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강원 죽왕초등학교 자연에서 배우는 작은 학교 아이들

글 _ 양지선 기자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죽왕초등학교(교장 김상배)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산과 바다, 호수가 지척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연을 보고 느끼고 만지며 자란다. 아이들에게 마을은 또 다른 학교고, 마을 주민은 선생님이다. 전교생 51명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모두 친구이자 형제가 된다. 지난해 교육부가 주관한 ‘농어촌 참 좋은 작은 학교’ 공모전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된 죽왕초에 다녀왔다.


죽왕초는 작은 학교여서 가능한 특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형 생태교육과 마을 공동체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죽왕초는 작은 학교여서 가능한 특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형 생태교육과 마을 공동체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문을 들어서자 우측에 풀밭을 따라 돌길이 이어진다. 징검다리 건너듯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아담한 2층 건물이 반긴다.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건물 정문에는 ‘어울려 배우고 나누어 행복한 작은 학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곳은 강원도 고성군의 농어촌 작은 학교인 죽왕초등학교다. 


  고성군은 최근 5년간 인구가 10% 이상 줄어 강원도 내에서도 지방소멸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1965년 문을 연 죽왕초도 2015년에는 전교생 수가 30명대까지 감소했다. 학교는 작은 학교여서 가능한 특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형 생태교육과 마을 공동체 연구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기준 전교생은 51명으로, 이 중 고성군 이외 지역에서 오는 아이들이 절반가량이다. 학부모들이 인근 학교 대신 멀더라도 죽왕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배 교장은 “시내 학교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프로그램들이 잘 운영되고 있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교육과정에 최대한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죽왕초는 올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매일 등교수업을 이어왔고, 방역 규칙을 준수하며 가능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학교에서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알록달록하게 색칠된 아담한 2층 건물의 죽왕초 전경알록달록하게 색칠된 아담한 2층 건물의 죽왕초 전경


전교생 51명의 죽왕초는 교사와 아이들 간  유대관계가 깊다전교생 51명의 죽왕초는 교사와 아이들 간 유대관계가 깊다



마을은 제2의 학교

  죽왕초의 특색 프로그램은 마을과 연계한 활동이다. 매년 이뤄지고 있는 마을캠프는 동네를 둘러보며 마을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생태 체험을 통해 감수성도 기르는 시간이다. 지난해에는 학교 인근 송지호 일대의 식생을 살펴보고, 호수가 생겨난 과정에 대해 배웠다.


  올해는 지난 7월 8~9일 이틀간 마을캠프가 펼쳐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까운 봉수대해수욕장에서 래프팅 체험을 하고, 이튿날에는 부모님과 함께 송지호 둘레길에서 플로깅(Plogging·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했다. 각 교실에서 진행된 공예 체험은 본래 마을교사가 이끌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각반 담임 교사의 지도로 이뤄졌다. 


  학교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을 마을교사로 임명해 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에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2학기에는 주민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마을 운동회와 김장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김상배 교장은 “마을 연계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마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우리 마을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 알게 된다. 진로, 직업과 연계해 배울 점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오명환 교감은 “학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학부모들이 마을교사, 사서도우미, 방역도우미로 자원해서 오신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학부모가 학교에 대한 신뢰를 쌓고, 학교의 여러 활동에 협조적으로 참여하신다.”라고 덧붙였다. 


  죽왕초 아이들은 학년과 관계없이 모두 친구이자 형제처럼 똘똘 뭉치는 모습이 돋보인다. 학생 수가 적어서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 매달 진행하는 ‘우리는 형제’ 프로그램 덕분이다. 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한 명씩 모아 형제로 구성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팀별 활동 시간에는 형제들끼리 만나 팀 이름과 구호를 정하고, 이후 팀 대항 축구대회와 보드게임 등을 통해 친목을 다진다. 이번 마을캠프에서도 형제팀끼리 직접 장을 본 재료로 운동장에 함께 모여 저녁을 만들어 먹고, 팀별로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했다.


