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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수영중학교 - 교실에서 미래를 만나다

글·사진 _ 편집실

  동수영중학교는 전 교과 클라우드 기반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고, 교과별 챗봇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인공지능 기반 수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SW교육, 메이커교육 등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오며,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 온 학교다. 부산시교육청 첨단미래 선도시범학교로 지정돼 현재는 미래교실(러닝센터)과 클라우드 기반 학습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교실을 선도하고 있다.

3학년 1반 하유빈 학생이 미술시간에 그린 자화상을 SNS에 업로드해 전시한  것을 친구들과 들어보이고 있다.3학년 1반 하유빈 학생이 미술시간에 그린 자화상을 SNS에 업로드해 전시한 것을 친구들과 들어보이고 있다.


방향성을 없앤 교실, 가상공간까지 확장

  “자, 여러분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검색해보세요.”

  미술수업에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꺼냈다. 교실에 크리스마스캐럴이 BGM으로 깔리고,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그림을 검색해 펜드로잉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꾸미기 시작했다. 작업이 끝난 친구들의 작품은 교실의 스마트모니터뿐만 아니라 SNS나 메타버스에 업로드해 전시도 할 수 있다. 교실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상공간까지 이어진다. 동수영중학교의 융합형 미술실의 수업 풍경이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금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수영중학교는 광안리 해수욕장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등굣길이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학생들은 ‘경치가 좋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2019년부터 첨단미래 선도시범학교로 운영되면서 교실 안 경치도 사뭇 달라졌다. 


  제일 먼저, 책들만 빼곡하던 도서관은 첨단 장비들로 세미나도 가능한 러닝센터가 되었다. 음악실은 예술공감터가 되어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도 음악을 감상하고 대형스크린을 통해 생생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술수업에서 전자칠판으로 세계적인 작품들을 감상하거나 사례를 보고, SNS나  메타버스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미술수업에서 전자칠판으로 세계적인 작품들을 감상하거나 사례를 보고, SNS나 메타버스에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교실마다 정면만 바라보던 책상이 이제는 사방을 향한다. 어디를 봐도 교사가 있고 친구가 있다. 교실마다 전자칠판과 빔프로젝트가 있고, 학생들의 책상마다 노트북이 놓여있다. 2022년부터는 1학년 교실마다 아이패드도 있다. 

“첨단미래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시설개선과 수업개선을 같이 하게 됐을 때,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모인 게 교사 중심의 권위적인 교실을 바꾸자는 거였어요. 창의성을 발휘하는 수업이 되려면 학생들에게 공간 자체가 편해야 하기 때문에 정면만 바라보던 것을, 어느 곳을 바라봐도 교사가 보이고 수업이 가능하게 한 거죠.”

  현재 동수영중학교의 블렌디드 러닝 연구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류승우 교사(국어 담당)의 말이다. 

이렇게 개선된 교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3학년 2반 여수룬 학생은 “학생들마다 노트북이 있어 수업 분위기도 좋아지고 수업이 재밌다”, 3학년 6반 김동희 학생은 “수업 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검색할 수 있어 과목의 한계가 없어 좋다. 지금 교실은 친구들과 협업하기 좋은 구조”라고 평했다. 3학년 4반 손다인 학생은 “음악 시간이 즐겁다. 친구들과 소통이 더 잘 된다”, 3학년 5반 주현욱 학생은 “정면을 보는 교실은 선생님과 거리가 먼데 지금 교실은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더 가까워서 좋다.”라고도 했다.

  교무실은 ‘교무업무지원센터’로 재구조화했다.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도 즐겁다는 윤규식 교장의 철학이 발현된 것이다. 



교사들의 헌신, 미래형 교실의 거름이 되어

  “미래학교를 꿈꾼다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를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난 4년간 첨단미래교실을 비롯해 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시설개선은 물론, 전체 교실을 미래형 교실로 변화시키는 데 학교 구성원들이 많은 수고를 했죠. 수업 혁신을 위해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STEAM 융합수업을 비롯한 인공지능 융합수업, 메타버스 활용 수업, 빅데이터 활용 수업 등 미래 교육을 추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교사 연수 및 연구 활동이 많이 요구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교사의 업무가 포화상태로 어려움이 컸음에도 학생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교사의 책무와 새로운 수업을 설계하는 즐거움으로 선생님들께서 흔쾌히 연구 활동에 참여해주셨어요. 그 결과가 교사는 수업 전문성의 신장으로, 학생은 미래역량의 성장으로, 학부모님은 학교에 대한 만족감 증가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모니터로 트래픽(Traffic)을 체크한다는 윤 교장의 말이다. 아무래도 교실마다 디바이스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서버가 잘 운영되는지 매번 점검한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미술수업을 하는 학생들아이패드를 이용해 미술수업을 하는 학생들

