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란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전문가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가뭄과 폭우가 잦아지고 외래 해충의 유입은 증가하고 있으며,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해충의 출몰도 잦아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연재해에 대비하며 묵묵히 아픈 나무를 돌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나무의사다. 우리나무종합병원(주) 문성철 원장을 만나 나무의사의 직업 세계를 들어보았다.
나무의사는 명칭 그대로 나무에 각종 문제가 생겼을 때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다. 일반적으로 나뭇잎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하거나 잎이 쭈글쭈글해지는 병해부터 국내에서 심각성이 더해가는 소나무재선충병에 이르기까지 나무가 사람처럼 ‘병들고 아파할 때’에 예방주사를 놓을 시기를 진단하거나 방제약제를 처방·살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 상처를 입은 나무 등 외상을 입은 나무 위급환자들을 수술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나무병원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24년간 현장을 누벼온 문성철 우리나무종합병원(주) 원장은 나무의사이자 국가유산수리기술자, 나무의사 양성기관 강사로 활동 중이며, (사)한국나무의사협회 초대 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어렵게 살려낸 나무보다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당시 잘 몰라 살리지 못한 나무들이 더 기억난다.”라는 문 원장은 충분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한다. 세계 3대 수목병의 하나인 ‘잣나무털녹병’을 직접 보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GPS 정보를 물어물어 여러 차례 산을 헤맸던 일, 현장에서 유충을 가져와 직접 키우는가 하면 병원균을 채집, 포자를 배양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나무 병해충은 대부분 관찰한 것 같다.”라는 문 원장은 10년 전 이러한 현장 기록물을 엮어 병해충 501종의 특성과 방제 방법을 담아 <나무 병해충도감>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가뭄 또는 폭우 등이 이어지거나 고온다습한 환경 탓에 해충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수목의 피해를 염려하기도 한다. 문 원장은 “기후 변화로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가뭄이나 폭우로 인한 1차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고온다습해지면서 흡즙성 해충(나무의 즙을 빨아먹는 해충)의 밀도가 높아져 2차 피해로 병해충에 걸려 나무가 고사하기도 한다. 해충이 출몰하면 방제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예방 나무주사를 줘서 해충의 밀도를 낮추기도 한다.”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문성철 원장과의 일문일답.
하나, 나무의사 제도에 관해서 소개해 달라.
나무의사란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전문가다. 우리나라에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된 건 2018년으로, 모든 나무는 국가나 지자체 또는 수목 소유자가 직접 진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나무의사가 있는 나무병원에서만 수목 진료가 가능하다. 대체로 아파트 단지나 가로수길, 공원, 학교 등 생활권에 있는 수목이나 보호수를 관리한다.
나무의사가 되려면 수목 진료와 관련된 학력, 자격증 또는 경력 등의 응시 자격을 갖추고,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한 뒤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나무의사’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년 응시생의 약 10%만 나무의사로 배출될 정도로 진입장벽은 높지만 자연 속에서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그동안 배출된 나무의사는 1,383명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목병에 걸린 나뭇잎을 채취하여 포자를 현미경으로 관찰, 병원균을 확인하고 있다.
둘, 당시 많이 알려진 직업이 아니었는데,
나무의사가 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했는데, 당시에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거나 전공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산림조합, 목재회사 정도였다. 그즈음 나무병원을 알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나무병원 설립자인 강전유 원장님과 그의 제자들이 독립해 나무병원을 운영했는데, 전국에 단 4곳뿐이었다. 병해충 진단과 방제, 기념물관리, 안전진단 등 나무병원에서 하는 일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고, 눈만 돌리면 어디든 나무가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대학 시절 나무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나무 병해충이나 농약에 관해서 배우기 위해 다른 학과의 수업을 찾아 들으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벌써 현업에 종사한 지 24년이 되었다.
