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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디자이너_ ‘아이디얼 가든’ 임춘화 대표 - “ 아날로그 감성으로 오롯이 피워내는 행복이죠”

글·사진 편집실

  정원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건축물을 짓듯이 정원의 설계에서부터 시공관리까지 총감독의 역할을 맡는다. 정원 디자이너가 되려면 가장 먼저 식물을 좋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식재 디자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세대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해 오고 있는 ‘아이디얼 가든’ 임춘화 대표를 만나 정원 디자이너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직접 가꾼 개인 정원에서 활짝 웃고 있는 임 대표직접 가꾼 개인 정원에서 활짝 웃고 있는 임 대표


  나무 계단으로 올라서자, 봄꽃이 가득한 화원이 펼쳐졌다. 튤립, 수선화, 비올라, 산매화, 영산홍, 매발톱꽃, 산앵두꽃, 철쭉…. 정원 디자인회사 ‘아이디얼 가든’ 임춘화 대표가 정성 들여 가꾸는 개인 정원이다. 20여 년간 정원 디자이너로 살아온 임 대표가 2년 전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가꾸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 정원 디자인의 첫 세대로 손꼽힌다. 훗날 정원 디자이너의 삶을 예견한 운명적인 작명이었을까? 산에서 약초 캐는 일로 다섯 자녀를 대학까지 공부시켰다는 그녀의 부친은 딸의 이름을 ‘봄꽃’으로 지어주었었다. 


  임 대표는 영국 리즈메트로폴리탄 대학교와 영국 왕립원예협회 할로카(Harlow Carr) 가든이 개설한 정원 디자인 과정(2004년)을 이수했다. 서른 후반이 되어 떠난 유학길이었다. 귀국한 뒤 참여한 첫 정원 프로젝트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허브빌리지. 이후 대우·위례 푸르지오 아파트 작가정원, 순천만 정원박람회 SK정원, 경기정원박람회, 서울정원박람회 등 수많은 정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현재 정원 디자이너 교육과정인 ‘가든 디자인 스쿨’을 운영 중이며,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조경·생태복원 전공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정원 디자인의 교과서라 할 <행복한 놀이, 정원디자인>을 2010년 펴냈다. 또 우리 환경에 특화된 식재 디자인 실용서 <정원의 식재 디자인>도 새로 출간했다. 임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정원의 식재 디자인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다음은 임춘화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정원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건축물을 짓는 데는 건축가의 설계가 필요하다. 정원 디자이너도 그와 마찬가지다. 디자이너가 정원을 구상한 후 상세 설계도면을 그리고, 시공관리까지 총괄하게 된다. 공간 및 식재 디자인을 한 후에는 그것과 잘 조화할 수 있는 산책로, 쉼터, 조형물 등을 배치한다. 정원 설계에서는 특히 식재 디자인이 중요하다. 식물의 생태, 환경, 형태, 질감, 개화 시기 등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그리고, 그에 따라 시공하게 된다. 지금 이곳 정원에도 현재는 봄꽃이 한창이지만, 계절마다 꽃피울 여러해살이 식물들이 땅속에서, 혹은 수풀 사이에서 만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하다는 임 대표아날로그 감성이 중요하다는 임 대표

둘, 정원 디자이너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경북 예천의 산골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부터 꽃과 식물을 좋아했다. 도시로 나오면서 결혼한 후에도 마당 있는 집에 살았다. 이때도 정원 가꾸는 데에 관심은 많았지만, 환경적 여건으로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었다. 온 가족이 떠난 영국 유학 중 왕립원예협회에서 운영하는 식물원엘 갔었는데, 그곳 정원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영국 정원은 초화(草花)와 교목을 활용하여 마치 풍경화를 그리듯 디자인하는 게 특징이다. 유학 당시에는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그저 배워두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정원 디자인 전문가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실제로 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가서 공부해 보니 영국 정원 디자인 교육과정은 그 긴 역사만큼이나 체계적이고, 커리큘럼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학 당시, 정원 디자인에 관한 전문용어도 모르고, 도구도 충분하지 않으니 무척 힘들게 공부해야 했다. 매주 수행해야 하는 과제 때문에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즈음, 마침 국내에서도 타샤 튜더의 정원 가꾸는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영국 정원에 관한 관심이 한창 고조될 때였다. 영국 스타일로 정원에 꽃을 심고, 가꾸어줄 전문가를 찾는 곳이 부쩍 늘어나던 시기였다. 영국 정원에 대한 강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이때 ‘가든 디자인 스쿨’ 교육과정도 개설하게 되었다.

