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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엔지니어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지능창의연구소 소장 “ 인공지능으로 더 윤택한 삶을 만들어 갑니다”

글·사진 편집실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한 직업영역은 무척 다양하다. 인공지능 연구자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 그리고 모든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융합하는 전문가인 ‘프롬프팅 엔지니어’까지. 이제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형 AI 챗GPT 시대로까지 진화하였다.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지능창의연구소 소장을 만나 인공지능 개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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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광역시 유성구 소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의 한 공간을 일컫는 이름 ‘세바소’. ‘세상을 바꾸는 소프트웨어 기술 창출’의 줄임말이다. 이곳 ‘세바소’에서, 남극에서 온 펭귄 친구 ‘펭수’와 만났다. ETRI와 EBS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영어학습시스템 ‘펭톡(PENGTALK)’ 앱을 통해서다. ‘펭톡’은 영어학습에 AI의 음성인식 대화기술을 활용한다. 이 ‘펭톡’ 앱을 통해 학생들이 펭수와 1:1 대화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인공지능 기반 교육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이가 바로 ETRI 초지능창의연구소 민옥기 소장이다. ‘펭톡’ 외에도 ‘엑소 브레인’, ‘지니톡 GO(통·번역 시스템)’ 등 그동안 인공지능 엔지니어로서 다양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직접 개발에 참여한 시스템이 기업에 기술 이전되고, 공공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때마다 개발자로서 무한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민 소장이다. 다음은 인공지능 엔지니어 민옥기 소장과의 일문일답.


하나, 본인 소개 및 초지능창의연구소에 대해 소개하면?

  올해 2월, 우리 원의 조직개편이 단행되면서 새로 출범한 초지능창의연구소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초과학기술 연구부터 로봇, 모빌리티,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기술개발과 관련한 총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둘, 인공지능 엔지니어가 된 계기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여 재직 초기에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박사과정 중 연구주제와 학위논문이 인터넷 공간에서 끊김이 없이 동영상을 전송하는 방법론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인공지능과 연관된 ‘뉴럴 네트워크’ 분야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빅데이터 붐이 일면서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연구 활동에 계속해서 참여했다. 인공지능 연구개발자로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교육시스템 ‘펭톡’을 개발한 연구원들영어교육시스템 ‘펭톡’을 개발한 연구원들


셋, 그동안 참여한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EBS에서 제공하는 영어교육시스템 ‘펭톡’을 우리 연구원과 함께 개발했다. 또 세종연구소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한국어교육시스템도 선보였다. 이 한국어교육시스템은 K-한류와 함께 동남아 지역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은 인기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국내 다문화가정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국어교육시스템도 새로 구축 중이다. 또 영문독해를 대화 형식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문답식으로 주고받는 영어교육 AI도 개발 중이다.

  2016년에는 ‘엑소 브레인’ AI를 선보였다. 당시 EBS <장학퀴즈>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 ‘엑소’가 기존에 장원을 차지했던 학생들을 제치고 우승을 한 바 있다. ‘엑소 브레인’에는 또 질문을 하면 척척 대답해주는 인공지능 ‘QA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국회에서 법령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검색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또 AI의 시각지능을 적용한 동영상의 행동 인식기능으로 쓰레기 불법 투기 장면을 잡아내는 시스템, 길에 쓰러진 사람을 탐지하는 시스템 등을 개발, 현재 대전광역시에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개별 프로젝트로는 데이터를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인 ‘에지 AI’, 도로의 교통환경 흐름을 측정하는 AI 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넷, 생성형 AI 이용이 늘면서 정보의 정확성 및 편향성, 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생성형 AI의 정확성 논쟁은 기반 모델이 가진 고질적인 면이기도 하다. 생성형 AI의 목적이 바로 정확성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이용자들이 AI를 무한정 신뢰하기보다는 팩트체크 과정을 거치면서 늘 검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같은 AI의 부정확한 거짓 정보(할루시네이션_환각) 등과 관련 이탈리아에서는 13세 이하는 생성형 AI 이용을 금지하도록 규제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의 편향성 논쟁은 개발자들이 함께 늘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AI 시대에 교육의 책임성 중 하나는 디지털 격차 해소 문제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때, 노년층의 AI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디지털 교육에 좀 더 힘써야 한다. 디지털 기기의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기술은 좀 더 친절해져야 하고, 친절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섯, 관련 기술개발과 정책 등 우리나라 AI 생태계의 현주소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은 대기업과 양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구글과 경쟁할 수 있는, 양대 검색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AI 생태계에서도 해외 리딩기업과 견주어 기술격차는 거의 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다만 데이터 구축 및 대규모 컴퓨팅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거대 생성형 AI 서비스는 대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도의 정확성을 확보해야 하는 AI 기술개발은 소규모 기업, 또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여섯,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인 싱귤래리티(Singularity), 곧 ‘특이점’의 시대가 오는데...

  아직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이지만,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기는 머지않아 만나게 된다. AI의 기술발전 속도로 보면, 지식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AI가 인간을 추월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딥러닝 등을 통한 초거대 생성형 AI의 자율성장기술 역시 결국 인간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 그 주체인 인간이 미리 겁을 먹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곱, 인공지능 엔지니어로서 향후 계획은?

  인공지능의 파편화된 기능들을 통합하는,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개발 중이다. 컴퓨터 안에 갇혀 있는 생성형 AI와는 달리, 일상생활의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일이다. 현재 상황에 맞는 대화기술을 적용하고, 시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예를 들면, 오늘과 같은 인터뷰 자리에서 “너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다면, “그럼, 이번 질문의 대답은 제가 할까요?”라며 바로 응대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2년 후쯤 기본적인 틀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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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 AI 관련 직업군에게 꼭 필요한 ‘몇 가지’

  인공지능 개발과 관련한 직업인은 매우 다양하다. 인공지능 연구자, 인공지능을 타 산업에 접목하여 서비스를 창출하는 사람,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 또 AI 반도체 관련 종사자도 포함한다. 인공지능 연구 분야는 수학이라고 할 만큼 수학적 이해력이 기본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역량도 물론 중요하다. 광의의 직업으로 보면,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생물, 기계, 법률, 의학, 회계 등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하여 융합하는 전문가도 ‘AI 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프롬프팅 엔지니어’로 따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인공지능 개발자로서 필요한 첫 번째 역량은 앞서 언급한 수학적 이해와 같은 ‘논리적인 사고력’이다. 두 번째는 ‘토론 역량’이다. 인공지능 개발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전개된다. 각자 타 분야에서 일해 온 만큼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꼭 필요하다. 세 번째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다. 데이터를 제대로 읽을 줄 알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꼭 필요한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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