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일상이 된 환경교육, 배움과 삶 연결 짓는 학교

글 _ 양지선 기자

경기 송내고등학교 


경기 송내고등학교(교장 윤정훈)는 환경교육 우수학교다. 지난 2017년부터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 교과 중점 교육과정을 펼쳐온 학교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교육과정과 연계해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선정한 ‘생태 숲 미래학교’이기도 한 송내고는 올해 학생들이 설계에 참여한 학교 숲을 조성하고 환경친화적 공간 재구성에 나선다. 신록의 계절,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반기는 송내고를 찾았다. 



기사 이미지



  지난 5월 13일 3교시, 안재정 환경교사와 송내고 1학년 6반 학생들이 학교 건물 뒤편 중정원에 모였다. 이날은 환경 교과의 야외 수업 날. 원격수업 주간이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에 온 학생들은 야외에서 진행된 수업에 더욱 들뜬 모습이었다. 수업 주제는 ‘송내고 식생의 이해 및 도감 찾기’. 학교에 어떤 나무가 심겨 있는지 관찰하고, 나무 도감을 활용해 탐색해보는 시간이다. 안 교사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나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환기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나뭇잎이 홑잎인지 겹잎인지, 잎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지 밋밋한지, 줄기에 잎이 어긋나있는지, 마주나있는지 등을 구분해 나무 종류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각자 돋보기로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우리 학교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살펴보자.” 안재정 환경교사의 설명에 이어 학생들은 저마다 도감과 돋보기를 손에 들고 나무를 관찰했다.


  정혜린 학생은 “잎이 마주나있고, 홑잎이면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걸 보니 화살나무인 것 같다. 도감에 있는 그림과 똑같다.”라며 신기해했다. 이소원 학생은 “무심코 그냥 지나쳤던 나무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관찰한 나무의 특징을 담아 활동지에 세밀화를 그려보고, 사진을 찍어 구글 설문지 링크로 제출했다. 한지은 학생은 “환경 시간에는 책만 보는 수업에서 벗어나 이렇게 평소에 못 했던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재밌다. 드론을 이용해 대기환경을 살펴보는 활동도 했었는데, 앞으로 현실과 연관된 문제를 수업 시간에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5월 13일 3교시 환경수업 시간에 1학년 6반  학생들이 건물 뒤편 중정원에 모였다. 학교에 어떤  나무가 심겨 있는지 관찰하고, 나무 도감을 활용해  탐색해보는 수업이 진행됐다.지난 5월 13일 3교시 환경수업 시간에 1학년 6반 학생들이 건물 뒤편 중정원에 모였다. 학교에 어떤 나무가 심겨 있는지 관찰하고, 나무 도감을 활용해 탐색해보는 수업이 진행됐다.



‘환경교실’이 있는 학교

  안재정 교사는 “환경 교과가 교양과목이다 보니 아이들이 입시 과목만큼 수업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체험 위주 활동으로 먼저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고, 실생활과 연결해 생각할 거리를 주려고 한다. 환경교육을 통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관점과 문제 해결 능력, 사회 변화의 방향에 대해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송내고는 ESD 교과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환경 생태적 가치를 배우고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1학년 환경, 2학년 과학과제연구와 사회과제연구, 3학년 생태와 환경, 인공지능 등 다양한 선택교과에서 환경 문제를 다룬다.


  학교에 선택교과 교실, 그중에서도 환경교과실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송내고는 지난 2019년 본관 2층에 환경교육을 위한 학습 공간을 마련했다. 산뜻한 초록빛을 내뿜는 이곳에서 드론, 3D프린터, VR기기 등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환경 수업이 이뤄진다. 덕분에 환경교실은 학교에서 인기있는 공간 중 하나다. 학생들은 “환경교실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싶었다.” “환경교실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보여서 과목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송내고는 지난해 ‘생태 숲 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공간 설계 작업을 마쳤다. 올해 2학기 시작 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학교에 실내외 생태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문에서 들어오는 길부터 건물 1층 뒤편 중정원, 환경교실 외부 베란다까지 쉼과 학습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산뜻한 초록빛을 내뿜는 환경교실. 이곳에서 드론, 3D프린터, VR기기 등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환경수업이 이뤄진다산뜻한 초록빛을 내뿜는 환경교실. 이곳에서 드론, 3D프린터, VR기기 등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환경수업이 이뤄진다



자연환경 탐험을 주제로 한 VR 체험에 나선 학생들자연환경 탐험을 주제로 한 VR 체험에 나선 학생들



21개 환경 주제 프로그램 운영

  비교과 프로그램으로도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봉사활동, 캠프, 대회 등 환경을 주제로 총 21개의 활동이 진행된다. 학생들의 일상에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학교 특색 프로그램으로는 매 학기 운영되는 인디언 텐트 숙박 캠프가 있다. 학교는 환경교실 외부에 설치된 야외 인디언 텐트에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캠핑하며 자연과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문가의 특강을 듣고 환경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매번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지난 5월 21일 진행된 캠프에서는 건강한 생태밥상 만들기, 야간 곤충 탐방, 환경 관련 영화 시청 등의 활동이 이뤄졌다. 


