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강원 홍천남산유치원 - 마을이 함께 키우는 아이들

양지선 기자


“다 같이 김치~” 마스크에 가려진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홍천남산유치원 사랑반 아이들 “다 같이 김치~” 마스크에 가려진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홍천남산유치원 사랑반 아이들



  코로나19 발발 이후 유아교육 현장은 어땠을까? 질병에 취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휴원이 늘었고, 덩달아 학부모의 불안도 커졌다. 저출산으로 인한 유아 수 감소까지 겹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9월, 강원도 홍천군의 작은 시골 마을 장전평리에 공립 단설유치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시내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홍천남산유치원(원장 김명희)에는 102명의 아이들이 매일 등원하며 조용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철저한 방역 속에서 유치원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9월 7일, 홍천남산유치원에 도착한 취재진을 처음 반긴 것은 마을 어르신이었다. 손 소독과 체온측정 등 익숙하게 방역수칙을 안내한 유정숙 씨는 홍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센터를 통해 홍천남산유치원에서 주 5일, 하루 4시간씩 방역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손잡이 소독하고, 청소도 해요. 이 나이 먹고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최고로 보람 있지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 거기다 아이들도 손주 보는 것 같고 너무 예쁘고요.” 


  지난해 9월 개원한 홍천남산유치원은 홍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센터와 협력해 올해 3월부터 유치원 주변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초록세상지킴이’로 선정했다. 마을 주민들은 매일 아침 등원하는 아이들의 방역 지원, 도서실 정리 지원, 유치원 주변을 비롯한 마을 꽃길 가꾸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명희 원장은 “어르신들과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친숙감과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청소나 방역활동뿐 아니라 산책 보조, 김장 나눔, 송편 빚기 활동에도 도움을 주시면서 마을 어르신, 교사, 아이들까지 3세대 간 화합이 이뤄진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어르신들과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천남산유치원은 홍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센터와 협력해 유치원 주변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초록세상지킴이’로 선정했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의 방역 지원, 도서실 정리 지원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홍천남산유치원은 홍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센터와 협력해 유치원 주변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초록세상지킴이’로 선정했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의 방역 지원, 도서실 정리 지원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할머니, 이건 무슨 풀이에요?” 산책 시간, 마을 어르신들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다.“할머니, 이건 무슨 풀이에요?” 산책 시간, 마을 어르신들은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다.



유치원이 생기며 활기를 되찾은 마을

  홍천남산유치원이 마을과 협력하게 된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홍천군 시내에 있는 남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아이들이 밀집되면서 교실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이를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분리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신설 유치원 터로 찾은 곳이 바로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산과 들, 개울이 있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전평리였다. 학생 수가 부족해 지난 1997년 폐교된 장전초등학교 자리에 유치원이 들어선 것이 모순적이지만, 덕분에 70세 이상 인구가 대부분인 조용한 마을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장전평리 이세진 이장은 유치원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솔선수범 나선다. 마을 입구 다리에 빼곡히 걸린 ‘산불조심’ 깃발을 아이들이 직접 그린 작품으로 바꾼 것도 그였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까 싶어 개울도 안전하게 정비했다. “우리 마을에 온 아이들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주위에 꽃도 많고, 환경도 얼마나 좋아? 요 앞에 마을회관에는 이제 체험학습장도 만들 계획이에요. 도라지 꽃밭도 꾸며놓으면 애들이 좋아하겠지.”



즐겁게 놀며 배우는 아이들

  총 2층으로 지어진 홍천남산유치원은 ‘ㅁ’자 형태로 중정에는 놀이터가 있다. 건물 1층은 접이문으로 만들어 야외 놀이터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널찍한 건물 안에는 6개의 교실과 블록 놀이터, 아틀리에(화실), 레고방, 도서실, 급식실, 보건실, 체육관, 교사들을 위한 학습자료실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김명희 원장은 “원아 수가 늘어나더라도 교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대비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만3세반 1학급, 만4세반과 만5세반은 각각 2학급, 특수학급 1학급 등 총 6개 학급을 운영 중이며 원아 수는 총 102명이다. 


  홍천남산유치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놀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교실뿐 아니라 복도 한 편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쌓기, 그림 그리기 등의 공간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유치원 정문 입구에서 본 ‘즐겁게 놀며 배우는 행복한 홍천남산유치원’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활동을 격려하는 김명희 원장은 “놀이의 힘을 믿는다.”라고 강조한다.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창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최근 강조하는 프로젝트 수업, 주제 중심 수업이 모두 가능하죠. 이전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갔다면 이제 유아가 수업의 중심이 되는 거예요. 교사는 촉진자, 협조자 역할을 하도록 바뀌었습니다. 이제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닌 관찰이에요.”


