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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최초 IB월드스쿨 대구 삼영초등학교 - “학교가 살아있다!”

글·사진 _ 편집실

  대구 삼영초등학교(교장 이옥정)는 전국 공립학교 최초로 국제 바칼로레아(IB) 초등과정 월드스쿨로 공식 인정된 학교다. 학교는 지난 3년간 대구교육청의 지원으로 IB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교사 협력 기반 교육과정 설계, 교사 연수, 수업 성찰 등을 통한 교실수업 개선을 이뤘다. 이를 통해 토론·발표 중심 수업 뒤 논술·서술형 평가가 이뤄지고, 토론형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구 삼영초는 학생-교사-학교가 주도성을 가지고 IB의 사명인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학생’을 키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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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가 자연스러운 수업

  11월 어느 날, 6학년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29일에 열리는 전시회 준비가 한창이다. ‘자유주제 탐구활동’ 중인 학생들은 팀별로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탐구하고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노트북으로 사전을 뒤적이며,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또는 선생님에게 질문하면서 자신들이 정한 주제를 활발하게 ‘탐구’ 중이었다. 교실이 왁자지껄, 살아있었다.


  5학년 교실, 3학년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마저도 자연스럽게 “우리는 지금 ◯◯ 주제를 탐구 중이에요.”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수업 중에 만난 6학년 1반 강은서 학생은 “탐구는 조사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전쟁’을 주제로 탐구하면서 ‘내가 전쟁을 일으킨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같은 반 정지호 학생은 “탐구는 조사활동에 성찰이랑 협동이 합쳐진 것”이라며 “조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자신이 성찰한 것을 친구들과 나누고, 협동을 통해 실제로 적용해본다.”라고 말했다. 6학년 2반 남도현 학생도 “탐구는 자신이 궁금한 것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답처럼 수업 시간은 여기저기, 이런저런 주제들이 ‘탐구’되면서 나아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함께 논의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들은 “선생님은 주제를 주시는 분, 검색창 같은 느낌, 매니저, 내비게이션, 책”이라고 답했다. 학생 주도적인 수업에 교사들은 철저하게 돕는 역할로 참여하고 있었다.


  대구 삼영초는 IB의 학습자상에 따라 질문하고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감 있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을 추구한다. 교실마다 학생들이 삐뚤빼뚤 직접 적어 교실 앞과 칠판 옆에 붙인 학습자상처럼 실제 교실마다 ‘탐구’와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유기체로 움직이는 학교

  대구 삼영초는 대구 변두리에 지어진 학교다. 공단지역에 있다가 학생 수 부족으로 2015년에는 임시휴교를 했었다. 그러다 2018년 3월 신도시로 개발된 현재 위치에 미래형 학교 설계를 반영한 신축학교로 재개교했다. 주위엔 고등학교가 없을 정도로 학군마저도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삼영초에 다니기 위해 전학 온 학생도 있다고 한다.

삼영초의 학생들은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 강은서 학생은 “학교는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정지호 학생은 “학교는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계단”이라고도 말했다.


  이옥정 교장은 “아이들이 놀아도 학교에서 논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없습니다. 학교 폭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교육청으로 넘어간 경우가 없어요. 학생주도로 학교가 운영되다 보니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데, 학생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화하고 풀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학부모도 학생주도로 학교가 운영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하겠지’라며 민원을 넣지 않습니다.”


  삼영초는 선거에서 내는 공약도 꼭 현실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회의하고 결정하면 그대로 실행한다. 흔히 ‘이렇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할게요’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의 건의에 “나한테 묻지 말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이 교장의 대답을 들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학생들은 능동적으로 자신들의 필요를 찾고, 계획을 수립하고 설계하고 실행한다. 교장도, 교사도, 교직원도 학생 주도적 활동에 함께 한다.

  아이들의 활동은 학교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6학년 2반 변정연 학생은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탐구하고 친구들과 토론한 내용을 주위에도 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탐구활동이 학교 밖을 넘어선다.


