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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 및 복원 분야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이상옥 교수 - 손상된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

글·사진 | 편집실

문화재 보존은 100년, 그리고 천년이 지나더라도
국가가 수행해야 할 필수적인 사업으로 존재할 것이다.


  문화재보존원은 궁궐, 사찰, 미술관, 박물관의 소장품 등과 같은 문화재의 파손 부위를 복원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때 문화재의 원형을 되살리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이상옥 교수로부터 문화재 보존 및 복원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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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과학지식과 응용한 기술로 제작기술과 역사를 규명하여 원형을 보존하고, 문화재 보존 방법과 이론을 연구한다. 둘째, 손상된 문화재를 보존처리하고,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다양한 소재의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조사·연구하여 전통재료 및 제작기법 등을 규명하고, 고고학 자료를 관찰·분석한 후 현상을 해석한다.’ 이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7개 학과 중 ‘문화재보존과학과’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 글귀다. 지난 1월 31일 오후, 이곳 한국전통문화대학교 G관 1층에 있는 ‘보존과학연구소’에서 이 학과의 학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앞서 기술한 학과 안내에서처럼, 이들은 바로 훗날 ‘문화재보존원’을 꿈꾸는 학생들이다. 이날은 최근 경북에서 발굴 출토되었다는 유물들의 보존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연구실에는 학생들의 지도를 맡은 문화재보존과학과 이상옥 교수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교수는 문화재 보존·복원 전공으로 강의와 함께 문화재 현장을 지켜온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는다. 다음은 이상옥 교수와 나눈 문화재 보존 및 복원 분야에 대한 일문일답.



하나, 현재까지 참여한 문화재 보존·복원사업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2011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출토된 금속유물 보존처리를 시작으로 부여 무량사 지장보살 복장유물 조사 등 현재까지 50여 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숭례문 화재 당시의 복원용 기와 연구, 경기도 남한산성 여장(女墻) 보존 관리방안 연구(1∼3차)도 대표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4년 전,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에 필요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지표와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연구사업에도 참여했다. 물에 잠기기 전과 후, 반구대암각화 표면 훼손과 상태변화의 정량적 지표를 만드는 일이었다.



둘, 총 3차에 걸쳐 진행된 ‘남한산성 여장 보존 관리방안 연구’가 특히 눈에 띄는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 사업의 연구원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2014년 남한산성이 우리나라의 11번째 세계유산에 등재된 시기와 맞물려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연구 중 하나다.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인 여장의 보존 관리방안으로서 복원재료인 석회에 관해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게 된 계기였다. 특히 이 조선 후기 석회 제작공법 연구가 개인적으로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하였다. 


  석회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됐던 전통적인 건축재료로서 담장을 쌓거나 기와를 여밀 때, 벽화를 그릴 때 바탕면을 조성하는 용도로도 쓰여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역사적으로 오래된 전통기법들이 보존되지 못하고 단절된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차례의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에는 석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남한산성이 수백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공법상의 기법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문화재보존과학자로서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연구결과 조선시대 후기에는 석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독창적인 기법이 도입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료의 성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공법이나 기법까지 다양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조사를 통해, 현대기법을 적용하여 복원된 석회 담장은 동파 등 1년을 버티지 못하였고, 조선시대 후기 담장은 300년이 경과한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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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문화재 보존·복원 분야를 진로로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고교 시절, 진로를 결정하면서 특색 있는 문화재 전문가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문화재보존과학과라는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 갖추지 못하였을 때다. 대학 진학 이후부터 문화유산 보존과학이라는 학문에 더욱 관심이 생기면서 3학년 때부터 대학 내 연구소인 보존과학연구소의 일원이 되었다. 이때부터 문화재 보존조사 현장을 찾아다니고 실무를 경험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매력에 깊게 빠져들게 된 것 같다.


넷, 통상적으로 문화재보존원 업무는 어떤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나?

  기관에 따라 문화재보존원 업무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현장에서 발굴되어 온, 흙이 묻어 있는 유물 그대로 가접합 등 보존처리를 하는 1차 문화재보존원의 역할이 있다. 발굴된 날것 그대로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단계다. 국가에 귀속되어 박물관으로 옮겨지면, 보존과학실에서 또 다른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보존과학학예연구사에 의해 보존처리가 진행되는 절차도 있다.


다섯, 문화재 보존·복원 업무 수행을 통해 얻는 보람, 또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문화재 보존 및 복원 업무 담당자들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여 후대에 전하고, 전통을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자긍심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일이야말로 국가에 기여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크다. 문화재 보존업무에 따르는 애로사항, 힘든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인한다. 문화재 보존 및 복원사업이 국가 주도 영역이라 예산 편성에 따라 사업 추진의 변동성이 크게 영향받는다. 또 업무에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뚜렷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진입장벽이 높은, 접근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여섯, 문화재 보존·복원 영역의 직업인으로서의 미래 전망은?

  참고로 유럽권에서는 문화재보존과학이 오래전부터 유망직종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런 만큼 이 직업군의 업무 만족도가 높고, 보수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 이 분야의 직업 전망은 ‘매우 좋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곤 한다. 문화재보존원 업무는 AI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고, 불균질하고 비정형적이고 희소성을 지닌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처리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게 할 수는 없다. 더욱이 발굴되는 문화유산은 하루하루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박물관 및 문화재 수장고가 확대되면서 보존 및 복원인력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박물관 등의 부속기관으로서가 아니라, 별도의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운영되기도 한다. 또 문화재 보존업무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3D 스캐닝,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DB 구축 및 디지털트윈 시스템 구축 등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은 100년, 그리고 천년이 지나더라도 국가가 수행해야 할 필수적인 사업으로 존재할 것이다. 


일곱, 학생들을 가르치는 문화재보존과학자로서 향후 계획은?

  초빙 교원으로 강의를 맡다가, 전임으로 임용된 지 올해로 2년째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관심이 자연스럽게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 간다. 먼저 문화재보존과학과 학생들이 적성을 찾아가고, 그에 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더불어 전공하고 싶은 전문 분야를 찾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부터는 이집트를 대상으로 한 공적개발원조, 곧 ODA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집트의 세계유산인 룩소르 신전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가 해외 원조 수혜국이었듯이, 이제 우리 문화재 전문인력이 해외 기술원조에 동참하게 되었다. 문화유산 복원에 관한 우리의 선진 기술력 지원 등 타 학과와도 연계하는 이집트 ODA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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