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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상록학교 전공과 교사 사기범 검거 도와 지적장애 제자 지킨 13인의 영웅들

글_ 한명숙 명예기자

 

  SNS를 통해 지적장애인 학생들을 꾀어 대출을 받게 하고 그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의도된 친절함을 의심하지 않고 남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을 노린 계획된 범죄였다. 이번 사건에는 악랄한 범죄자의 희생양이 될 뻔한 지적장애 제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한 교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부천상록학교(교장 임종하) 전공과 13명의 교사들이다.

 

범죄의 희생양이 된 장애제자를 위한 고군분투
  부천상록학교는 유·초·중·고·전공과정의 지적장애 특수교육기관으로 42학급의 260여 명이 재학 중이다. 취업반과 생활반 2개 학급으로 운영되는 전공과에서는 18명의 학생들이 실생활 전반과 더불어 취업 현장에서의 적응훈련 교육을 받고 있다. 지적장애인으로서 서로 친구사이인 김 모 학생과 이 모 학생은 이 학교 전공과 학생들로, SNS로 접근한 21살 백 모씨 외 4명으로부터 “취직을 시켜주겠다. 복사나 가벼운 물건을 옮겨주는 일을 하고 월 170만 원 이상 벌 수 있는 회사이다.”라는 꼬임에 3월 15일 저녁, 집을 나갔다고 한다.
  학생들로부터 연락이 두절되자 교사들은 부모들에게 실종신고를 독려하고, 경찰조사를 도우며 학생들과 계속 연락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백 모씨 일당들은 범행기간 내내 두 피해학생들에게 회사 기숙사가 공사 중이라며 모텔에 투숙시켜 놓고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해도 찾을 수 없도록 손을 쓴 후, 학생들의 현금인출카드와 휴대폰을 모두 압수해 도망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실종신고 후 경찰의 수사를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핸드폰으로 가족들과 경찰에게 자신들은 잘 있다며 스스로 연락하게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치밀함도 열정적인 교사들의 사랑을 이길 수는 없었다. 실종 10일째인 3월 23일 전공과 교사 13명은 퇴근도 잊은 채, 마지막으로 휴대전화의 위치가 잡힌 강남 역삼동 일대에 전단지를 돌리며 수소문에 나섰다.
  “경찰에서는 정황상 납치나 구금이 아닌 단순 가출로 판단했기에 적극적인 수사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 전공과 선생님들은 성인장애인이라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는데 무게를 두고 초기에 찾아야한다고 판단했어요. 비상 탐색조를 꾸려 역삼역, 강남역, 신논현역 등으로 담당구역을 편성하여 탐색을 계획하여 학생들이 머물 곳으로 예상되는 찜질방, PC방, 호프집 등을 다 뒤져볼 생각이었어요.” 인터뷰에 응해준 전공과 최윤정 부장교사의 말이다.
  교사들의 애타는 마음에 화답하듯 이 모 학생으로부터 휴대전화 메신저로 편하게 자고 일어났다는 답장을 받고 강남 숙박업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조를 편성해 탐색을 시작했다.
  결국 전단지 사진으로 “오전까지 머물다 R호텔로 성인 남성 2~3명과 함께 이동했다.”는 M호텔 직원의 제보를 받고 R호텔로 교사 3명이 방문하여 사실을 확인한 후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에 알렸다.

 

서울강남경철서로부터 받은 감사장

 

비상탐색조 꾸려 강남 일대 숙박업소 조사
  신고 후 강남역삼지구대에서 나온 경찰들과 교사들은 계속 감시하며 피해 학생들을 수색하던 중 다음 날인 3월 24일, 학생들을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담임교사(손정은)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학생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제야 제대로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납치 열흘 동안 백 씨 등은 학생들을 유인해 휴대전화 7대를 개통하고, 대부업체에서 전화대출을 받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학생들 명의로 대출받은 돈에다 통장에 있던 돈까지 2천만 원 가량을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학생들에게 더 많은 대출을 받지 않으면 목포, 일본 등으로 팔아넘길 수 있으니 잘 하라는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수 있었던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고 학생들을 안전하게 가정으로 돌아가게 한 원동력은 바로 교사들의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윤정 부장교사가 대표로 서울강남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수상하게 되었다. 상금은 전액 상록학교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졸업생 사후 지도로 연락해보니 SNS로 접근해 친밀감을 형성한 후 사기를 치려는 시도가 또 있었습니다. 정말 간담이 서늘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의심하지 않고 사람을 쉽게 믿는 지적장애 학생들을 노리는 신종 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주의와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재를 마치는 자리에서 나온 전공과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생님 한 분 한 분을 마주하고 보니,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힘이, 용기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누구보다 우리아이들의 특성을 잘 알잖아요.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공과 선생님들이 똘똘 뭉쳤죠.” 범죄자들의 수법이 날로 치밀하고 악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장애 제자를 지키는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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