된다. 특히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강수량은 10분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단기예보는 전국을 5×5㎞ 구획으로 세분화하여 총 3,500개의 읍·면·동 단위로 3일간의 날씨를 예보한다. 중기는 단기예보 이후 10일 동안의 기상전망, 육상 및 해상 날씨, 최고와 최저기온, 파고 등의 예보가 매일 두 차례 발표된다.
24시간 가동되는 연중 불이 꺼지지 않는 기상청 서울청사 ‘국가기상센터’
다섯, 기상예보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보람, 또 애환이 있다면.
기상예보관은 ‘지구촌 모든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직업인’ 중 하나다. 2019년 11월부터 15개월간 남극 세종기지에 파견되어 기상정보 지원업무를 맡았었다. 눈 폭풍이 심한 지역이다 보니 위험요소가 무척 많은 업무 환경이었다. 기지 연구대원들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극한 환경이니만큼 아침 기상예보 브리핑에 더욱 집중해야 했다.
‘일기예보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 예보관들은 매번 보람을 느끼곤 한다. 반면, 예보가 빗나갔을 때 피해를 본 이들로부터 항의성 민원전화를 받을 때는 자책할 수밖에 없다. 또 예보의 정확도를 떠나 기상으로 인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예보관으로서의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는다.
여섯, 기상예보관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 그리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법은?
우선 기본적으로 대기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대기과학과에서 일반기상학, 대기역학, 대기물리 등을 공부하면 좋다. 기상 관련 전문지식을 쌓고, 자료 보는 법 등의 노하우가 쌓이면 기상청 예보관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기상예보관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자질이라면 궁금증과 호기심이다. ‘이 기상 현상은 왜 그런 걸까? 비는 왜 오는 걸까?’ 등과 같은 질문을 품는 데에서부터 예보관 업무는 출발하지 않을까 한다. 매일 바뀌는 날씨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자세라면, 예보관으로서의 기초적인 자질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집중력이다.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모델에서 생산해 내는 수만 장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집중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책임감이다. 내가 낸 예보로 많은 이들의 옷차림과 식사 메뉴 등 일상생활과 대처법이 달라진다. 네 번째는 자연에 대한 겸손함이다.
기상예보관이 된 이후에도 항상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기상학은 계속 발전하고, 기상 관측과 분석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이다. 기상예보 업무의 전문성 강화, 자격증 취득으로 인한 가점 등을 위해 기상기사, 기상예보기술사 등의 자격을 갖추는 것도 권하고 싶다.
브리핑룸에서 언론과 소통하는 이원길 통보관
일곱, 현재 AI 기술이 적용된 기상예보 프로그램 ‘알파웨더’도 개발 중인데.
기상청은 국립기상과학원에 인공지능 기상연구를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AI 예측 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현재로서는 생성형 AI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AI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기상청의 레이더 자료를 학습하여 6시간까지 강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다. 2025년부터 시험운영을 통해 현업 활용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내년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초단기예보에 적용해 방재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여덟, 기상예보관의 직업인으로서의 미래 전망은?
기후변화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이상기후로 인해 사람들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기상 상황들을 마주할 수도 있다.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이 고도화되고, AI의 예보 시대도 곧 열리겠지만, 생명체의 목숨을 살리는 일,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 기상예보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내 가족과 친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변화무쌍한 날씨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기상예보관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 학생들도 기상·기후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후변화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국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상예보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