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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역사교과서

글│강  석 UTSA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프랑스와 독일의 공동 역사교과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몇 년간 양국 정상이 서로 공식적인 방문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관계가 악화된 배경에는 바로 ‘역사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역사관과 이를 국가를 대표하는 목소리인 수상이 빈번하게 발표하는 행위는 우리나라와 중국과 같은 주위 국가들의 역사관에 반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관계는 냉랭해 졌고 ‘사실의 접근’이라는 역사 기술을 일본이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떼려야 뗄 수 없는 양국 간의 관계는 개선이 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이 모색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반목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역사의 공동 인식적 접근이다. 특히 최근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미래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과 사용을 통해 양국 간의 이해를 높이고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도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 인정한 독일과 프랑스
  2003년 1월 프랑스와 독일의 젊은이들은 양국 간의 청년의회포럼(Youth Parliament Forum) 행사에서 역사적인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양국 대표들은 40년 전 1월에 체결된 프랑스-독일 우애 조약기사 이미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하여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하자는데 동의한 것이다. 이 참신한 아이디어는 곧 양국 정부의 지지를 받아 독일은 외교부에서, 프랑스는 교육부에서 정부차원의 준비를 시작하기에 이르렀고 3년 후인 2006년에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 교과서가 프랑스-독일 공동 역사교과서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세계 1·2차 대전에서 서로 적군이었고 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그만큼 씻기 힘든 앙금이 양국 간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종전 이후에 독일의 진심어린 반성과 양국 간의 노력에 힘입어 두 나라는 협력 조약을 체결하였고 유럽연합(EU)에 회원 국가로서 함께 가입하였다. 그 후 역사교과서 공동 집필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를 바라보는 관계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1·2차 세계 대전이라는 양국 간의 어두운 과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은 조심스럽게 접근되었다. 양국에서 각각 5명의 역사학자들이 선발되어 총 10명의 집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그 후에야 역사책 집필이 진행되었다. 우선 현대사부터 집필하기로 하여 1945년 이후의 양국 역사와 유럽 역사를 상호 이해를 통해 집필하였다. 이 교과서는 2006년에 승인을 거쳐서 출판되었고 양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식 역사교과서가 되었다. 양국 학자들이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는데 중점을 둔 것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데 두 나라가 서로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즉 두 가지 시각이 있다는 점을 기술하고 이에 대해 조율을 하였다. 이 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서로 다른 시각을 모두 접함으로써 편향되지 않은 보다 냉정한 이해와 평가를 할 수 있었다고 독일의 교과서 위원회 의장인 피터 게이스(Peter Geis)는 말했다. 이 때 두 가지 시각은 ‘사실에 입각’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확인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커다란 갈등 없이 집필을 마칠 수 있었다. 하나의 예를 들면 프랑스에게 미국은 하나의 라이벌로 인식되어 그 방향으로 미국을 기술하였다. 그러나 독일에게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 많은 원조를 통해서 국가 재건에 도움을 준 우방국이었다. 따라서 미국에 대해 보다 호의적인 시각이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미국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시각을 서로 존중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교과서에 싣게 된 것이다. 이제 양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1·2차 대전 역사도 공동 집필하여 2008년에 출판하였고, 고대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의 역사도 함께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독일의 경우 폴란드와도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기로 하여 2015년에 출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한 작은 첫걸음
  실은 이미 2009년부터 한국과 일본 간에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양국의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워낙 역사적으로 양국 간에 산적한 문제가 많고 해결되어야 할 민감한 사안들이 놓여있어서 포기하고 마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일 삼국 간의 공동 역사교과서 집필을 제안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역사관에 기인한다고 한다. 유럽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라고 정의하고 그 방식을 따라왔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경우는 자국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다는 ‘국익’에 맞는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이더라도 국익에 저해된다면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사태가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접근 방식이 오랜 역사에 내재되어 왔기 때문에 삼국이 모여서 공동 역사책을 집필한다고 하면 자국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과 같이 우리나라도 중국과 일본의 젊은이들과 모여 동아시아 포럼과 같은 행사를 통해 국가 간의 문제를 젊은이들의 시각에서 토론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특히 이런 포럼에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지닌 삼국 대표단이 합의하여 모두가 참여하여 완성하는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과 같은 젊은이들이 모여 신선한 방식으로 최근 역사부터 공동 집필하자는 선언을 한다면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에 근거한 기술을 할 수 있도록 상호 감시기능이 추가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작은 첫걸음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프랑스와 독일의 노력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