  조혜란 교사는 “팀장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동생들을 이끌고, 동생들도 진짜 자기 형제처럼 선배들을 챙긴다. 외동아이들에게 형제가 생기고, 선후배가 협력하며 다 같이 어울려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인성교육에 아주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전교생 51명의 죽왕초는 교사와 아이들 간  유대관계가 깊다"내가 만든 무지개 물고기 어때요?" 1학년 학생들이 공예 체험 시간에 직접 꾸민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교생이 친구이자 형제가 되는 학교

  죽왕초의 또 다른 강점은 교내 자율장학이 활성화돼있다는 점이다. 학교는 전면 등교수업이 진행된 만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개수업과 학년별 수업 연구를 이어왔다. 교사들은 각자 수업에 대해 좋은 점과 보완할 점을 사전에 협의하고, 공개수업 참관 후 피드백을 나눈다. 이런 수업 연구 시간을 통해 수업의 질이 향상되고, 교사로서 성장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매주 수요일 ‘교원학습공동체의 날’에는 주제별로 전문 강사를 섭외해 연수가 이뤄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학교는 방학 중에도 돌봄교실에서 영어와 스포츠 캠프를 운영, 아이들이 집에서 방치되지 않게 돕고 있다. 평소 등하교하는 것과 동일하게 통학 차량이 운행되어서 학부모들은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있다. 김 교장은 “학교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고 한다. 덕분에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죽왕초는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체육시설 확충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체육관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유휴공간이 부족했던 학교에 다목적 체육관이 건립되면서 교과 수업, 체험활동, 방과후학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학교는 지역 주민들에 체육관을 개방해 함께 소통하는 즐거운 마을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송지호 둘레길 플로깅(Plogging·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활동을 한 죽왕초 아이들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송지호 둘레길 플로깅(Plogging·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활동을 한 죽왕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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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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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죽왕초등학교 교장


  올해 3월 죽왕초에 새롭게 부임한 김상배 교장은 교장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학부모, 학생, 교사 등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서 함께 소통하자는 의미다. 김 교장은 부임 후 학년별로 아이들과 교장실에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행복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교장실에는 과자와 사탕이 항상 준비돼있고, 함께 노래 부를 때 필요한 기타도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표현하는 법, 친구의 마음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 김 교장은 “초등학교 때 다양한 경험을 해야 좋아하는 것도 찾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공부에만 매몰돼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라며 “인성교육과 독서교육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 자존감을 향상하고 어려움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라고 했다.


Q1 죽왕초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인가?

  보통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교사분들이다. 올해 처음 발령된 선생님도 계신데, 사회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교육대학에 진학하신 분으로 신규교사답지 않게 침착하고 아이들과 관계를 잘 형성하신다. 작은 학교여서인지 선생님과 아이들의 유대관계가 무척 깊고, 아이들이 가족처럼 선생님을 따른다. 교사와 학생 간 벽이 없고 친근한 것이 학습 동기 유발에도 도움이 된다.


Q2 교장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독서교육(Book), 음악교육(Talent/Technique), 체육교육(Sports)을 합쳐 ‘BTS’ 교육이라 이름 붙였다. 독서교육으로 어휘력과 상상력을 기르고, 예체능교육으로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을 직선이 아닌 원형에 놓고, 한 가지 진로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각자 재능을 찾도록 하고 싶다. 학부모들께도 아이들에게 너무 빠른 성과를 바라지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린다. 


Q3 앞으로 학교 운영 계획은?

  체험활동을 더욱 다양화해서 아이들의 견문을 넓힐 계획이다. 창의성은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에서부터 발달한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체험 등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시민교육도 창의적 체험활동과 교과 시간에 녹이고 싶다. 지구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빈부격차,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여러 문제를 들여다보고 아이들이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강조하려 한다. 앞으로 학교 교육에서 꼭 다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