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취업률 70%⬆” 실력과 인성 겸비한 고졸인재 기른다

글 _ 양지선 기자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7.7%로 미취업률(29.8%), 진학률(42.5%)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채용 시장은 잔뜩 얼어붙었고, 특히 고졸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전 지역의 취업 명문이라 불리는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교장 조중택)는 지난해 취업률 70.7%를 달성하며 이름값을 했다. 고졸 취업 한파 속에서도 꿋꿋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전여상의 비결을 들어봤다. 



  “차렷, 공수, 인사. 안녕하십니까~”


  지난 8월 11일, 네 명의 학생이 줄을 지어 대전여상 교장실로 들어왔다. 방학 중임에도 학교를 찾은 이들은 최근 취업에 성공한 고3 학생들이었다. 곧 출근을 하게 된 학생들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조중택 교장을 찾아와 인사를 하러 온 터였다. 일렬종대로 들어온 이들의 예의 바른 인사 합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중택 교장은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디딜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며 응원했다.


  “인사와 시간 엄수, 단정한 복장은 학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것들이에요. 학교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죠. 우리 학교는 누군가 강제로 규칙을 정한 것이 아니라,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 스스로 규칙을 정합니다. 선배들이 기틀을 쌓고, 후배들이 잘 이어온 덕분에 취업 명문이라는 전통이 생겼죠. 3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실력과 인성이 몸에 밴 대전여상 학생들은 기업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올해 취업에 성공한 대전여상 3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홍진아·박영비·김해진·김보람) 올해 취업에 성공한 대전여상 3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홍진아·박영비·김해진·김보람)



1948년 개교한 대전여상은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작년에 창의관이 신축되며 교내 실습실은 총 21개로 늘어났다. 1948년 개교한 대전여상은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작년에 창의관이 신축되며 교내 실습실은 총 21개로 늘어났다.


  대전여상은 선후배 간 멘토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올해 3월에는 졸업생 50여 명이 학교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진로와 학교생활에 관한 조언을 건넸다. 애교심 넘치는 동문들은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잘 이끌며 학교 행사에도 발 벗고 나선다고 한다. 조중택 교장은 “졸업생들이 열심히 회사생활을 해온 덕분에 지역사회에서 대전여상 학생들은 믿고 채용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은 다시 후배들에게 취업길을 열어주며 선순환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스스로 대전여상 출신이라는 것에 무척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취업길 열어주는 졸업생 멘토링

  전교생 573명인 학교는 학년별로 IT사무행정과 4학급, 회계융합행정과 6학급을 운영한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대전여상에서는 학과별 필수과목 이외에 ‘창구 사무’, ‘비서’, ‘유통’, ‘고객관리’ 등의 과목을 선택해 들으며, 두 학과의 학점 교류도 가능하다.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대전 관내 다른 특성화고의 전공 수업도 수강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선배들이 기틀을 쌓고 후배들이 잘 이어와서 취업 명문으로 거듭났죠.  기사 이미지



학교는 질 좋은 취업처를 발굴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입사 지원 서류작성부터 면접까지 교사의 일대일 맞춤형 지도가 이뤄진다. (코로나19 이전 촬영)학교는 질 좋은 취업처를 발굴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입사 지원 서류작성부터 면접까지 교사의 일대일 맞춤형 지도가 이뤄진다. (코로나19 이전 촬영)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전공 수업과 동아리, 방과 후 수업만으로 평균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전공 수업과 동아리, 방과 후 수업만으로 평균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전공 수업과 동아리, 방과 후 수업만으로 평균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학교는 질 좋은 취업처를 발굴해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입사 지원 서류작성부터 면접까지 교사의 일대일 맞춤형 지도가 이뤄진다. 주말을 이용한 기업 탐방 등 외부 특강은 연 20회 이상 운영된다. 이런 철저한 취업 대비 프로그램 덕분에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공기관에 15명, 대기업에 16명, 중소기업에 96명이 일반사무직으로 합격하며 취업률 70.7%를 기록했다.


  선취업 후학습 제도를 통해 대학에 다니는 졸업생도 있다. 4대보험이 적용되는 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으면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수능이나 내신 반영 없이 면접과 학업계획서만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양재만 홍보부장교사는 “대전권에 취업한 학생들은 주로 충남대, 한밭대로 진학하며 특히 한밭대 회계학과 재학생의 80% 이상이 대전여상 졸업생이다. 수도권에서는 중앙대, 경희대, 한양대에 많이 간다.”라고 설명했다.


  중3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탐방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학과체험으로, 각 학과에서 배우는 전공과목 수업을 들어보는 활동이다. 실습 위주의 수업에 게임 형식으로 재밌게 구성해 참여도를 높인다. 하반기에는 입시설명회와 겸해 학교 시설 탐방이 이뤄진다. 


  조중택 교장은 “신입생 내신 성적이 300점 만점에 280점 이상이 상당수일 정도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대전여상을 선택해서 온다. 우수 신입생 유치가 취업률로도 이어지기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년별 진로탐색 프로그램으로 취업 동기부여

  대전여상은 학년별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 동기부여에 힘쓴다.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1학년 때는 직업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성향에 맞는 직업 찾기, 일일체험 위주의 직업탐색을 한다. 2학년에 올라가면 본인이 선택한 진로에 맞춰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1주일간 회사에서 출퇴근하며 업무를 미리 경험해보는 직무체험이 이뤄진다. 3학년은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주력해 서류와 면접 대비 위주로 진행한다.


