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이형주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사
싱가포르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국제 학업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으며, 싱가포르 수학교육은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수학을 주 영역 교과로 실시한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주관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2012에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가 554점으로 5위를 한 것에 비하여 573점으로 2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우수한 수학교육은 이미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연구대상이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름 수학교육의 우수성을 자부하는 한국의 수학교사인 필자에게 싱가포르가 보여준 PISA2012의 결과는 흥미로웠으며,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재직해온 3년 동안 싱가포르의 수학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현지에서 피부로 느낀 싱가포르의 교육은 매우 개방적이고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자국만의 특색있는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본 글에서 필자는 현지의 수학 교수, 교사 등 교육전문가, 학교방문, 연구모임, 현지 학교 수업 관찰, 싱가포르 수학교육 관련 자료 등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수학교육의 교육과정, 교과서의 구성, 수학 수업 및 학생 평가 방법 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싱가포르 수학교육의 교육과정
싱가포르의 교육은 국가 수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단위 학교의 실정에 맞춰 이루어지고 국가수준의 평가1)를 통하여 학생들의 진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수학교육과정의 목표는 모든 학생들이 미래의 삶을 준비하고 개개인의 필요와 능력에 맞는 성취를 할 수 있도록, 수학적 개념의 이해와 적용, 수학적 문제해결,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함양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기초를 튼튼히 하고 중등과정에서는 수학적 힘을 강화하며, 전-대학과정에서는 대학교육을 위한 준비에 해당하는 수학교육이 이루어진다. 수학 교육과정은 초등, 중등, 전-대학과정2)에서 공통적으로 실생활 수학과 연속적인 수학학습을 위한 수학적 개념과 기능의 습득, 문제해결을 위한 수학적 사고, 추론, 의사소통, 적용 및 초인지적 사고 능력을 개발하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키우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나선형 교육과정을 통하여 그 내용이 심화, 확장되도록 구성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문제 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의 6가지 수학 교과 역량과 학년에 따라 학습 내용이 심화, 확장되는 우리나라의 2015교육과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교육과정에 나타난 학습 요소는 초등 수학의 경우 자연수, 분수, 소수, 퍼센트, 비, 속력, 대수, 기하, 측정, 자료 분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학교에서는 수와 대수, 통계와 확률, 기하와 측정 등 세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의 범위와 내용이 확장되고 개념의 심화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2015 수학과 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서 ‘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 등의 5개 영역, 중학교에서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확률과 통계’의 5개 영역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하였을 때, 전체적인 내용 영역은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수준별 교육과정과 서술형 중심 평가
싱가포르의 교과서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수학적 개념과 주제에 맞게 구성되며 다양한 유형의 문제 제시와 학습을 통하여 개념 설명이 되도록 하였다. 또한 그림이나 도식 등의 시각화로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탐구, 토론, 연습 등 학생 중심의 활동이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도록 교과서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의 교과서가 개념적인 설명에 충실한 반면, 싱가포르의 교과서는 수학적 개념에 대한 설명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문제제시를 통하여 개념의 이해와 확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학 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사가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학습 자료와 설명을 통하여 개념을 배우고, 교과서에 주어진 기본, 보통, 심화 단계의 수준별 문항을 통하여 연습한다. 그리고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의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학습한 내용을 다지게 된다. 또한 초등학교 5학년 이후부터는 학습상황에서 계산기와 컴퓨터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싱가포르 학교의 시험은 보통 한 학기동안 2~3회가 실시되며,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최대한 충실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수학시험은 보통 Paper1과 Paper2로 구분되어 실시된다. Paper1은 수학적 개념과 수학적 문제해결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며, Paper2는 수학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로 이루어진다. 특이할 만한 것은 싱가포르 학교 수학 시험에는 초등학교 이후 선다형 문항은 없으며 다단계 단답형 또는 서술형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초등학교 5학년 이후부터는 시험에서 계산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에 대해 과정과 결과를 모두 고려하여 채점을 하는 싱가포르의 수학시험은 수학교사들에게 채점을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현지 학교에서는 시험 이후 채점을 위한 날이 정해져 있고 학생들은 등교를 하지 않는다. 이후 채점이 끝난 후에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출제된 문항에 대한 풀이와 설명을 하며, 학생들은 자신의 것과 비교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갖는다. 싱가포르의 학교 시험은 우리나라가 선택형 문항의 비중이 큰 것과 계산기의 사용이 금지된 것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 수학교육이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싱가포르 수학교육의 특징은 다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싱가포르 학교 수학은 학생의 능력에 맞는 수준별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있고 실제적인 수업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중등(Secondary School)의 경우 학생의 수준에 따라 Normal Technical Mathematics, Normal Academic Mathematics, Express Mathematics 등으로 교육과정이 수준별로 편성되어 있다. 둘째, 수학교과서는 탐구활동, 연습, 토론 등 학생활동이 많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셋째, 수업에서 계산기, 컴퓨터 등의 공학적 도구의 사용이 활성화 되어 있고, 시험에서 계산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넷째, 평가문항은 학생의 사고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며, 학생의 능력을 최대한 평가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교육과정 운영, 평가 시 학생들의 계산기 사용, 서술형의 지필 평가 및 평가결과의 활용 등에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면이 있다. 싱가포르의 수학교육 사례에 비춰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수학습법 등을 발전시키고, 계산기를 비롯한 공학 도구의 효과적인 사용과 적용, 평가방법 등을 개선하고 발전시킨다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적 성취에 있어서도 그 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할 수 있다.
++++++++++++++++++++++++++++++++++++++
1) 싱가포르는 초등학교 과정 후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에 의해 Secondary School이 정해지고, 중등 이후 O-level(Ordinary level)에 의해 Junior College 또는 Polytechnic이 정해진다. 그리고 Junior College과정의 학생은 A-level(Advanced level) 성적에 의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2) 싱가포르는 6년 과정의 Primary School, 4~5년 과정의 Secondary School, 2년 과정의 Junior College, 3년 과정의 Institute와 3년 과정의 Polytechnics(세 학교를 모두 전-대학과정이라 한다.)으로 나뉜다. 이중 Junior College와 Institute의 학생은 A-level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