자기주도 수업으로 탐구활동에 적극적인 3학년 학생들자기주도 수업으로 탐구활동에 적극적인 3학년 학생들

IB 수업에서 교사가 주제를 주면 학생들은 스스로 수업을 진행해간다. IB 수업에서 교사가 주제를 주면 학생들은 스스로 수업을 진행해간다.

수업에서 교사는 돕는 역할로 학생들의 매니저, 내비게이션이다. 수업에서 교사는 돕는 역할로 학생들의 매니저, 내비게이션이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열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외부강사를 초청해 열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공립학교 최초로 IB월드스쿨 인증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IB교육이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본부(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국제학교나 사립학교에서 진행 중이다. 삼영초는 IB PYP(Primary Years Programme)를 운영 중이다.


  IB월드스쿨로 인증받기까지 학교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국가 교육과정과 함께 IB 프로그램을 추가로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위해 교사들은 기꺼이 헌신했다. 탐구학습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학생들의 역량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역량은 물론, 보람도 한껏 끌어 올렸다. 매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교평가에서 삼영초의 교사 만족도는 100%이다.


  IB 프로그램은 학생, 교사들의 변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옥정 교장은 12월경 5일간의 ‘삼영 PYP 학부모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이 교장이 직접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나의 내면 성찰을 시작으로 자녀에게 바라는 인간상, IB 프로그램 이해, 도서관 활용수업 실습, 2023 학부모 공동체 활동 계획 수립 등으로 진행된다. 


  “학교에 와서 학부모가 봉사활동하는 게 참여가 아닙니다. 학부모가 교육활동에 진정으로 참여하려면 먼저 학교가 추구하는 개념과 이상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주도성이 왜 필요한지 이해해야 합니다. IB를 알고 학습자상을 알아야 합니다. 평소에 부모님이 생각하는 자녀상, 교육관과 IB가 추구하는 교육관을 같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IB교육을 통해 나중에 커서 어떤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공유되는 것이 진정한 교육활동입니다.”



다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다

 대구 삼영초는 IB 관심학교(2018.11~2019.12)와 IB 후보학교(2020.1~2021.8)를 거쳐 지난해 7월, IB본부로부터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인증 심사 방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지난해 8월 대한민국 공립학교 최초의 IB PYP월드스쿨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삼영초가 IB월드스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구시교육청의 진심 어린 후원이 있어서다. 현재 대구에서는 10곳의 IB학교가 있다. 그중 월드스쿨은 7곳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 IB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신선혜 장학사는 “교육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동반성장”이라고 말했다.


  “탐구 수업을 참관하면 학생들과 교사의 열정이 보여요. 월드스쿨은 연 2회 이상 공개수업을 하는데, 80~100차가 되는 탐구 주제를 가지고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 번의 수업만으로 IB 프로그램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개수업을 참관한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수업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사실 IB 프로그램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학교 본연의 모습, 학생들이 탐구하는 곳으로써의 학교를 만드는데 IB 프로그램은 도구적인 틀을 제시합니다. 모든 학교가 IB학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IB학교를 지역의 거점학교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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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탐구 결과들이 전시되어 있다. IB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 생산자로 성장한다. 학교 곳곳에 학생들의 탐구 결과들이 전시되어 있다. IB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 생산자로 성장한다.


  교육청에서는 IB학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IB의 첫 번째 정신이 학생, 교사, 학교의 주도성이기 때문에 방향 제시와 자리를 마련해 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지난 10월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대구에서 열고 IB 초·중·고 수업을 공개했다. 특히 관계자들이 초등학교 수업을 보고 크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신 장학사는 “IB월드스쿨이 되었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IB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기준을 갖췄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성과를 묻는데, 현재는 정성평가밖에 없다. 교육청 차원에서 초등부터 고등까지 IB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의 역량과 만족도 등 총체적인 역량을 다각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사실 교육의 본질은 교육부의 교과과정과 IB 프로그램이 같다. 같은 목적을 위해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이런 것을 하나로 접목해 교사들의 업무가 더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업에서 IB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정승아 교사는 “수업 준비가 힘들지만,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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