  학생들의 직무체험을 위해 학교는 대전지방세무사회와 협약하고, 매년 세무사무소 40여 곳에 학생들을 2~3명씩 파견했다. 직무체험에 앞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직장예절교육도 철저히 이뤄진다. 신극재 교무부장교사는 “2학년 때 아이들이 직무체험을 하고 오면 취업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더불어 기업체에는 대전여상 학생들이 일을 잘한다는 홍보도 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라고 했다. 


  학교는 3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진 회계, 컴퓨터 관련 실무능력과 학생회, 동아리 등 다양한 교내 활동 경험, 그리고 교사들의 열정과 희생정신을 높은 취업률의 비결로 꼽았다. 특히 특성화운영부, 취업지원부 교사들은 좋은 취업처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 관리까지 도맡는다. 취업지원부장을 맡은 홍정훈 교사는 “매월 1회씩 취업한 학생들의 회사로 추수지도를 나간다. 전화와 메시지도 수시로 주고받으며 힘든 점은 없는지 상담한다. 이렇게 철저한 관리로 취업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성적이 중하위권인 3학년 학생들은 산학맞춤반을 통해 취업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교는 회계, 세무, 유통 과정을 만들고 해당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과정별 실무교육과 직장예절교육 등을 제공한다. 산학맞춤반은 방과 후나 주말을 활용해 연간 100시간 이상 운영한다. 취업이 어렵거나 의지가 약한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집중함으로써 학교는 좋은 면학 분위기를 만들고 전체 취업률도 올리는 효과를 얻었다.



대전여상은 선후배 간 멘토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애교심 넘치는 동문들은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위해 학교 행사에도 발 벗고 나선다. (코로나19 이전 촬영)대전여상은 선후배 간 멘토링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애교심 넘치는 동문들은 졸업 후에도 후배들을 위해 학교 행사에도 발 벗고 나선다. (코로나19 이전 촬영)



조중택 교장은 학생들에게 인사와 시간 엄수, 단정한 복장을 가장 강조한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는 이유에서다.조중택 교장은 학생들에게 인사와 시간 엄수, 단정한 복장을 가장 강조한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중하위권 학생 위해 취업 맞춤형 교육

  대전여상 학생들은 기본 2개 이상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전공동아리 시간에는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 이상의 심화학습이 이뤄지며 고급자격증 취득, 대외활동 참가를 대비한다. 공부 이외에 취미와 봉사활동을 위한 자율동아리도 30여 개에 달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지난해 학교예술교육 공모전에서 최우수학교로도 선정된 대전여상은 특히 밴드, 난타, 오케스트라 등 음악 관련 동아리를 여러 개 운영한다. 학교는 대전시교육청 악기지원사업을 통해 바이올린 30대를 교육청으로부터 대여하고 있다. 조중택 교장은 “모든 동아리는 무료로 운영돼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1948년 개교한 대전여상은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작년에 신축된 창의관에는 내년에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상업경진대회와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대형 강의실과 IT실습실을 넉넉하게 추가했다. 덕분에 교내 실습실은 총 21개로 늘어났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조중택 교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함을 꼬집었다. “‘직업교육은 이류’라는 사회적 인식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특성화고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력을 기르는 교육기관이에요.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인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하죠. 이를 통해 특성화고는 학생들의 교육에만 전념하는 환경이 되고, 취업은 정부와 지역고용센터 등 사회가 나서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어려운 와중에 대전여상은 지난 1학기 학생들을 최대한 등교시키기 위해 1, 2학년 학생들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교차 등교를 시켰다. 실습과목이 많아 원격수업이 어렵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전교생이 매일 등교할 수 있었다. 조중택 교장은 “2학기에도 교차 등교를 진행하면서 방역 수칙을 지키며 교내 행사도 조심스럽게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키우는 교육은 물론이고, 예체능 활동 등 기본소양교육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19 이전 취업률로 회복해 80% 이상을 바라본다.”라고 밝혔다. 




Mini Talk


(왼쪽부터 박영비·홍진아·김해진·김보람)(왼쪽부터 박영비·홍진아·김해진·김보람)


  대전여상 3학년에 재학 중인 홍진아·김보람·박영비·김해진 학생은 최근 취업에 성공해 직장인이 됐다.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취업하고 싶어 특성화고에 진학했다는 이들은 “다시 중학교로 돌아가도 특성화고를 선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진아·김보람 학생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일반사무직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 홍진아 학생은 취업 후 야간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그는 “아직 진로를 못 정했다면 특성화고에 와서 정해도 전혀 늦지 않다. 학교 공부를 하며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느 곳에서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보람 학생은 특성화고의 장점으로 “또래보다 먼저 취업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대학은 나중에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 때 진학할 수 있다.”라고 했다.


  통신모듈 부품 제조업체에 취업한 박영비 학생은 “학교에서 모두 함께 취업을 목표로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다. 1학년 때부터 전문적인 기술과 직장예절도 익힐 수 있다.”라고 전했다.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김해진 학생은 회계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특성화고에 오면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때문에 다 같이 출발선에 서는 것과 같다.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