  관찰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은 이영희 원감이 덧붙였다. 그는 “안전을 위해, 또한 놀이를 촉진하거나 심화하기 위해 교사의 시선은 항상 아이들에게서 떨어지면 안 된다. 아이들의 흥미에 따라 교육 내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관찰을 통해 아이의 성장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 지정 안심유치원인 홍천남산유치원은 매월 1회 재난대피훈련과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캠페인 등의 교육활동을 진행한다. 강원도교육청 지정 안심유치원인 홍천남산유치원은 매월 1회 재난대피훈련과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캠페인 등의 교육활동을 진행한다.

강원도교육청 지정 안심유치원인 홍천남산유치원은 매월 1회 재난대피훈련과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캠페인 등의 교육활동을 진행한다.




학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안심유치원’

  홍천남산유치원은 올해 강원도교육청이 지정한 안심유치원으로, 안전한 교육시설과 교육활동을 통해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설면으로는 지진방재모자, 화재 대피 훈련용 손수건, 안전도서, 안전교구를 준비했다. 매월 1회 재난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안전인형극 관람, 어린이 교통안전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했다. 

마을 주민들도 안전한 마을 환경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유치원 앞에서 서행하기, 친환경 마을 가꾸기 등 마을과 유치원이 함께 정한 ‘길밭들 안전약속’은 유치원 교실은 물론 마을 곳곳에 붙여졌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부터는 건강실무사를 배치해 아이들을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미선 건강실무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응급처치, 손 씻기,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교육한다.”라고 말했다. 급식실에서는 안전을 위해 연령별 시차배식이 진행된다. 자리에는 모두 가림막을 설치했고, 원아들은 각각 지정석에서 급식한다. 


  홍천남산유치원은 2학기부터 특색교육으로 전통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다. 국악, 도예, 다도 등 아이들에게 생소한 우리 전통문화를 나이대별로 차근히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영희 원감은 “홍천군 지역 내 문화예술인을 강사로 모시고 아이들이 소고부터 시작해 장구 장단까지 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길을 다니며 풍물놀이를 하는 것을 꿈꾼다.”라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과의 협력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홍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센터 박흥순 센터장은 “이전에는 어르신들이 길거리 쓰레기 줍기 등 공익형 사업에만 투입됐는데,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훨씬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신다. 앞으로 지역사회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유치원과 소통해 일자리도 늘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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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지어진 널찍한 건물 안은 학습과 놀이, 쉼이 가능한 여러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도서실, 학급교실, 중정 야외 놀이터

2층으로 지어진 널찍한 건물 안은 학습과 놀이, 쉼이 가능한 여러 공간으로 구성돼있다. 사진 첫 번째부터 순서대로 도서실, 학급교실, 중정 야외 놀이터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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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홍천남산유치원 원장


Q1 유치원 운영 철학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해 홍천남산유치원이 문을 열면서 강원도교육청 유아교육담당 장학관에서 원장으로 전직했다. 교육전문직으로 일하면서 정책을 고민하다 보니 현장과의 소통 중요성을 더욱 느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소통이 부족하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더라.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간 교원학습공동체 등 네트워크 구축을 독려하고, 외부적으로는 공립유치원 원장선생님들과 리더십을 주제로 동아리 모임을 주도하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Q2 돌봄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오후 7시까지 온종일 돌봄이 가능한 인력과 체제가 갖춰져 있다. 학부모 수요조사를 통해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고 방과 후 과정이 5시까지 이뤄지며, 5~7시는 돌봄 시간이다. 방과 후에는 연령별로 다른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만3세들은 주로 수면시간으로 활용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음악, 레고, 체육 수업도 진행한다. 방과 후 과정을 비롯한 일체 교육과정은 전부 무상으로 이뤄져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Q3 유아교육 정책 관련 바라는 점은?

  유치원의 의무교육화를 통해 학부모가 신뢰하면서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 유치원 교사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업무량은 많은 데 반해 교사 1인당 원아 수가 많아 양질의 교육을 펼치기 힘들다. 학급당 원아 수 줄이기는 시급한 문제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만5세 학급당 원아 수 정원을 공립유치원 24명, 사립유치원은 28명으로 정하고 있다. 한 명의 교사가 이 많은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는 힘들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제대로 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