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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기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두뇌 맞춤형 학습법


자녀교육 Q&A   글_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기억을 잘 하는 것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 해서 영어사전을 외우고는 찢어서 먹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현재는 정보량이 훨씬 더 방대해졌고, 단순한 지식의 암기나 이해를 떠나, 분석과 활용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성적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요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성적만 아니면 외우라고 다그치지 않겠는데, 시험을 볼 때면 외우지 않으면 안 되니 답답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외우는 것을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외우기 싫어하는 원인 점검을…
  우선 외우기 싫어하는 원인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심리테스트를 해서 샅샅이 알아볼 수도 있지만 우선 3가지를 살펴보자. 지금 외워야 하는 과목에 대해 흥미를 잃고 있지 않은지? 또, 반복을 싫어하는 성격인지 아닌지? 그리고 시각적인 것을 잘 다루는 아이인지 청각적인 것을 잘 다루는 아이인지 하는 것이다.
  해당과목을 싫어하는 것은 특별한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동기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가 그 과목에, 그 내용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따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반복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개 전체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세부적인 내용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가 보기에도 웬만큼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만 외우면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은데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경우에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아이들이 반복을 싫어하는 것을 꾸짖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은 나름대로 했는데 엄마가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으면 시무룩해지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더욱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 이들이 외우고 기억하는 것까지는 인정하고 칭찬해 주자. 그리고 더 세부적인 내용들을 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같이 연습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외우는 것 하면 수학공식과 영어 단어만을 생각하는데, 실제 암기는 사회, 과학 과목에서도 중요하고 이 과목을 외우는 방법을 잘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수학공식이나 영어 단어도 더 잘 외운다. 영단어 암기법만으로도 지면이 넘칠 수 있으니 이것도 다음 기회를 보기로 하고, 오늘은 사회나 과학 과목을 외울 때 쓰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외우는 방법을 결정할 때 먼저 판단해야 하는 것이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지 시각적인 능력이 뛰어난지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인지기능 검사로 판단할 수 있지만 아이가 평소에 말하기를 좋아하고 또 잘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림을 좋아하고 눈으로 본 것들을 더 잘 기억하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언어적 측면이 강한 아이들은 자신이 기억한 걸 엄마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이 아주 좋은 암기법이 된다. 다른 사람 가르치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이런 아이들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아도 말로 꺼내다보면 이가 빠진 부분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이 부분을 찾아서 다시 처음부터 말로 설명해보면 머릿속에 더 잘 기억되고 오래 간다. 자녀가 스스로 스마트폰을 절제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자신이 기억해야 할 것을 오디오로 녹음해 놓고 학교, 학원을 오가는 시간이나 자투리시간에 들으면서 기억하는 것도 이런 유형의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좋다.
  시각적 능력이 좋은 아이들에게는 위의 방법들이 별로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거부감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말로 하는 것을 잘 하지도 못하고 귀에도 잘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마인드맵이다. 마인드맵이란 키워드를 가운데 쓰고 그에 관련된 소주제를 주변에 배치하고 소주제별로 키워드를 적는 방식이다. 시각적 기억을 잘 하는 학생들에게는 전체 그림을 한눈에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용을 읽은 후에 안 보고 마인드맵을 만들어보면서 빠진 부분, 생각나지 않는 부분을 채워 나가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렇게 세부 사항까지 만들어 놓은 마인드맵을 책갈피에 끼워 다니며 틈틈이 보는 것도 대단히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 생각할 점은 내용을 깨알같이 다 적는 게 아니라 약어와 기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간단한 그림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념을 정리할 때에도 그림, 사진, 도표 등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나중에 기억을 되살릴 때에도 훨씬 효과적이다.
  예전에는 연습장이라는 걸 팔았다. 갱지를 묶어놓고 표지에 예쁜 연예인 사진을 넣어 놓은 공책인데, 여기에다 종이가 뚫어지도록 단어를 쓰거나 내용을 적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방법이 실은 가장 비효율적인 암기 방법이었다. 두뇌에 맞는, 두뇌 유형에 맞는 기억법이 있고 이것을 활용했을 때 효율도 높아지고 성취감도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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