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전호성 내일신문 기자 hsjeon@naeil.com
학원보다 학교 수업이 더 재미있는 아이들. 학교생활에 자긍심이 넘쳐나는 아이들. 선생님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요~!” “존경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교사와 학생 간 무한신뢰관계가 형성된 경북사대부설중학교(경북사대부중) 아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01 학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동길 경북사대부중 교장과 학생들
02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표정
“1학년(2015년 자유학기제)때 행복수업과 미술수업을 합쳐서 했는데, 2학년 올라와서도 비슷한 수업을 계속 하니깐 어색하지 않고 적응도 잘돼요. 특히 미술수업 중 ‘친구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사대부중 임서영(2학년 6반)양의 말이다.
강다희(2학년4반)양도 “자유학기제 기간에 시험스트레스 없어 좋았다.”며 “그렇다고 마구 먹고 놀지는 않았다.”고 애써 해명(?)했다. 강 양은 “책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친구들을 관찰하고 성향파악(?) 하는 게 취미가 됐다.”며 웃었다. 강 양은 심리학이 적성에 잘 맞는다며 대학가서 심리학 전공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4월12일 대구 경북사대부중 교장실에서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2학년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벌였다. 남녀학생 5명, 교장, 교사들이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학생들은 선생님 눈치를 보지 않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고 싶은 말이나 요구사항은 거침없이 던졌다. 특히 교실수업이나 동아리활동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박미선 교무부장교사는 “교실수업개선 사업으로 아이들이 너무 똑똑해진 것 같다.”며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돼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교과수업에 ‘행복’을 담아내는 교사들
사대부중 학생들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 정규수업은 9시지만 아침시간에 할 일이 많다. 교문에 들어서자 교장과 교원들이 손을 들어 환하게 반겨준다. 등굣길에 선생님들과 ‘하이 파이브’를 신호로 하루를 재미있고 즐겁게 보낼 것을 다짐한다.
월요일에는 부족한 과목 보충과 독서를, 화요일에는 걷기 등 스포츠 활동을 하고나서 정규 수업에 들어간다. 매주 수요일은 교사들이 참여하는 ‘수업아카데미’가 열리는 날로 수업을 일찍 시작한다. 교사들은 공개수업을 하거나 수업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학습공동체를 운영한다. 공개수업은 연간 34회, 특강은 102시간을 채워야 한다.
경북사대부중은 협업 문제해결학습을 학교운영 기반으로 삼고 있다. 특히, 문제해결 학습으로 불리는 PBL 수업방식을 접목했다. PBL(Project-based Learning)은 학습자에게 실질적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게끔 하는 학습자 중심의 환경을 뜻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 행복 역량과 인성함양을 아우르는 교과 통합 교육과정을 수립했다.
1주째는 교과별 수업협의회를, 2주째는 학년수업협의회, 3주째는 대외수업과 외부전문위원 컨설팅, 4주째는 수업관련 연수 및 학교실습생지도, PBL수업, 배움중심 수업설계도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자투리시간을 쪼개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타 학교로 컨설팅(교수학습 특강)까지 다닌다. 사대부중은 올해 시행할 자유학기제를 비롯한 ‘수업 아카데미의 날’ 연중 일정표를 지난 2월에 모두 완성했다.
박미선 교무부장교사는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오후에는 자유학기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교사들은 수업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융합시간표를 짜느라 코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무한신뢰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03 매주 화요일 아침은 스포츠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04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개성 캐릭터를 만드는 미술수업
05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2학년 학생들과 이동길 교장(사진 가운데), 교사들이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수업, 성적 향상은 덤
‘거꾸로 교실수업’의 강점은 모든 학생이 수업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동영상을 통해 미리 개념설명을 듣고 학교에 온다. 수업 내용을 전날 미리 학습한 뒤, 실제 수업과정에서는 토론을 통해 과제풀이를 하기 때문에 전원 참여가 가능하다.
