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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 센트위키 김혜은 대표 - “상상 속 향기를 만들어 내는 매력에 푹 빠졌죠”

글·사진 편집실

  조향사는 ‘향을 만드는 사람’이다. 여러 향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들고, 제품에 향을 덧입히는 향 전문가다. 이전까지만 해도 화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화장품업계, 혹은 식품회사에서 일하면서 향 전문가로서 활동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센트위키 김혜은 대표처럼 취미생활을 뛰어넘어 제2의 새로운 직업으로 조향사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의 진입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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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의 모든 향기를 리뷰한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향수하우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센트위키 김혜은 대표가 조향사로서 내세우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2018년 향수 브랜드 센트위키를 출시한 김 대표는 현재 향 관련 콘텐츠 제작자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다양한 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500여 개가 넘는 향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향수 영상 리뷰만 100개가 넘는다. “향수를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라는 각오로 시작한 일이었다. 


  김 대표는 “향수는 타인의 취향을 의식하기보다는, 향을 느끼면서 내가 즐겁고, 행복해지면 그것이 바로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라고 조언한다. ‘향 산업의 백과사전’ 같은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현재로서는 센트위키의 향 제품이 대중성보다는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독창성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귀띔한다. 다음은 조향사 김혜은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조향사가 하는 일, 그리고 센트위키를 소개하면?

  조향사는 ‘향을 만드는 사람’이다. 조향사의 업무는 화장품과 관련한 향장, 식품과 관련한 식향 등 두 영역으로 크게 구분한다. 센트위키는 조향사가 되고 나서 2018년 창업한 브랜드다. ‘향 산업의 백과사전’과 같은 브랜드가 되자는 의미로 짓게 되었다. 센트위키에서 향 제품을 선보이기 전에 먼저 시작한 사업영역이 향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이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이 향수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향수 리뷰다.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향수 리뷰 영상을 업로드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향수 관련 영상과 글을 쓰면 질문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조향사로서 속 시원하게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향수하우스 센트위키가 현재 추구하는 브랜드 전략은 니치향수(Niche Purfume)다. 니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아(Nicchia)’에서 유래한 말이다. 소수를 위한, 제한된 고객을 위해 최상의 원료로 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둘, 조향사가 된 계기는?

  ‘새로운 취미생활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조향학원에 등록한 게 계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 관련 회사에 8년을 다녔었다. 조향을 배워보니 일상에서 향이 들어가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었다. 조향을 배우는 동안 조향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때 향을 다루는 데에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듣곤 하였다. 마침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인 회사를 차렸다. 기업이다 보니 수익 창출 모델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초기에는 향 만드는 일보다는 향 관련 마케팅, 영상제작 등의 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2020년부터 향수하우스 센트위키 브랜드의 차량용 디퓨저, 핸드크림, 바디워시, 그리고 향수까지 출시하였다.

‘향 산업의 백과사전’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김혜은 대표‘향 산업의 백과사전’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김혜은 대표


셋, 조향사로서의 활동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시작하게 되나?

  아직 국내에 조향사 관련 국가자격증 정규코스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각 민간 교육원에서 교육 수료 후 별도의 자격검정시험을 거쳐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이 통용된다. 또 일반적으로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화장품이나 식품회사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면서 조향을 따로 공부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에서 화장품학이나 향료를 배울 수 있는 학과가 개설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학원에 다니면서 조향의 기초부터 하나씩 새로 배워나가야 했다. 


넷, 조향사가 하는 일의 장점, 매력은?

  조향사의 장점은 내가 상상하는 향기를 그대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향수 소비자들은 대개 본인이 사용하는 향수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향을 소유하고, 느끼고 싶어 공개를 꺼리는 경향도 존재한다. 조향사로 일하면서 내가 선호하는 향을 내 맘대로 만들고, 그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다섯, 조향사로 일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센트위키가 소규모 기업이다 보니 향료를 구매할 때 애로를 겪곤 한다. 수입 향료의 경우 유통에서 대기업이 우선이다. 자금력이 없는 소규모 회사로서는 뒤로 밀릴 때가 많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 향료의 경우 수량 제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유통 경로 자체도 원료의 안전성 등의 문제로 인해 폐쇄적이기도 하다. 신생기업 센트위키로서는 쑥쑥 성장하여 필요한 향료를 제때 구매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더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향수하우스로서 발돋움하는 것이다.


여섯, 국내 향기 산업의 생태계를 소개하면? 그리고 직업인으로서의 미래 전망은?

  국내 향 산업은 앞으로 무한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최근 스킨케어 부문에서 무향 제품도 선보이긴 한다. 향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다. 하지만 향수와 디퓨저 등의 향 산업은 해마다 10∼15%씩 성장해 왔다. 소수의 제한된 고객만을 위한 니치향수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현재 국내 향 산업의 매출 규모는 약 5,000억 원 선으로 추산한다. 프랑스, 미국 등 글로벌 선도시장까지 가세하면 이보다 훨씬 더 커지는 조 단위 규모다. 향 제품의 대표인 향수를 정의하자면, 한 마디로 사치품 중 하나다. 그러하기에 고객들은 향수에 대한 기대와 욕망을 늘 꿈꾼다. 글로벌 향수 시장에서도 그렇고, 국내도 마찬가지다. 니치향수에서 기존의 명품 브랜드까지 새로운 향수 브랜드가 계속해서 탄생하는 이유다.



일곱, 조향사로서 향후 계획은?

  향수 리뷰 영상으로 대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향에 대한 정보를 표준화시키는 작업이다. 현재도 향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구매자들을 위해 향수 자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브랜드별로 영상 리뷰를 하고 있다. 향의 느낌은 어떠한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 향수와 잘 어울리는 옷은 어떤 재질의 어떤 스타일인지, 이 향수로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지 등등. 조향사로서 향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영상으로 담는다. 말 그대로 ‘향수 영상 위키피디아’다. 또 곧 향수와 관련한 책 출판도 계획 중이다. 조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의 책을 쓰고 싶다. 조향사로서의 또 다른 꿈은 향수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피피어워드(FiFi Awards)를 수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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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 조향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미래 직업으로 조향사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먼저 다양한 감각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권하고 싶다. 향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일례로 나프탈렌 향처럼 처음에 낯설고 친숙하지 않던 향도 희석하면 할수록 우아한 꽃향기를 낸다. 향을 느끼는 감각은 한 번 차단하다 보면, 그 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맛을 느끼는 데에 빠져서는 안 되는 식향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식향과 관련한 조향사를 꿈꾼다면 특히 보는 감각까지도 잘 익혀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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