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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마음 심리상담센터 이은희 센터장 - 감정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통찰하다

글·사진 | 편집실

  미술심리치료사는 여러 가지 미술 활동을 통해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심상을 미술의 형태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성장을 돕는 직업인이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마음과마음심리상담센터 이은희 센터장을 만나 미술심리치료사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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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심리치료는 미술 매체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곧 언어보다는, 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소재 ‘마음과마음심리상담센터’에서 이은희 센터장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미술심리치료 분야의 1세대로 손꼽힌다. 지난 15년여 동안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및 기업상담, 대학에서의 출강 등으로 국내 미술심리치료 영역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 왔다. 현재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출강 중인 이 센터장은 수원가정법원 가사상담기관 상담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미술심리치료사로서의 길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는 이 센터장. “교육에 더욱 힘써 앞으로 미술심리치료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목표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은희 센터장과 나눈 미술심리치료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하나, 미술심리치료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면.

  우리 센터를 찾는 내담자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4〜5살에도 배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유아부터 분리불안을 겪는 청소년, 우울한 노년층까지 전 연령층이 대상이다. 미술심리치료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목적을 위해 미술 활동을 치료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술치료는 건강한 심리 발달, 생활 적응, 심리치료,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위기 치료와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이 외에도 장애아동의 교육 및 치료에도 활용되며, 노인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활 치료, 부부 및 가족 간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수행한다. 


둘, 미술심리치료 영역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전공 및 미술치료를 공부했다. 이때 중증 발달장애 아동 및 청소년, 노인, 정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적용하게 되면서 미술 매체가 주는 심리적 이완감에 주목했다. 미술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감각 활동이 무엇보다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다양한 재료와 작업과정을 통해 미술치료 내담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면서 탈출구를 찾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음 건강을 잃었던 사람들도 차츰 ‘나도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표출하곤 한다. 이러한 치료과정을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미술심리치료사라는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셋, 미술심리치료 활동 중 기억에 남아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해 온 지 올해로 15년째다. 그동안 학교 현장과 연계하여 상담 및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해 왔다. 좀 더 나은 양질의 상담을 위해 학교폭력상담사, 아동청소년심리상담사 자격 등도 추가로 갖추었다. 상담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다. 폭력 성향이 강했던 초등학교 6학년 아이,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까칠했던 중학교 2학년 학생 등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았다. 또 고3이었던 한 남학생은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정서적으로 늘 위축되어 있었다. 우리 센터의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었다. 학교공부와는 담쌓고 지내던 그 아이는 미술 상담 치료를 통해 새로운 꿈도 꾸게 되었다. 만화광이던 아이는, 애니메이션 공부에 몰입하면서 대학 진학 후에는 마음 건강을 되찾고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성장하였다. 마음과마음심리상담센터에서는 또 학교 현장 외에도 국공립기관, 기업의 사업장에서 직장인들을 위한 다양한 상담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1. 미술치료사로서 갖춰야 할 첫 번째 역량은 ‘인성’이다. 내담자에게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미술치료사로서 갖춰야 할 첫 번째 역량은 ‘인성’이다. 내담자에게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


2. 미술치료실 내부 모습미술치료실 내부 모습


넷, 미술치료사로서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또 애로사항이 있다면.

  삶의 의미를 잃으면서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내담자들이 미술치료를 통해 활력을 찾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무척 보람을 느끼곤 한다. 또 끝없는 갈등 관계에 놓여 있던 가족들이 이 치료를 받으면서 ‘인생은 여전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힘주어 말해 줄 때, 미술치료를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반면 미술치료사로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늘 자신을 돌보고 들여다보면서 매 순간 균형 있는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치료사 역시 어느 순간 아프고, 좌절하고, 또 넘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치료사가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경청할 수 없게 된다.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려면 이처럼 심신을 아우르는, 자기를 돌보는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섯, 미술치료사로 활동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이 있다면.

  미술치료사로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역량은 ‘인성’이다.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에게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전문성’이다. 미술심리치료 영역의 임상 사례와 다양한 이론적 관점, 집단 및 평가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위한 꾸준한 역량 강화가 필수다. 나아가 여러 가지 질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간의 몸에 관한 탐구, 의학적인 지식까지 함께 공부하면서 축적해 나아가야 한다. 


여섯,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마음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정신건강의 적신호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등교수업 후에도 친구들과 대화하고 집중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핸드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중독, 온라인 도박, 무분별한 성에 노출되는 등의 다양한 부작용 사례들도 그대로 드러났었다.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인 사회 구성원들도 고립되고, 격리되는 생활로 대화가 단절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 함께’라는 말보다는, ‘혼자, 혼밥’과 같은 단어들이 더욱 익숙해지는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에게조차 관심을 거두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울감, 상실감을 호소하면서 치료차 우리 센터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제는 다시 일상의 소소한 행복, 또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마음 건강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마음 건강은 곧 우리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낼 힘’이기 때문이다. 


일곱, 미술심리치료사의 직업인으로서의 미래 전망은?

  상담 과정에서 언어로서 “아프다, 슬프다.”라고 할 경우, 치료사로서는 그 깊이와 양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미술치료에서는 스스로 그 감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시각적으로 통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술치료가 갖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즈음, 미술치료를 찾는 대상도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격증 취득 후, 건강만 뒷받침된다면 정년 걱정 없이 치료사로서 현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TIP BOX |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하려면 (사)한국미술심리치료협회 등과 같은 단체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 대개는 1년 과정의 교육 후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3급, 2급,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2년마다 갱신이 필요하다. 미술심리치료사 상담과 교육까지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석사과정까지 마치는 게 유리하다. 또 국가공인 임상치료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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