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복으로 재탄생한 한복 “예쁜데 편하기까지”

글 _ 양지선 기자

흔히 ‘교복’ 하면 떠오르는 옷차림은 재킷과 와이셔츠에 치마 혹은 바지로 이뤄진 양복 형태다. 어딘가 꽉 끼고 불편해 보인다는 인식도 함께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전통 옷인 한복을 현대화해 교복으로 도입한 학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는 지난해 한복교복 보급사업을 추진, 공모를 통해 16개 학교 약 2,300명의 학생에게 한복교복을 지원했다. 한복교복을 도입한 학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은고 한복교복(하복)의 특징은 얼핏 보면 일반 교복과  비슷하면서도 한복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남학생  바지는 통을 넓히고, 여학생 하복 치마는 덧치마 형태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였다보은고 한복교복(하복)의 특징은 얼핏 보면 일반 교복과 비슷하면서도 한복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남학생 바지는 통을 넓히고, 여학생 하복 치마는 덧치마 형태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였다.




  “어렸을 때 명절날 말고는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교복으로 입을 수 있어서 좋아요. 디자인도 예쁘고 특별하잖아요.”

  

  충북 보은고등학교(교장 김진환) 2학년 조태웅 학생은 올해 처음 입게 된 한복교복을 무척 맘에 들어 했다. 지난해 보은고가 한복교복 보급사업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디자인과 소재로 한복교복이 만들어졌고, 올해 3월 전 학년에 보급됐다. “이전 교복은 조끼와 넥타이 등 챙겨입을 것이 많았는데, 한복교복은 윗도리와 바지로만 구성돼서 간편하고 활동하기에도 편하다.”라는 것이 조 군의 설명이다.


  평소 생활 한복을 즐겨 입는 강태호 보은고 교무부장교사는 “아이들이 불편한 교복 대신 편한 한복을 일상생활에서도 입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한복교복 보급사업을 신청했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로 이뤄진 교복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디자인을 선정했다. 학생들은 수시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교복 시제품을 입어보며 불편한 점을 개선했다. 한복 디자이너는 보은고 전교생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해 크게 세 가지 사이즈로 교복을 제작하고, 기성복이 맞지 않는 학생을 위해 별도로 주문제작도 진행했다. 강태호 교사는 “한복교복을 도입한 후 아이들이 생활복보다 교복이 더 편하고 예쁘다며 잘 입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보은고 한복교복의 특징은 얼핏 보면 일반 교복과 비슷하면서도 한복의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윗도리 목 부분이 저고리처럼 깃 형태로 되어있고, 여기에 오방색 동정을 더해 포인트를 줬다. 전통 한복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이질적인 느낌이 없다. 


  남학생 바지는 통을 넓히고, 여학생 하복 치마는 덧치마 형태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였다. 1학년 이진희 학생은 “덧치마 덕분에 앉았을 때도 편하고, 얇고 시원한 소재여서 몸에 달라붙지 않아 좋다.”라고 말했다. 치마에 달 수 있는 자락장식은 노리개를 재해석한 것으로, 보은고의 교목 소나무와 교화 모란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 더욱 특별하다. 


  학교는 한복교복과 연계해 전통예절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김진환 교장은 “한복교복을 입으면서 학생들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길러지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보은고는 학생과 학부모로 이뤄진 교복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디자인을 선정했다. 학생들은 수시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교복 시제품을 입어보며 불편한 점을  개선했다보은고는 학생과 학부모로 이뤄진 교복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디자인을 선정했다. 학생들은 수시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교복 시제품을 입어보며 불편한 점을 개선했다.


학생 주도로 디자인과 소재 선정

  광주 광일고등학교(교장 기민철)는 학생들의 제안으로 한복교복을 도입하게 됐다. 이 학교 2학년 나은교 학생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복교복 시범사업 관련 기사를 보고,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복교복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 “기사에서 본 한복교복의 색감이 예쁘고 디자인이 독특해서 입고 싶었어요. 거기다 교복비도 지원된다고 하더라고요.” 나은교 학생이 올린 글에 긍정적인 댓글이 이어졌고,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한복교복 시범사업을 신청하게 됐다.


  교복 선정 과정에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1, 2학년 전체 학급 임원 15명이 모여 한복진흥센터에서 제작한 디자인북을 통해 선호도가 높은 10벌의 디자인을 1차 선정했다. 이후 학생들이 시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남녀 동복과 하복을 각 두 벌씩 2차로 예비 선정했다. 최종 디자인은 조회시간을 활용해 1,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결정됐다.