노트북으로 단원평가를 진행하는 학생들노트북으로 단원평가를 진행하는 학생들


  동수영중학교는 2019년 첨단미래 선도시범학교 개소식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블렌디드러닝 연구학교 수업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STEAM 융합 수업을 부산형 블렌디드러닝의 수업 모형과 결합한 교과융합수업에서 메타버스(게더타운)를 활용한 2개 학급 연계 수업을 보여줬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교과융합수업에서는 ‘그린스마트스쿨’의 설계를 위해 국어의 언어적 자료와 미술의 시각적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토의 토론을 진행하는 수업을 진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블렌디드러닝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교사의 자발적 연구모임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학습자원을 활용하는 수업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블랜디드러닝이란 온·오프라인 학습을 혼합하거나, 다양한 수업 방법을 혼합하는 것을 말한다. 전자칠판과 스마트 기기로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도 하고, 학생이 디지털 학습자원을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즉, 교육과 기술이 더해진 학생 참여 수업이다. 부산시교육청은 ‘부산형 블렌디드러닝’으로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로 기르는 것’을 목표로 모든 학교에 추진 중이다.


  “처음엔 막막했었죠. 수업개선을 위해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방학을 거의 반납하면서 연수하고 연구했어요. 교장 선생님이 배려해주셔서 연구회도 만들고 월요일에는 방과 후 활동 없이 연구만 하는 월요세미나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왜 했는지 알겠다는 반응이 나왔죠. 수고로웠지만 먼저 준비했기 때문에 팬데믹에도 자연스럽게 온라인 수업으로 잘 넘어갈 수 있었고, 부산시 학교들에 모델을 제시하고 연수를 제공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교사들의 헌신이 컸어요. 학생들은 우리보다 잘했어요. 뭔지 모를 뿐이지 교사들보다 성과는 훨씬 좋아요.(웃음)”

류승우 교사가 말했다. 



미래교실은 ‘학생들이 콘텐츠가 되는 곳’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실제의 미래는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없죠. 그렇기에 교실은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의 역량을 키워나갈 요람이어야 합니다. 미래교실에서 학생들은 자신만의 주체성을 갖고 각자에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나만이 아니라 공동체성을 갖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미래교실입니다. 첨단시설과 기자재는 그 콘텐츠를 담는 그릇에 불과해요. 그렇기에 결국 미래교실을 채우는 것은 콘텐츠죠. 그리고 콘텐츠를 담는 사람이 바로 교사입니다. 저는 첨단미래 선도학교를 시작할 때부터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추구해왔어요. 행복한 교사가 학생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미래교실을 채울 콘텐츠는 바로 그런 교사의 연구로부터 시작됩니다. 미래학교는 행복한 교사가 연구하는 학교, 주체적 학생이 꿈을 키워가는 학교가 되리라 생각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수영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공감터. 자유롭게 앉거나 무리지어  음악수업을 하거나 화려한 조명 아래 공연을 할 수도 있다. 동수영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공감터. 자유롭게 앉거나 무리지어 음악수업을 하거나 화려한 조명 아래 공연을 할 수도 있다.


  윤 교장은 미래교실의 교사를 ‘콘텐츠를 담는 사람’이라고 했다. 

  류 교사는 현재 진행되는 ‘디바이스 수업은 학생 중심 수업’이라며 ‘학생이 곧 콘텐츠’라고 정리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모든 학교가 가야되는 방향’이라고도 말했다.


  “미래학교가 필요하냐,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학교 밖에서도 지식을 접할 수 있고, 정보나 학습자원을 제공해주는 곳이 많아서요.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 국민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변해가는 학교는 지속될 뿐 아니라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고 믿어요. 기존의 지식을 융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요. 공간적으로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이뤄낼 수 있는 공간의 혁신도 이뤄지고, 새로운 교육의 콘텐츠로 채워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학교는 변화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더 영향력이 커지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류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힘들지만 충분히 즐거운 길”이라며 “함께 가보자.”라고 말했다.

  미래교실을 만들어 나가는 윤 교장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우리가 SNS를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팔로우합니다. 그렇게 여러 콘텐츠를 팔로우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내가 보는 세상이 모두 비슷한 콘텐츠로 채워집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른 것은 없나? 하고 생각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 알고리즘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학교를 봐주세요. 학생 여러분이 학교를 잘 이용하면 현재의 교실이 바로 미래의 여러분을 위한 미래교실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학교를 만드는 것은 바로 여러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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