거꾸로 교실수업 덕분에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깨졌다. 김민석(2학년3반)군은 “배움공동체 수업으로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협동수업으로 해결했다.”며 “학교수업을 통해 친구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허태녕(35·수학담당) 교사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스스로 문제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대부중의 이러한 교수학습 실천 사업은 학생 만족도와 실력향상으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교수학습 실천 만족도 5점 만점에 4.9점을 나타냈고, 협력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1점을 나타내 행복교육이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기초학력 미달자가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자긍심이 높은 이유도 대구시교육청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강다희(2학년 4반)양은 “자유학기제 동안에 경험한 다양한 수업방식은 2학년이 되어서도 모둠별 수업을 쉽게 이해하고 발표나 내 주장을 논리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I N T E R V I E W
‘선생님들의 열정과 땀방울로 일궈낸 작품’
이동길 교장
"모든 게 선생님들이 고생해서 일궈 놓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북 사대부중 이동길 교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 저는 별일 안 해요. 선생님들 수업 뒷바라지 잘 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대부중은 공립중학교여서 교사들 평균 근무가 5년이다. 대부분 교사들은 이 학교에 지원해서 왔다. 그러다 보니 열정도 실력도 최강이다. 쉬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학부모 만족도(교육과정 재구성 교과통합 수업 만족도) 조사결과 ‘매우만족’은 2014년 25%에서 지난해 35%로 늘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대한 만족도 역시 2014년 24.2%에서 37.2%로 증가해 교실수업개선사업에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1년 동안 진행할 교수학습 프로그램은 2월에 이미 완성했다. 특히, 전 과목을 융합하는 수업 프로그램은 대구지역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방과 후 이 학교 교사들이 타 학교로 특강(수업 컨설팅)을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수를 위한 실력향상보다 낙오자가 없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사대부중의 전략이다. 교사들은 관심과 배려, 이해, 눈높이, 진정성, 기다림 등을 학생들과 소통하는 공통분모로 삼았다.
이를 위해 학생 실태에 맞는 교과별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창의 인성교육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지도계획안을 수립했다. 평가는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연계해 서술형 논술형 평가 반영 비율을 확대했다.
이동길 사대부중 교장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튼튼한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사대부중은 교사의 자발성과 주도성을 존중하고, 교육 공동체 간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참여 중심의 교실 수업 개선을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선생님이 있는데 어떻게 행복수업이 안 될 수 있겠습니까.”라며 웃었다.
대구시교육청 교실수업 개선사업 들여다보기
교실수업 개선사업, 공교육 변화 기틀 다져
우동기 교육감
경북 사대부중 수업이 학생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실수업 개선사업’이 이 학교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행복한 교실’을 목표로 추진하는 이 정책은 학교와 교실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들은 궁금한 내용이나 고민거리를 들고 거침없이 선생님을 찾는다. 대구지역 교사들은 “배움 공동체 수업이 교실문화를 바꾸고 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대구시교육청이 ‘모든 아이들이 배울 권리와 질 높은 배움을 보장하라’는 기본 철학을 교실에 접목한 수업방식이다. 2012년부터 시작한 이 정책은 교사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며, 대구시내 초·중·고에서 수업변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배움의 공동체, 하브루타, 비주얼 씽킹, 거꾸로 교실 등의 수업방법을 도입했다. 획일적 적용이 아니라, 각 학교 특성과 여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도록 독려했다. ‘교실수업 개선 실천학교’를 지정하고, 학교에서 자발적 지원을 받아 운영했다. 2014년 75개교에서 지난해 180개교로, 올해는 217개 중학교 중 205개교가 교실수업 개선에 참여하고 있다. 94.4%가 교실수업 개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배움의 공동체 5,433명, 거꾸로 교실 439명, 하브루타 287명, 비주얼 씽킹에 302명에 달한다. 대구시교육청이 2014년도에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해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도 ‘매우 우수’ 평가를 받은 것도 이런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교육청이 조용히 추진해온 또 하나의 작품은 학생인권문제다. ‘복지추구권’, ‘존엄권’, ‘자유권’을 바탕으로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 ‘행복한 교육, 행복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 ‘꿈을 꾸고 꿈을 이룰 권리’를 기본 이념으로 삼았다.
한겨울에 찬물로 걸레 빨기, 부족한 화장실 세면대서 양치하기, 노출된 교실에서 체육복 갈아입기, 비위생적인 화장실 개선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동기 교육감은 “말로만 하는 학생인권보다 교육의 주체이고 주인공인 학생들이 원하는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수업변화 정책의 성공배경에는 학교와 교육청 간 진정한 소통이다.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학교에 시달하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타 시·도보다 1년 앞서 시행할 수 있었던 것도, 교사들의 자발성이 밑거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주장과 의견을 흘려듣지 않는다. 고교 학생부 종합전형 등 대학 수시모집을 대비하기 위한 수업변화도 중요 정책으로 수립해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가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실수업 개선에 참여한 수업의 달인 115명을 중심으로 ‘중등 협력학습지원단’을 조직하고, 찾아가는 교실 수업 개선 연수를 진행 중이다.
결국 교실수업 개선사업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로 이어졌고,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교실수업 개선사업은 그동안 외면 받았던 공교육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사업인 셈”이라며 “일선 교원들과 학부모들의 참여를 통해, 한국 모든 학생이 행복한 교실을 꿈꿀 수 있도록 학생중심의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