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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백석예술대학교 영상학부 박은애 교수 - “ 성실과 끈기가 가장 빛나는 재능이죠”

글·사진 편집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 그림에 목소리와 움직임, 배경음을 삽입하는 예술 분야, 또는 그 분야를 이용하여 촬영한 영상을 일컫는다. 이 모든 제작과정을 아우르며, 예산 수급까지 총괄하는 업무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의  몫이다.  15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이자  현재는 백석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은애  교수를  만나  애니메이션  PD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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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버스 타요>, <뽀로로 한국 대모험>, <허풍선이 음악쇼>의 공통점은? 모두 E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애니메이션 타이틀이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현 백석예술대학교 영상학부장인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박은애 교수가 제작총괄로 참여했던 작품들이다. 특히 <허풍선이 음악쇼>는 2021년 박 교수에게 WAF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어워드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상’을 안긴 작품이다.


  박 교수는 “초기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밤샘하며 힘들게 일하던 기억을 모두 잊게 할 만큼 값진 보상과 보람을 느끼게 해준 수상이었다.”라며 소감을 들려주었다. 지난 10월 19일, 박 교수를 만나기 위해 찾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소재 백석예술대 캠퍼스 교정에는 2024년 수시 실기전형을 위해 방문한 고3 학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오갔다. 미래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 학생들의 애니메이터로서의 꿈이 이곳에서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다음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박은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하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가 하는 일을 소개하면?

  애니메이션 영상제작 프로젝트를 위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스토리 구성에는 또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여 아이디어로 구현해 내는 역할을 맡는다.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예산 수급은 물론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터 등 제작 스태프의 구성과 업무 조율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한 마디로 애니메이션 영상작품의 ‘제작총괄’ 업무를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유년 시절부터 애니메이션 영화와 만화를 좋아했다. 특히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즐겨 보곤 했었다. 학부과정을 마치고 유학을 결정해야 할 때, 잠시 일본행을 떠올렸을 정도다. 월트디즈니의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들 역시 즐기게 되면서 미국에서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게 되었다. 주 전공이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 영상기획연출, 융복합 실감 콘텐츠, 게임 영상 등이다. 대학원 공부를 마치면서 어렸을 적 꿈대로 애니메이션 영상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 <허풍선이 미술쇼> (사진 제공_EBS)


셋, 학부에서는 영상학, 석사는 컴퓨터 아트를, 박사과정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융합콘텐츠 운영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이용하여 상품을 다양화하는 것이 당시 업계의 커다란 흐름이었다.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R), 게임엔진 등 영상 콘텐츠를 다양하게 융복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아트는 물론, 컴퓨터 공학의 기술 영역까지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영화의 시각 특수효과(VFX) 제작부터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업무까지 유용하게 적용해 올 수 있었다.



<뽀로로의 잉글리시 쇼> (사진 제공_EBS)


넷, 영상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선보인 첫 작품, 그리고 대표작은?

  현업에서의 첫 영상 프로젝트는 미국 드라마 <플래시 고든(Flash Gordon)>의 VFX, 곧 CG 특수효과 제작이었다. 이후 귀국하면서 몇몇 프로젝트의 VFX 제작에 더 참여했다.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총괄인 프로듀서로 전향하여 일하게 되었다. 유년 시절 꿈인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프로듀서로서 참여한 첫 작품이 TV 시리즈 <꼬마버스 타요 시즌 1, 2>다. EBS를 비롯하여 여러 채널에서 방영한 작품이다. 2012년에는 역시 EBS에서 방영한 <뽀로로 한국 대모험>, <뽀로로의 잉글리시 쇼> 등 ‘뽀로로’ 스핀오프 시리즈의 제작총괄을 맡아 진행했다. 

  이어서 이곳 학교로 옮기기 직전까지 제작총괄 및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던 작품이 <허풍선이 음악쇼>를 비롯하여 <허풍선이 미술쇼>, <허풍선이 과학쇼> 등이다. 시나리오 작업까지 병행하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샘솟곤 했던 프로젝트였다. 특히 <허풍선이 음악쇼>는 EBS를 비롯하여 전 세계 30개 국가 이상의 채널에서 방영된 바 있다. 


다섯,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보람, 그리고 애로사항이 있다면?

  프로듀서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첫 방영, 또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크레디트 타이틀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애환들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프로듀서는 해외 마켓에서 뜨거운 반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낀다. 해외 ‘애니메이션 서밋’ 피칭(스타트업 회사가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발표)에서 내 명함을 받기 위해 방송관계자들이 길게 줄을 설 때, 신작을 기획한 프로듀서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끼곤 한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는 프로젝트 전반을 조율하고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수반하는 애로사항도 많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마감 기한 미준수, 또 ‘한 컷만 더’를 고집하는 작업자들을 설득하고, 다독이는 일도 프로듀서로서는 매우 까다롭고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학생들과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박은애 교수학생들과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박은애 교수


여섯,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주소는? 그리고 미래 전망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세계시장과 견주어 아직은 그 규모 면에서 협소한 편이다. 주 소비층도 아직은 한정적이다. 2021년에 공개된 총 72편의 국산 상업 애니메이션 중 유아·아동 대상 3D 애니메이션이 55편을 차지한다(출처: 「2022년 애니메이션 산업백서」). 현재로서는 유아·아동 대상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산업의 양적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나와야 할 시점이다. 덧붙여 시나리오 작가 등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 창작인력 양성 또한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또 다른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경계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웹툰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세계시장은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향후 2025년까지 연평균 29% 성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에 대한 투자도 콘텐츠산업 간 연계 등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다. K-팝, K-영화 등 한국 문화콘텐츠의 전반적인 가치향상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평가를 얻고 있다. 




TIP BOX | 애니메이션 PD에게 필요한 역량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로 일하려면 가장 중요한 역량이 작업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초중고 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드로잉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전공자라면 상급학교 진학이나 진로 선택에서 다소 유리하다. 또 애니메이터로서 첫발을 들여놓았다면, 무조건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며, 프로젝트 하나는 끝까지 완성해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업무영역에서는 그만큼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으로는 ‘성실과 끈기 있는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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