셋, 전문가로서 나무를 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나름의 노하우라면 그냥 천천히 오랫동안 보는 것이다. 사람도 병을 찾기 위해 몸 전체를 살피고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것처럼, 나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무 자체를 보고, 나무 주변의 토양에서부터 그 주변 환경까지 두루 살핀다. 예를 들면, 나무 일부에서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곳, 즉 변색한 부분을 본다. 그 부분에 병원균이 있는지 해충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핀다. 반대로 나무 전체에 증상이 있다면 그때는 줄기, 줄기 밑동, 뿌리, 토양 등을 살핀다. 나무 전체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비생물적 피해일 확률이 높은데, 물이 원인으로 예상될 때는 수분 조사를, 토양의 산도가 원인으로 예상될 때는 토양 산도를 조사하는 식이다. 똑같은 증상이라고 해도 실제 피해 원인은 다른 경우가 많다. ‘이 증상은 이 원인 때문이야’라고 단정하지 않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나무를 천천히 오랫동안 살피고 있다.
넷, 국가유산수리기술자로도 활동 중인데, 천연기념물은 어떻게 관리하나?
현재 단목으로는 순천 송광사 쌍향수와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를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러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은 보통 나뭇잎이 나오는 5월부터 단풍이 지는 10월까지 6개월간 한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한다. 신전리 이팝나무는 현재 많이 아픈 상태다. 원줄기가 거의 다 썩어서 없어졌고 ‘아밀라리아뿌리썩음병’에 걸려 치료하고 있으나,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서 적응력과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집단목으로는 포항 북송리 북천수를 관리 중이다. 북천변을 따라 띠처럼 조성된 숲으로 소나무가 2,000주가량 된다. 전국에 ‘소나무재선충병’이 유행인데, 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나무주사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포항 일대에 소나무재선충병이 심각해서 현장에 갈 때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가 있는지, 어떤 병해충이 유입됐는지, 안전사고가 날 만한 나무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피고 있다.
천연기념물 순천 송광사 쌍향수의 가지 부후 육안조사
다섯, <나무 병해충도감>을 집필하는 등
나무 병해충에 관심이 많은데.
원래부터 나무 병해충에 관심이 많아 현장에 갈 때마다 채집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병해충에 관해 공부했다. 해충의 경우 알, 유충(애벌레)을 가져와 직접 키우고 병원균의 경우에는 포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일 예로, 밤나무산누에나방은 나뭇잎을 모두 갉아 먹어 나무를 죽이는 해충인데, 주로 강원지역에서 서식한다. 다 자란 상태에서 채집하면 날개의 인편이 손상되기 때문에 ‘알’을 채집해서 사무실에서 키웠다. <나무 병해충도감>은 이러한 12년간의 현장 기록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107종에서 발생하는 병해 191종과 해충 306종, 비전염성 피해 4종 등 병해충 501종의 특성 및 방제 방법에 관한 내용을 담아 2014년에 발간했다. 나무의사는 나무에 대한 전문지식은 기본이고 수목병이나 해충, 토양 등 자기만의 관심 분야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섯, 나무의사로서의 애로사항을 꼽는다면?
직업 특성상 늘 나무가 있는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도 무더위를 뚫고 현장을 방문하고, 비가 와도 일해야 할 때가 있다. 날씨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비를 가지고 다닐 수 없는데, 사전 준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장비 때문에 다시 걸음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한창 전국을 누빌 때는 1년에 9만km를 돌아다닌 적도 있다. 요즘에는 7~8만km를 다니는데, 매년 지구 한 바퀴 반을 도는 셈이다.
일곱, 나무의사의 미래 직업 전망은?
‘나무의사’는 기본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는 곳에서는 꼭 필요한 직종 중 하나다. 생활권에 있는 나무 중심으로 관리하기에 활동 범위가 넓지는 않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고, 정년이 없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나무가 있기에, 법적인 뒷받침과 사회적 인식이 정착된다면 나무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아파트 단지의 증가로 수목관리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대기업에서도 정원 관리를 위해 나무의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임업진흥원 등에서는 나무의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채용이 늘고 있다. 앞으로 수목 진단·치료 분야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젊은 친구들이 ‘나무의사’에 많이 도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