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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마지초등학교 - 체험중심 통일교육으로 공감·존중·평화감수성 모두 키운다!

글 _ 편집실


  파주시 적성면에 위치한 마지초등학교(교장 곽규종)는 2001년부터 전교생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평화·통일교육을 전개해왔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 연계교육,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 경기도 공감학교통일교육사업 등이 있다. 모두 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는 남북출입사무소와 도라전망대, 비무장지대(DMZ)와 25사단승전전망대, 제3땅굴과 임진각평화누리공원 등의 인프라를 활용한 특화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5학년을 대상으로 열린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체험중심의 통일교육으로 공감, 존중,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아이들체험중심의 통일교육으로 공감, 존중, 평화 감수성을 키우는 아이들



쉽고 재미있게 마음에 쏙쏙!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

  마지초 5학년 교실, 큼지막한 현수막이 칠판에 걸려있고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담장이 한반도에 있다는 것 알아요? 70년이 넘도록 아무도 넘지 못했던 높은 담장. 

그건 바로 판문점에 있는 경계석이에요. 그런데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정상이 함께 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어요. 영상으로 한번 볼까요?”

  변준희 강사가 TV화면에 영상을 틀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영상에는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남북정상이 악수하는 장면과 이후 손을 맞잡고 10㎝ 높이의 경계석을 함께 넘는 모습이 담겨있다. 준비된 영상이 끝나자 한 여학생이 손을 들어 강사에게 묻는다. 

  “너무 감동적이에요. 선생님, 그런데요... 통일은 언제 돼요? 저도 저 담장을 넘어보고 싶어요.” 질문하는 학생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진다.  


마지초 5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마지초 5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



마지초 학생들이 낱말카드를 이용해 북한말을 배우고 있다마지초 학생들이 낱말카드를 이용해 북한말을 배우고 있다


  “통일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만약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민통선이 사라지는 정치적 통일을 생각하면 아마도 그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하지만 영상에서 본 것과 같이 판문점에 있는 콘크리트 경계석을 넘어서 오고갈 수 있는 통일을 생각한다면 그건 2018년에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도 머지않은 때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평화통일은 나로부터, 우리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변 강사의 말에 슬퍼 보이기만 했던 여학생의 얼굴도 희망을 품은 듯 한층 밝아진다.

  5학년 교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은 파주시청과 파주교육지원청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이다. 파주시 관내 학생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북한을 바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수업의 목적이 있다. 원래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육’은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에서 운영해온 프로그램이었으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체험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 프로그램도 파주시 관내 대다수의 초등학교가 신청할 만큼 인기 많은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터민 출신의 전문 강사가 주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오늘은 12년간 학교와 기관 등에서 평화·통일교육을 해온 변 강사가 수업을 이끌었다. 남북낱말카드, 남북한 문화비교, 통일 토의토론, 통일 보드게임 등을 진행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북한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더불어 평화통일의 중요성도 알려주는 게 오늘 수업의 핵심이다. 또 변 강사가 직접 제작한 ‘한반도 퍼즐’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남북한 도별 이름과 위치,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가치·태도·능력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다음 세대는 통일의 주역! 눈높이 맞춘 통일교육 강화해야…

  마지초는 2001년부터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 운영을 맡아왔다. 덕분에 관리교의 이점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던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 내 프로그램을 교내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다.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실제로 우리학교 천성우 교사가 직접 기획·개발한 프로그램들이에요. 현재의 북한을 알아보는 북한이해교육부터 북한 동요를 배워보는 체험, 통일 보드게임, 북한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체험형 프로그램이라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고 평화통일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형성도 이뤄지는 것 같아서 교육 효과를 실감하고 있어요.”


평화·통일교육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시민교육과 맞닿아 있다.평화·통일교육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시민교육과 맞닿아 있다.


  곽규종 교장은 미래 세대가 통일의 주체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내 통일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새터민이 우리나라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민족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살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방인 취급을 하고 자녀들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무시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요. 그래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통일교육이 더욱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평화·통일교육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시민교육과 맞닿아 있거든요.”

  실제로 5학년에 재학 중인 김영란 학생은 수업을 통해 북한과 평화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평소 북한이라고 하면 나쁜 국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북한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내용 중 평화가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라고 다짐하는가 하면 김보겸 학생 역시 “북한 아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평화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라며 제법 의젓한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은 운영을 시작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100여 개교, 연평균 8천~1만여 명의 학생들이 다녀갈 만큼 경기도에서 평화통일 관련 단일 체험학습처로는 가장 많은 학생들이 찾는 기관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이 체험처는 2021년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없어진 자리에는 ‘경기평화통일교육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예산 200억 원 가량을 투입해 규모를 키우고, 첨단 기기를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작·전시하는 한편, 수혜대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평화통일강사양성과 교원연수를 위한 공간까지 확보해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평화통일에 대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센터 준공은 2023년 9월로 예정되어 있어 1년 이상의 공백기가 생긴 상황이다. 그래서 마지초는 올해 여름, 학교 안 일부공간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에는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에 전시됐던 북한사진, 북한물품, 영상자료 등을 옮겨와 꾸밀 예정이다.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에 파견교사로 근무하는 천성우 교사는 “학교 안에 체험학습장이 만들어지면 마지초 학생들은 물론이고 인근 학교 학생들도 찾아와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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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경기도, 황해남도, 함경북도 등 한반도 퍼즐을 맞추며  도별 위치를 확인해보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가치,  태도,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학생들은 경기도, 황해남도, 함경북도 등 한반도 퍼즐을 맞추며 도별 위치를 확인해보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가치, 태도,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안정적 예산확보와 인력관리시스템 구축돼야

  ‘찾아가는 평화통일교실’과 ‘파주평화통일체험학습장’과 연계한 프로그램 외에도 마지초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감학교통일교육사업’에도 지원해 예산을 확보해둔 상태다. ‘공감학교통일교육사업’에는 2019년부터 참여해왔고 ‘공감 평화·통일 인문학기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통일을 맞이할 미래 세대를 준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기고 있는 학교. 하지만 일관성 있는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확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수업의 효과를 실감하기 때문에 통일교육 관련 사업에 매년 신청을 하는데요, 교육청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모든 학교를 지원하기 어렵다고 해요. 통일교육은 지속성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한 학교 안에서 어떤 학년은 통일교육을 받고 또 어떤 학년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천 교사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예산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학교단위가 아닌 교육청과 공공기관 차원에서 새터민 출신 전문강사에 대한 인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보다 수준 높은 통일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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