  올해 새롭게 구상한 프로그램은 ‘에코리더캠프’다. 학생과 교사가 사제동행으로 지역의 생태환경을 조사하고 문제 인식 후 팀별 탐구주제를 정해 연구해보는 활동이다. 첫 지역으로는 제주도가 선정돼 방학 기간을 활용해 탐방할 계획이다. 윤정훈 교장은 “먼저 주문형 강좌로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추후 다듬는 과정을 거쳐 정규 교과로 만들 계획이다. 21개의 환경 주제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꾸려가기 위해 올해 운영 결과를 토대로 추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내고 학생들은 지하철, 공원, 도로 등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며  지역의 미세먼지 실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커뮤니티  매핑’ 활동을 했다. (코로나19 이전 촬영)송내고 학생들은 지하철, 공원, 도로 등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며 지역의 미세먼지 실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커뮤니티 매핑’ 활동을 했다. (코로나19 이전 촬영)


5 학교는 ESD 교과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환경 생태적 가치를  배우고 내면화하도록 돕는다학교는 ESD 교과 중점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환경 생태적 가치를 배우고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안재정 환경교사는 “환경교육을 통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관점과 문제 해결 능력, 사회 변화의 방향에 대해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안재정 환경교사는 “환경교육을 통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관점과 문제 해결 능력, 사회 변화의 방향에 대해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 전문교사 확보와 교과 필수화 필요”

  송내고에서 이처럼 환경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ESD 교육과정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사업을 ‘환경’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유기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인공지능(AI) 융합 교육과정도 환경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인공지능 교육’을 지향한다.


  환경부의 환경교육 관련 통계자료(2019)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전체 중고등학교의 8.4%만 환경 과목을 선택했다. 환경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9%에 불과했고, 전공과 무관하게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79%였다. 환경교사는 2000~2008년까지 총 70명이 임용됐으며, 2009년 이후에는 신규 임용이 없다가 올해 13년 만에 7명이 새롭게 선발됐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기 힘든 여건이다.


  17년 차 환경교사인 안재정 교사는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전문교사 확보와 교과 필수화, 장기적으로는 교육과정 체계와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제 학교 환경교육은 에너지 아끼기, 잔반 안 남기기, 일회용품 안 쓰기 수준을 벗어나야 합니다. 전문적인 수업을 통해 문제의식을 기르고 내 삶과 내가 사는 지역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도록 해야죠. 환경 교과가 교양과목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여기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가기 어려워요. 앞으로는 지식과 학문 위주의 교육이 아닌 가치와 소양을 기르는 교육이 미래교육의 큰 부분을 차지하길 바랍니다.” 



Mini Interview



기사 이미지


윤정훈 송내고등학교 교장



Q1 학교가 환경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17년 부천이 교육과정 특성화 지구로 선정되면서 송내고에서는 ESD 교육과정을 중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환경부 ‘꿈꾸는 환경학교’ 사업으로 예산 지원을 받아 환경교실을 구축하면서 기반이 만들어지고 환경교육이 내실화됐다. 대입 성적과 무관할 수 없는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보니 초반에는 내부적으로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학생들이 환경을 비롯한 사회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의식을 내면화하게 되는 것을 보며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무형의 가치와 태도를 기르게 했다고 생각한다.


Q2 학교 운영상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해나갔나?

ESD는 환경교육을 기반으로 하는데, 환경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부족하다. 공립학교이다 보니 교사 순환이 걱정이다. 따라서 환경교사에만 의존해 교육과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을 대상으로 ESD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환경교사를 주축으로 한 융합교육부에서 ESD 운영을 전담했는데 올해부터 교육과정부, 융합교육부, 교육정보부 등 3개 부서를 미래교육팀으로 만들어 학교가 추구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며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Q3 향후 학교 운영 계획은?

현재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전까지 학교 환경교육은 침체된 상태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송내고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의 가치와 방향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ESD와 AI를 접목한 창의융합형 교육을 통해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리더를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