임 대표가 직접 꾸민 자택 정원임 대표가 직접 꾸민 자택 정원



셋, ‘가든 디자인 스쿨’의 교육과정을 소개한다면?

  첫째는 실내 정원 등 개인 정원을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과정이다. 두 번째는 정원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한 식재 디자인 과정에 대해서 배운다. 그리고 세 번째가 정원 디자인 전문가과정이다. 앞의 두 과정은 8∼10주 코스로 운영되지만, 전문가과정은 교육 기간이 1년이다. 정원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설계, 만드는 과정 등 전 과정을 공부하게 된다. 



넷, 개인 정원 외에도 다양한 공공정원 프로젝트에도 참가했는데…

  공공정원 프로젝트에는 더 다양한 콘셉트와 그 가치를 담게 된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여울공원 작가정원인 ‘느릿느릿 걷는 구부러진 길’이 설계자로서 아끼는 공공정원 작품 중 하나다.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설계한 정원이다. 도시에서 직진으로 내달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춤’과 ‘쉼’을 제공하자는 콘셉트로 구상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식재 디자인 또한 봄, 여름, 가을 계절에 맞춰 균형을 잘 이루도록 설계하였다. 또 2021년에 진주 희망공원에서 ‘희망’을 주제로 한 작품, 위례 푸르지오 아파트의 ‘시간의 정원’ 설계에도 참여했는데, 두 공공정원 모두 개인적으로 매우 각별하고 인상적인 프로젝트였다.



다섯, 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은?

  이 일을 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다. 다른 집의 정원을 만들 때도 우리 집 정원을 가꾸는 마음인 양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곤 한다. 정원이 완성되었을 때의 성취감도 크며, 꽃으로 연출하는 결과물이 주는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정원을 바라보며 얻는 즐거움이 있다면, 정원을 직접 가꾸면서 얻는 즐거움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 측면에서 정원에서의 행복감을 누구나 누릴 수 없는 주거환경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더 많은 사람이 정원에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정원이 더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여섯, 정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우선 식물을 좋아해야 한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정원을 설계할 때, 식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식이 없으면 대개는 시설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한다. 정원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재료인 꽃을 다루어야 하므로 색채감각, 미술적인 감각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정원 디자이너 하면 호미 들고 땅 파는 노동을 떠올리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정원의 설계부터 시공관리까지 총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곱, 직업의 전망, 그리고 지망할 학생들에게 조언을 들려준다면?

  디지털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정원을 가꾸고 즐기는 아날로그 감성의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야외 정원이나 실내 정원 가꾸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수요가 더 늘었다. 


  이러한 아날로그 문화와 감성을 즐기는 중·고등학생, 그리고 청소년이라면 정원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학생들에게는 전망이 좋아서 선택하는 직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에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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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BOX | 정원 디자이너를 위한 진로 팁

  현재 활동하는 정원 디자이너 중에 조경학과와 원예학과 전공자들이 많다. 최근에는 새로운 직업에 재도전하려는 비전공자들의 진입도 늘어나고 있다. 정원 디자인 관련 교육은 ‘가든 디자인 스쿨’처럼 민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최근에는 산림청에서 정원 가꾸기와 관련한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또 각 시도 지자체에서도 ‘푸른 숲 아카데미’ 등처럼 정원 가꾸기 교육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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