  학생들은 한복교복이 이전 교복에 비해 넉넉하고 활동하기 편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1학년 김영헌 학생은 “중학교 때 교복은 몸에 딱 붙어서 굉장히 불편했는데, 지금 교복은 품이 넉넉해서 편하다. 특히 하복이 반바지인데 신축성이 좋아서 체육복 대신 입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나은교 학생은 “허리 부분에 고무줄이 들어가서 급식을 먹은 후에도 배가 편안하다.”라고 덧붙였다. 


  한복교복 시범사업은 3년간 한 학년 150명, 1인 30만 원 한도로 4개 학년을 지원한다. 광일고는 지난해 기준 전체 학생 168명이 총 5,040만 원어치의 한복교복을 지원받았다. 심은정 교사는 “무상으로 한복교복을 지원받은 덕분에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감과 소속감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보은고는 학생과 학부모로 이뤄진 교복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맞춤형 디자인을 선정했다. 학생들은 수시로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교복 시제품을 입어보며 불편한 점을  개선했다강진작천중의 한복교복(동복)은 한복의 곧은 깃에서 영감을 받은 덧저고리와 여학생 치마의 색동무늬가 돋보인다.



활동성 높고 세탁 쉬워 실용적

  전교생 14명의 작은 학교인 전남 강진작천중학교(교장 김우수)도 지난해 11월부터 한복교복을 입고 있다. 평상시에도 한복을 즐겨 입는다는 강정희 교사는 학생들이 아름답고 편한 한복의 매력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복교복 보급사업을 신청했다. 


  강 교사의 바람대로 학생들은 한복교복에 애정을 드러냈다. “한복을 교복으로 입는다니 새로웠어요. 디자인도 예쁜데, 몸에 끼지 않고 넉넉해서 좋아요. 교복을 입고 공부, 운동, 휴식, 놀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3학년 강윤희·권보아·김은숙 학생이 입 모아 얘기했다.


  “한복교복 도입 후 지역사회의 관심과 호응이 뜨거웠어요. 체험학습을 위해 학교 밖에 나갔을 때 교복을 보고 특별한 학교 같다며 여쭤보곤 해서 학생들의 어깨가 으쓱해졌죠.” 강 교사의 설명이다. 


  강진작천중 학생들도 교복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여학생 하복은 폭이 넓은 치마바지로 선택하고, 남학생 하복은 한복의 사폭바지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단정하면서도 실용적이고 활동성이 돋보인다.


  한복교복 디자인을 담당한 김남희 돌실나이 대표는 “학생들이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 입는 옷이기에 편안함을 제일 중요시했다. 신축성이 있으면서 구김이 가지 않고 세탁이 쉬운 소재를 사용하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도록 천연소재를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한복을 만들어온 김 대표는 “한복이 점점 우리 일상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옷이 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가 한복을 교복으로 입음으로써 전통 옷의 명맥을 이어가고,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한복이 비싸고 접하기 어렵다는 대중의 인식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우리가 흔히 입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한복은 그렇지 않아요. 한복 디자이너 한 명을 양성하는 데 길게는 10년이 걸릴 정도로 인력 확보가 힘들고, 장인들이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개발비가 무척 많이 듭니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죠. 더 많은 분들이 한복을 입고 사랑해주신다면 한복산업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한편, 올해 한복교복 보급사업에는 총 20개교 내외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다. 지자체·시도교육청 등으로부터 교복비 지원을 받는 학교에 한복 디자이너를 파견하여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고, 교복비 미지원 학교에는 디자인 상담뿐만 아니라 3년간 한복교복을 현물로 지원한다.  


보은고의 한복교복(춘추복). 한복교복 보급사업에 선정된 학교에는  한복 디자이너를 파견하여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고, 교복비 미지원  학교에는 3년간 한복교복을 현물로 지원한다. (사진=돌실나이 제공)보은고의 한복교복(춘추복). 한복교복 보급사업에 선정된 학교에는 한복 디자이너를 파견하여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고, 교복비 미지원 학교에는 3년간 한복교복을 현물로 지원한다. '20년 한복교복 보급사업(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 사진 제공: 돌실나이)



광일고는 학생들의 제안으로 한복교복을 도입하게 됐다. 동복 재킷  동정과 여학생 치마에 오방색 교차무늬를 넣어 체크무늬와 같은  효과를 주었다.광일고는 학생들의 제안으로 한복교복을 도입하게 됐다. 동복 재킷 동정과 여학생 치마에 오방색 교차무늬를 넣어 체크무늬와 같은 효과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