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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뒤집어 보다, 거꾸로 교실

글_ 이민경 대구대학교 교수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라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학교교육에 도입한 사회적 실험이 2014“21세기 교육혁명-미래교실을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KBS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되면서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 그 반응이 뜨겁다.1)  여기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거꾸로 교실이 그동안 다양한 차원에서 제기되어 온 한국사회의 교육위기를 돌파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한국사회에서 학교교육 위기론은 꽤 오래된 교육현장의 화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학교 혹은 교실붕괴담론이 내적인 위기론이라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Knowledge-based society)로의 전환에 따른 교육지체현상은 외적인 위기론이다. 정도와 맥락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교육 위기담론은 비단 한국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 지식의 암기나 이해가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해지는 지식기반사회(Knowledge based society)의 도래는 기존의 단편화된 지식전달 중심의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주입식 교육에 대한 변화를 요구해 왔다. 대량생산체제에 기반을 둔 근대산업체제에서는 표준화된 교육, 단순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이 효과적이었지만, 탈근대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는 개별화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탈근대 교육 담론이 활발하게 형성되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2)

 

 

1) 2015년에서는 거꾸로 교실을 전국 각지의 교사들이 도입한 다양한 교실현장이 거꾸로 교실의 마법-1000 개의 교실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면서 그 흐름을 이어 왔다. 필자는 2013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부산에서 진행한 사회적 실험의 자문교수로 참여하여 셋팅을 돕고 연구작업을 진행하여 그 결과를 2개의 논문으로 분석하였다. 실험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2편의 논문(2014, 거꾸로 교실의 효과와 의미에 대한 사례연구. 한국교육, 41(1); 2014, 거꾸로교실의 교실사회학적 의미 분석: 참여교사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교육사회학연구24(2)), 181-207)을 참조

 

2) 지식기반 사회의 핵심역량의 대두와 이로 인한 새로운 교육 방향성과 목표에 대한 담론, 소위 말하는 21세기 핵심역량(21century skill)4C로 일컬어지는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은 이러한 미래사회의 교육적 요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www.p21.org)

 

 

 

교실에서 교사의 강의가 사라지다
  거꾸로 교실은 이러한 학교교육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미래사회의 교육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수업방식이라는 점에서 교육혁신모델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classroom flip or inverted classroom)은 교육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고전적인 수업의 형식을 뒤집은 일종의 교육혁신 모델이다.3)  ‘뒤집다라는 뜻을 지닌 ‘Flip’은 강의와 숙제를 거꾸로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 교실에서 이루어지던 교사의 강의를 동영상을 통해 교실 밖(과제)으로 이동하고, 기존에 집에서 이루어지던 과제 활동을 교실로 옮겼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뒤집은 수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4)  전 세계적으로 거꾸로교실은 교육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교육모델로서 TED5) 등을 통해 널리 확산되고 있다.

 

3) http://en.wikipedia.org/wiki/Flip_teaching.

 

4) ergmann, J. & Sams, A, Flip your classroom: Reach Every Student in Every Class Every Day(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 2012).

 

5) 지식과 아이디어의 확산을 모토로 하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로 삶의 모든 영역에 관한 유익한 짧은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데, 해당사이트 (http://www.ted.com)에서 최근 새로운 교육혁신 트렌드로서 Flipped Classroom 대한 실천 사례를 다룬 강의들을 찾아볼 수 있다.

 

6) 학생들이 미리 보고 와야 하는 강의는 교사가 직접 제작하여 올리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교육 콘텐츠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교사가 직접 제작하는 것이 학생과의 상호작용, 교실수업으로의 연계 구상에서 더 이점이 있을 수 있다.

 

그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전통적인 수업에서 주를 이루던 교과의 핵심내용을 교사가 동영상6) 으로 제작해서 미리 학생들에게 학습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이해를 확인하거나 관련 학습활동을 통해 심화학습이나 응용학습을 중심으로 교실수업 구조 변화를 꾀한 것이다. 강의와 숙제를 바꾼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거꾸로교실은 교사와 학생의 역할도 바뀌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교사의 강의가 사라진 교실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배움의 과정을 이끌어가면서 교실의 주도권이 학생에게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는 고전적인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도 학생이 질문하고 교사가 답하거나 학생끼리 또래학습을 통해 해결하는 학습방법의 전이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전통적인 교실수업의 중심이었던 교사의 강의가 동영상을 통해 교실 밖으로 이동함으로써 교실수업구조가 학습속도나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교사의 개별지도나 또래학습, 학생주도적 창의적인 심화학습 등 전면적으로 학생중심수업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교실은 오래전부터 전개되어 온 교육철학과 목표, 교실수업 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 결과들이 녹아 있다. 그 가운데 교육테크놀러지와 학습자 중심교육은 거꾸로교실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다. 전자가 동영상 제작을 통해 학교의 경계를 넘어 교실바깥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혁신이라면, 다른 하나는 교실수업을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학습자 중심교육으로의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전자는 소위 말하는 교육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온라인 교육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고, 후자는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던 Dewey(1987)의 교육이론을 뿌리로 하는 학습자중심교육이라는 교육패러다임이 그 기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 제작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기의 존재가 새로운 수업과 학습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자체의 동력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교육 테크놀로지는 수단적 의미를 지닐 뿐 그 자체가 교육을 바꾸어 주는 기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를 학습에 적용하는 교육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디바이스를 수단으로 하여 수업 방식을 교사중심의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중심의 참여 학습으로 바꿈으로써 교실 수업의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거꾸로 교실의 핵심이다.

 

 

따라서 거꾸로교실은 이 전에 없던 새로운 교실수업 방식이 아니라 교육테크놀러지의 도움을 받아 교육적 이상으로 회자되어온 학습자중심교육을 교실수업에서 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ergmann & Sam이라는 두 교사에 의해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거꾸로 수업이 다양한 학습능력과 환경을 지닌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학습법임을 증명하면서 미국사회에서 대중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하였고, 2013년 최초로 한국사회에서 실행한 사회적 실험이 학업성적의 향상뿐 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존감과 학습동기의 향상, 교사-학생간, 또래간 관계를 바꾸어 놓으면서 살아 움직이는 교실공간을 만들어 내었던 효과들이 KBS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켜 왔다.

 

그동안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학생중심수업은 다양한 배경(지능, 문화, 사회, 가정, 학습동기 등등)을 지닌 아이들을 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암기 방식을 벗어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인 수업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과다한 학생 수·시간의 부족·교사들의 과중 업무·진도에 대한 부담 등으로 비현실적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참여중심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교과진도나 입시환경이라는 현실적 요건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거꾸로교실은 동영상 강의를 통해 핵심적인 교과내용을 놓치지 않으면서 학생중심교육을 실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육혁신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거꾸로교실이 완벽한 수업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변화는 새로운 것과의 끊임없는 접속에 의해 일어난다. 외부와의 접촉과 교섭,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려는 시도와 실험 없는 변화와 발전은 없다. 수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혁신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교육과정의 변화, 평가체제, 학교의 물리적 환경 등의 변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주어진 현실 조건 속에서 작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의미는 이미 충분해 보인다. 거꾸로 교실은 그 가능성을 지금 한국교육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minkyung0503@daegu.ac.kr) 

 

 

출처와 보다 자세한 주석은 「행복한 교육」 웹진(http://happyedu.moe.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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