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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틀을 깬 공간이 되다

서울하늘숲초등학교

글  양지선 기자

  ‘학교’라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는 대체로 천편일률적이다. 칠판을 향해 일렬로 늘어선 책상과 차갑고 딱딱한 교실 바닥, 엄숙한 분위기의 교무실 등. 교육부는 학교 공간혁신사업을 통해 이런 판에 박힌 학교에서 벗어나 학교 구성원의 편의를 고려하고 다양한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하늘숲초등학교(교장 최성희)를 통해 새 시대에 맞는 학교 공간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계단을 이용한 다목적 놀이 공간


교무실을 줄인 대신 마련한 ‘하늘숲 카페’


교실 밖 복도에 마련된 작은 전시 공간


고정관념을 탈피한 사다리꼴 모형의 이형교실


교실 옆면의 화이트보드를 이용한 발표 공간이 만들어졌다.

  ‘실내화를 벗고 들어오세요.’

  서울하늘숲초등학교의 교실 문 앞에는 이와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다. 맨발로 들어선 교실 바닥에서는 따끈한 온도가 느껴진다. 교실 안에서 편하게 눕고 뒹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교실이 마치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학교 임정묵 교무부장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사고와 신체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 공간이 예전 그대로라면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힘들다.”라며 “학교에 왔을 때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안락함을 느끼면서 창의적 사고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개교한 서울하늘숲초는 개교 1년 전인 2018년 서울시교육청의 공간혁신사업인 ‘꿈담교실(꿈을 담은 교실)’로 지정됐다. ‘학생 발달단계에 맞는 학교 공간’을 전체적인 콘셉트로 구상하고 인근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학교 구성원이 모두 만족해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맨발로 뛰어놀고, 3면이 칠판인 교실

  학교의 모든 교실은 맨발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닥 마감재를 친환경 소재로 하고, 교실 앞과 뒤, 옆 3면에 화이트보드를 설치했다. 정면의 칠판만 응시해야 했던 것에서 벗어나니 자연스럽게 책상 배치도 둥그렇게 원을 그린 형태, 모둠별로 모인 형태 등으로 다양해졌다.

  교실 앞뒤로는 붙박이장을 설치해 쓰레기통과 청소함, 옷걸이를 집어넣어 지저분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수업 도구들은 정리함이자 의자, 연설대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 다용도 가구를 이용해 깔끔하게 수납했다. 교실 바깥쪽 복도에는 칸막이 벽체를 활용해 작은 전시 공간을 만들어 반마다 개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공간의 변화는 수업 내용의 변화도 이끌었다. 이 학교의 수업은 2교시를 묶은 80분 수업을 기본으로 한다. 때에 따라서는 3교시를 묶어 진행하기도 한다. 대신 중간놀이 시간을 길게 확보했다. 더 깊숙한 배움과 활동 위주의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것이다.


학년별 발달단계에 맞춘 공간 구성

  서울하늘숲초는 외부에서 학교 건물을 봤을 때 삐죽하게 삼각형으로 튀어나온 부분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이형(異形) 교실로, 이 부분 덕분에 기존의 사각형이 아닌 사다리꼴 교실이 탄생하게 됐다. 창문가에 턱으로 구분되어 살짝 올라가 있는 이 공간은 학생들이 숨어 노는 작은 놀이터이기도 하고, 독서 공간이기도 하다. 수업 시간에는 발표 무대로도 활용한다.

  이형 교실은 총 12곳으로, 주로 고학년(5~6학년) 위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고학년의 경우 교실 안에서 친구들끼리 함께 뭉쳐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저학년 교실에서는 칠판의 높이를 낮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교실 뒤쪽의 게시판은 타공판으로 제작돼 수업 시간에 만든 작품을 자유롭게 배치해 전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교 공간 디자인을 맡은 최혜진 건축사(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교실마다 차이점이 두드러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년별로 교과과정도 다르고 성장과정도 다른데, 교실이 똑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전체적으로는 친환경 소재 자작나무 합판을 이용해 원목의 따뜻한 느낌으로 통일성을 주면서 층별, 학년별, 교실별로 다른 색을 입혔다.”라고 설명했다. 교실 문, 바닥, 복도, 벽에 칠해진 색이 어느 하나 똑같이 겹치지 않는 이유다. 김태경 교사는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다채로운 색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용공간 확대

  교실 밖에서 특징적인 장소 중 하나는 바로 교무실이다. 1층의 교장실과 교무실, ‘하늘숲 카페’는 문을 열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된다. 이는 소통의 공간을 의미한다.

  오픈형 탕비실인 ‘하늘숲 카페’는 이름 그대로 카페를 연상케 한다. 노출형 천장 인테리어로 답답함을 없애고, 널찍한 곳에 자유롭게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반면 교무실은 긴 회의용 탁자만 존재하는 작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혜진 건축사는 “초등학교 교사는 교실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 교무실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을 늘렸다.”라고 말했다.

  계단을 이용한 다목적 놀이 공간 역시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는 곳이다. 두 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책꽂이를 벤치로 구성하고, 작은 미끄럼틀도 마련했다. 좁은 곳에 들어가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숨을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편히 누워있거나 앉아서 책을 보고,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계단으로만 이용됐을 유휴공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임정묵 교사는 “놀이와 휴식, 독서가 모두 이뤄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작품 전시와 발표도 가능한 공간”이라며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나고 비는 시간이 생길 때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복도에서는 땅따먹기 등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공연·버스킹이 가능한 쉼터도 마련했다. 교내 곳곳의 공간을 최대한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임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크고, 학교가 집보다 더 좋다는 표현을 한다.”라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아쉬웠는데, 이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전했다.


외부에서 학교 건물을 봤을 때 삐죽 튀어나온 부분은 교실 안에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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