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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세계시민교육 페다고지와 실천을 위한 국제회의 교육을 통한 세계시민의 실현 모색

글_ 정용주 교육부 대변인실 교육연구사 사진_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제공

기조세션 3

분과세션 1

 

구성된 마음과 보편성의 문제
  송나라 사람이 예식 때 쓰는 모자를 잔뜩 가지고 월나라에 팔러 갔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는 문신을 해서 모자가 필요 없었다.
- 『장자』, 「소요유」 中
  송나라의 모자 장수가 월나라에서 모자를 단 한 개도 팔 수 없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는 문신을 해서 굳이 모자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모자를 팔려는 것은 모자 장수의 앞지른 마음이고, 월나라 사람은 모자가 필요 없었다. 그랬으니 월나라에 들어간 모자 장수는 허탕을 친 것이다. 송나라 모자 장수의 이야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독해가 가능하다. 우선 자기가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있고, 그 다른 세상 속에서 다른 풍속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송나라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모자를 팔아 큰돈을 벌겠다는 모자 장수의 어리석음을 문제 삼는 방식의 독해이다. 또 다른 독해는 모자 장수 자신이 구성한 마음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송나라 모자 장수는 월나라에 가서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이 송나라라는 특정 삶의 문맥에서 구성된 마음이고 이것이 다른 삶의 문맥에서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 예기치 못한 타자와 만나듯이 타자와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세계시민교육은 바로 이러한 두 가지 계기가 연속해서 펼쳐지는 공간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구성된 마음을 선입견으로 해서 낯선 지평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선입견은 깨지면서 새로운 지평의 융합이 일어난다. 이렇게 일면성과 특수성이 수정되고 보편성을 향한 새로운 관점이 생기는 과정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이다.

개회식

 

세계시민교육의 지역별 적용과 사례의 큰 흐름
  국제이해교육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는 올해로 3회차이다. 이 회의가 추구하는 방향은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육학적이고 실천적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시민교육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 그리고 평가, 교사의 역할 등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학교, 지역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동시에 고민되면서 이러한 고민들이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별히 올해 주제는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각양각색의 세계시민교육의 지역별 적용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그동안 세계시민교육이 지역적 맥락을 다소 소홀히 하면서, 보편적 범주와 개념을 지역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 치중해 왔다면, 올해 국제회의는 이를 보완하면서, 어떻게 보편을 지향하는 특수한 실천들이 지역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공유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세계시민교육을 맥락화한다는 의미에서 ‘지역’의 의미는 좀 복합적이다. 예를 들면, 지역을 하나의 국민국가 안에서 서로 다른 지방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 경기도, 서울시, 경상북도, 전라남도, 강원도 등 서로 다른 지방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주제들을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지역’의 의미를 하나의 국민국가로 접근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비교 단위는 필리핀, 대한민국, 베트남과 같은 국가가 된다. 이러한 방향에서 지역에 접근하게 되면,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필리핀에서 세계시민교육은 어떻게 접근되고 있는지, 또 전쟁과 분단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온 대한민국에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 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적용과 사례라는 국제회의 주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지역을 단위로 학교, 교육청, 지방정부, 그리고 관련 시민단체들이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세계시민교육 하니까 교육부, 교육청,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만 생각하기 쉬운데,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세계시민교육, 평생학생의 흐름 속에서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세계시민교육, 지방정부의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노력 등이 공유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지방정부가 지원하면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학생에서 자체 연구소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는 사례 등은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선순환하는 좋은 모델을 제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세계시민교육은 무엇인가?
  세계시민교육(GCED, 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은 2012년 유엔이 주창한 ‘글로벌교육우선구상’을 통해 소개된 개념으로,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이념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한 전지구화 현상은 세계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통합성과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국민국가(nation-state)의 경계를 넘어 유통되는 자본, 인력, 정보, 문화 등의 종류와 양이 현저히 증가함으로써 단위 사회의 다원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자신의 출생지가 아닌 국가에서 거주하는 전 세계의 이민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상호의존성과 연관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환경, 범죄, 질병, 전쟁 등 범지구적 차원의 관심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움직임은 직간접적으로 일상생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공동체 간의 상호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 개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 사회에 세계시민적 의식과 참여를 강조하는 세계시민교육은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적실한 의제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상이한 역사적 궤적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통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사회구성체의 기본 전제로 수용하고 있다고 해도 민족을 근간으로 형성되었던 ‘상상의 공동체’의 경계가 여전히 강력하다. 여기에 더해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극단적 전체주의, 원리주의도 문제이지만, 한 국가 안에서 분리주의 역시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의 국가 단위에서 작동하는 민주시민을 넘어서서 시민성을 이중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여기서 이중 시민성은 한 국가 안에서 시민과 세계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일상적 활동 무대가 지구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인권, 범죄, 환경, 분쟁, 기아 등과 관련된 전 지구 차원의 문제가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시민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시민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관망자’가 아니라 세계 공동체에 개입하고 활동하는 ‘참여자’로서의 세계시민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의 도전
  이번 국제회의 기간 내내 한편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지역화를 다른 한편에서는 보편적 세계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를 계속했다.
  세계시민교육이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인권 평화 생태 등 보편적 세계시민교육의 주제들을 위한 연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려는 노력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지역화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사례는 볼리비아의 부엔 비비르(buen vivir)와 대한민국의 홍익인간이었다. 부엔 비비르는 함께 더불어 좋은 삶이라는 의미로 볼리비아의 개정헌법에 추가된 조항이다. 특히 더불어 잘사는 좋은 삶이 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연과 더불어 좋은 삶이라는 부분까지 확장되면서,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으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헌법 조항으로 삽입되는 선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홍익인간도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이상에 부합하는 개념이다. 무엇보다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의미가 국민을 넘어서서 보편적 인간의 행복까지 확장된 의미라는 사실은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례는 지역화의 모범 사례이면서 동시에 보다 포용적(lnclusive)이고, 평화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세계시민 맥락화의 모범사례이다. 더군다나 폭력적 극단주의, 원리주의가 만연하고 빈곤, 기아, 청소년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미를 갖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시민교육이 여전히 도전받고 있다는 것이 공유되었다. 우선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한 교과서의 위상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도전이 있다. 다음으로 교육과정 설계에서 보편성과 지역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도 쉬운 주제는 아니다. 더 나아가 세계시민교육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미 교육학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현과 전수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한 토론, 현장과 연계된 배움, 지식교육을 넘어선 정서와 태도, 공감 교육의 중요성 등은 세계시민교육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또한 분할된 교과로 나눠진 지식체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도전이 되고 있다.

시상식

 

세계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지만 한국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이슈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화이다. 한국에서는 평화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이렇게 한국의 맥락에 맞게 세계시민교육을 현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말이 나라마다 이슈가 되는 것을 가르치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브렉시트의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 같지만,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이 거주하면서 난민 수용과 관련한 찬반 논쟁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논쟁이 되는 이슈를 빼는 방법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대신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이슈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연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계시민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세계시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도입 부분에서 인용한 송나라 모자 장수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다. 모자 장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타자와 만난다는 것은 이성적인 만남, 합리적 토론으로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이라는 데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즉, 장자가 권하는 타자와 소통은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대화와 토론 그 결과로 이루어지는 동의와 일치가 아니라 삶이 이루어지는 맥락에서 실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와 타자를 고착된 자의식에 근거한 인식 대상으로 삼으며 공생하는 것은 결국은 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타자를 삶의 짝으로 받아들이면서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시민교육의 더 풍성해진 사례들이 모이는 내년 국제회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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