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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지역가치창출가) 박준규 서피비치 대표 - 여행자의 ‘로망’과 ‘결핍’을 채우는 바닷가를 기획하다

글·사진 편집실

  지역 문화, 관광 및 자원을 비즈니스모델에 접목하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 박준규 대표. 여행자의 ‘로망’과 ‘결핍’을 채우고자 했던 그는 오랜 시간 바다를 배우며, 그곳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대한민국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인 양양 하조대 바닷가에서 BTS보다 인기가 많다는 박준규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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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하조대 바닷가에 도착하자 먼저 환영하는 건 트로피컬 하우스 음악.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해변에 들어서니 노란 나무 팻말의 ‘SURFYY BEACH’가 인사한다. 한쪽으로 늘어선 서핑보드와 곳곳에 놓인 파라솔과 빈백, 태닝존, 그리고 디제잉 부스가 보이는 선셋바, 서핑강습 중인 사람들. ‘어? 여기가 한국이라고?’ 마치 외국의 유명한 해변을 보는 듯한 느낌의 서피비치. 군사지역으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다 40년 만에 개방한 청정해변을 ‘대한민국 최초 서핑 전용 해변’으로 재창조한 이는 서피비치 박준규 대표다. 


  이제 양양 바닷가는 연간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자, 서피비치 선셋바에서 열리는 일몰 후 파티에는 많게는 하룻밤에 1,500명이 참여한다. 여름만 찾는 바닷가라는 오명을 벗고 1년 내내 찾을 수 있는 바닷가를 기획한 그가 여행자들의 ‘로망’과 ‘결핍’을 채운 결과다. 광고기획자로 부산 해운대에서 광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박 대표의 경험과 실패, 오랜 기다림으로 탄생한 서피비치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그는 앞으로도 지역환경과 문화적 자산에 혁신과 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박준규 대표와의 일문일답. 


일몰 후 파티가 열리는 서퍼비치 선셋바일몰 후 파티가 열리는 서퍼비치 선셋바


서핑 전용 해변으로 서퍼들을 위해 비치된 서핑보드서핑 전용 해변으로 서퍼들을 위해 비치된 서핑보드


하나,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그간 해온 일과 과정을 소개 부탁드린다.

  광고 일을 하면서 운 좋게 프로젝트를 해운대에서 진행하게 됐는데, 그 일이 멋있어 보여서 서울 일을 그만두고 그곳에서 3년을 머물렀다. 그러면서 바다와 관련된 법률들을 확인하고 배웠다. 이후 강원도 강릉에 출장을 왔다가 문득 깨달았다. 해운대는 관광지로서 많이 발전했는데 내가 고등학교를 나온 강릉은 그에 비해 뭔가 아쉽다는 거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강원도로 오게 됐다.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레저로 서핑을 선택하고 서핑이 가능한 곳을 찾아보니 양양이었다. 


  서피비치는 3단계로 진행됐는데, 처음엔 서핑 전용 해변으로 허가받는 게 어려워 바다와 떨어진 곳에서 4년간 허가를 준비하고, 5년째에 해변으로 들어오게 됐다. 이후 여러 번의 전략 수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9년이 걸렸다. 현재 서피비치에서는 서핑은 물론 페스티벌 같은 주야간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휴사는 28개에 이른다.

9년에 걸쳐 대한민국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을 만든 박준규 대표9년에 걸쳐 대한민국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을 만든 박준규 대표


 둘, 양양의 서피비치는 현재 강원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힌다. 지역 상품으로서 서피비치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서핑을 할 수 있는 바다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 해안은 굴곡이 져서 침식되고 퇴적되고 하는데, 얕은 곳에서 파도가 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양양을 찾게 됐다. 기획할 때부터 여행자들의 로망과 결핍을 반영하고 그것을 우리 스타일대로 해결하고 공감을 얻으면 사업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관심을 받는 분야로 바다는 제격이다. 누구나 바다에 오니까. 


  특히, 여행은 대전제가 있는데 바로 ‘약속’이다. 1년 내내 언제 오든 비슷한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는 여름을 제외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1년 내내 준비해 놓고 맞이하겠다는 약속, 이제는 여행객들이 이 약속을 믿고 이곳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 갔을 때 느낄 법한 것들,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거나 주야간에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 등을 해변에 적용하여 여행자들의 로망을 충족시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전국 서퍼들이 찾는 명소가 된 양양 바닷가전국 서퍼들이 찾는 명소가 된 양양 바닷가

 셋,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그간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을 때는?

  보람과 성취감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고객, 동료, 지역에 이득이 돌아간다고 생각할 때 가장 크게 느낀다. 이곳에서는 매주 제휴사가 여는 파티가 열리는데, 800석 규모에 약 1,000~1,500명이 모인다. 입장권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기는 파티라 회사에 소득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여기 오신 모든 분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특히, 서피비치는 지역의 자연환경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의 환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 이는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우리가 노력을 쏟는 일이 무엇이든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 자체에 큰 보람을 느낀다. 여름이 지나고 나면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행을 갈 때가 있다. 초창기에서는 누구도 밥값을 안 냈다. 각자 내거나 이장님이 내셨는데 지금은 서로 밥값을 내려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지역주민들도 많이 알아주고 반기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넷,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궁극적인 역할은?

  지역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지역에서 실패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 바란다면 이곳을 찾는 모든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고, 로컬 크리에이터가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라 믿는다.



 다섯, 미래의 직업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편한 도시가 아닌 왜 시골에서 살까’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시골을 선택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도시 삶이 안 맞는 사람들이 돈을 조금 덜 벌고 윤택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현재 경험이나 자연 속 삶을 동경하는 경우다. 그리고 나처럼 지역에 사업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서비스업은 관심-이해-공감 3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인 관심이 어렵다.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일을 해야 하는데, 로컬 크리에이터의 경우 자연이 이를 대신해준다. 그러나 이해 단계에 이르기가 어렵고, 공감하는 모수가 도시보다 적지만 우리가 하는 사업이 어떤 건지, 어느 정도인지 계속 고민하다 보면 답이 나온다.


  흔히 서비스업에서는 마케팅이나 상권 등을 보고 관심 단계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지역 자연을 기반으로 하니까 사업이 성공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실패할 확률은 낮다. 



 마지막,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6살 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미래에 행복을 위해서 지금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다. 10대의 삶이 공부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교양있는 사람이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양이라는 것은 사람이 다양하다는 걸 인정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만 있어도 좋겠다. 그렇게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면 어느 순간 기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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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 로컬 크리에이터 진로 TIP!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하여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제품, 공간, 커뮤니티 공공재 등 유·무형을 포함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뤄 관심 분야가 넓으면 유리하다. 대학 관련 전공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광고와 홍보 관련 지식과 실무능력을 쌓아두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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