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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자 장영복 - 신발끈 여행사 대표 “여행의 시작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이죠”

글·사진 _ 편집실

  기존에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내 상품화하는 일까지가 여행기획자의 몫이라면 이 야심 찬 기획을 누구보다 당차게 잘 해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배낭여행 1세대 여행기획자이며 30년 넘은 관록의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대표이다. 그동안 실크로드, 킬리만자로, 몽블랑, 산티아고 등 ‘지구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표방해 오며 ‘The different Holiday’를 개발하고 있는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대표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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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어드벤처 여행’(Adventure Travel)이라고 말한다. 이 여행의 장점은 휴양지나 호텔 숙박에 관련된 일반적인 여행상품을 넘어서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광범위하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좀 더 깊숙이,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여행의 묘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여행기획자는 여행자인 동시에 새로운 것을 향한 탐구자이며 차별화된 기획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일 터다. 


  배낭여행 제1세대 여행자인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대표에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국내 최초로 워킹 홀리데이 발급, 최초로 남극과 북극 여행상품 개발,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여행안내서 출판사인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국내 최초 정식 배부처로 계약을 맺게 되기까지. 과연 그에겐 ‘최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동안 여정들의 묵직한 갈피들이 있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여행 코스를 개발하여 국내에 널리 알려온 장영복 대표는 ‘지구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이라는 여행사 슬로건처럼, 그동안 현지 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드벤처 여행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또한 세계 최대 어드벤처 여행사인 G어드벤처 프로그램의 한국판매를 담당하고 근대 트레킹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뚜르 드 몽블랑(TMB)을 한국에 소개하는 등 트래킹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시초라 볼 수 있다. 또한 배낭여행자들의 바이블격인 ‘론리 플래닛’을 1993년에 국내에 처음 변역, 출간해 소개한 그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어드벤처 전문여행사와 여행상품을 연계해 판매해 왔다. 다음은 장영복 대표와의 일문일답.


하나, 여행기획자는 전문적으로 어떠한 일을 담당하는가?

  국내에는 아직 여행기획자라는 직업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보통 서구권에서는 여행업의 분류에 따라 호텔에어, 어드벤처, 크루즈, 버스 투어로 분류가 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여행 분류를 배낭여행, 패키지여행 등 고객에 맞춰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여행을 대하는 접근 방식은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기획자는 오퍼레이터(Operator)의 개념인 것 같다. 즉 어떤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만이 아닌, 그 상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북극점 도착 사진북극점 도착 사진

남극 셔틀랜드 군도와 남극반도 여행남극 셔틀랜드 군도와 남극반도 여행


둘, 여행기획자가 된 계기는?

  1988년 한국이 여행 자유화되기 1년 전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 시험을 봤다. 그때 당시 학생이었기에 해외로 나갈 방법이 어학연수밖에 없었다.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는 자비로 유학 시험이라는 것을 봐야 했다. 100점 만점에 60점이 넘으면 합격증을 발급받는 시험이었다. 어렵게 여권을 만들고 호주에 가서 아르바이트하며 어학연수를 했는데, 그때 인연을 맺은 학교와 계약을 맺게 되어 후에 한국에 귀국해 학생 비자 대행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없었기에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가게끔 중간에서 도와주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셋, 국내 배낭여행 1세대이다. 그동안 여행기획자로 활동해오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리모델링과 신축 공사를 하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 우리가 중간 역할을 맡게 됐다. 극지연구소에 발령된 건설 관련 종사자 70명을 쇄빙선을 빌려 태우고 남극에 내려준 후 혼자 배를 타고 돌아왔다. 국가적인 일인데도 불구하고 민간여행사가 중간에 도움을 준 형태가 된 것이다. 또한 몽블랑 트래킹, 실크로드 등 유명 여행 코스들을 직접 발굴하는 등 지금은 활성화된 대부분 프로그램을 최초로 개발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휠러 부부와 함께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휠러 부부와 함께


넷, 끊임없이 새로운 여행 분야를 탐색하고 개척해왔는데, 그러한 열정과 동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즉 건물주나 땅 주인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웃음) 가장 좋아하는 말이 ‘This is your planet.’라는 말이다. 당신의 행성인데 왜 안 가느냐란 뜻인데, 세계 전체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이 결국 여행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게끔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휴양을 위해 선택하는 여행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여행의 본질은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여행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했던 마음이 여행기획자로서의 길을 가게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보통 나이가 들수록 자기 길이나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경향이 있다. 나는 새로운 경험이 많다 보니 테두리 안에 자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똑같은 경로의 익숙한 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다섯, 여행기획자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자신 안에 많은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통 뛰어난 자질이 있어 창조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충분한 데이터를 자신의 안에 쌓아가는 것이 후에 좋은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획력도 마찬가지다. 내 안의 경계를 허물고 간접경험이든 직접경험이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여섯, 여행기획자의 미래 직업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고 서구화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옛날에 비해 각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분명해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과 요구들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 여행사에 따라 트래킹만 전문적으로 하는 여행사도 있을 것이며, 크루즈만 다루는 여행사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자질을 가진 여행기획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20~30년 전만 해도 여자 혼자 가는 트래킹은 희소했고, 여행 가서 누리는 기본적인 조건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사람들의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에 이러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유능한 여행기획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여행기획자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재미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학생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있고, 선택을 당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주변에 의해 선택을 당하는 시기다. 이 과정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현재의 공부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즉 주변 상황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내게 된 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도래하는 것 같다. 


TIP BOX______

여행기획자를 위한 진로 Tip

  여행기획자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이동수단, 경비, 관광지, 숙박시설, 편의성 등에 대한 정보를 탐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코스와 일정을 기획하고 총감독하는 자리다. 대학에서 관련 전공 또는 특별히 자격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관광경영학과, 관광통역과, 문화관광과 등을 나오거나 관광통역안내사, 국내여행안내사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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