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을 담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작은 진전도 크게 격려해 주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건 결국 ‘사랑과 꾸준함’이라고 믿는 홀트학교 방지혜 교사. 1987년 3월 교직에 부임한 이후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연구하면서 맞춤식 교육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다. 이 공로로 지난 5월 20일, ‘제13회 대한민국 스승상’과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함께 안았다.
“저희 홀트학교의 표어가 ‘사랑을 행동으로’입니다. 1987년 3월 부임 이후 줄곧 이 표어를 되새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37년 동안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의 약한 부분과 부족한 면을 채워가며 보다 변화된 삶이 영위될 수 있도록 ‘사랑과 꾸준함’으로 교육해 왔죠. 그런데 이번에 제가 받은 ‘제13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은 저만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과 동료 교사, 그리고 특수교육지도사님들과 함께 이룬 영예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교직 생활 37년 차인 홀트학교 방지혜 교사는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연구해 오면서 맞춤식 교육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 공로로 지난 5월에는 교사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스승상(특수교육 부문)’과 ‘녹조근정훈장’ 수훈이라는 영광까지 함께 안았다. 매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내용을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언어전달장’, 학생들에게 시간의 개념을 익히게 하고, 사회의 규칙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지혜달력’ 등 방 교사가 특수교육지도사들과 함께 연구하고 개발한 학습 도구들은 현재 담임을 맡은 4학년 1반 아이들을 눈부신 변화와 성장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을 변화시킨 다채로운 학급 특색활동
지난 7월 18일 오전, 취재팀이 찾은 홀트학교 4학년 1반 교실에는 “사랑해, 축복해, 고마워, 최고 멋져…” 등 긍정의 언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6명의 아이와 방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말 그대로 ‘바람을 이루어가는 행복한 교실’이다. 교실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긍정의 언어들처럼, 지난 몇 달간 이 교실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학기 초만 해도 글을 읽지 못하던 OO이는 이제 글을 읽고, 또박또박 쓸 수 있게 되었다. 또 수업시간 연필을 잡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문제행동을 보이던 OO이는 이제 안정감을 찾은 건 물론 ‘엄마, 아빠’라는 글자를 읽을 줄 안다. 이는 방 교사가 구안하여 교육 활동에 적용해온 학습자료들, 그리고 다양한 학급 특색활동 덕분이다.
“우리 아이들이 글을 읽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 ‘언어전달장’은 학부모님, 특수교육지도사님, 사회복무원님 등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에요. 언어전달장에는 그날의 학습 내용은 물론 학생의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활동이 수준별·개인별 맞춤형으로 담기게 됩니다. 이 언어전달장을 통해 말문이 트이거나 글자를 터득한 학생들이 참 많아요. 이 교육 활동이야말로 학부모님의 만족도가 특히 높아서 더욱 감사하지요.”
이 언어전달장은 매일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학부모나 학습자료 발굴을 도와야 하는 지도사들로선 번거로울 수도 있는 일. 해서 학기 말에는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조사하여 다음 학기에 반영하곤 한다. 방 교사는 “언어전달장을 통해 선생님의 교육관도 엿볼 수 있어서 참 좋다.”라면서 “선생님을 만난 건 천년에 한 번 오는 행운과도 같다.”라는 학부모의 피드백을 확인할 때는 특수교사로서의 감사와 보람을 함께 느끼곤 한다.
방지혜 교사와 특수교육지도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개발한 학습 도구들은 4학년 1반 아이들을 눈부신 변화와 성장으로 이끌고 있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건 ‘사랑과 꾸준함’입니다”
학생들에게 지혜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지혜달력’도 아이와 학부모 모두가 반기는 학습 도구가 되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매일 읽고 체크하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시간 개념은 물론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달력을 신기해하며, 적극적인 학습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금세 ‘요일, 월, 일 년’을 알게 되고, 각 요일에 이루어지는 활동을 인식하면서 ‘어제, 오늘, 내일’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방 교사는 “그러면서 아이들은 ‘내일은 또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되더라.”라면서 지혜달력 수업으로 인해 일어난 학생들의 변화도 소개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신나게 놀자’라는 말을 자주 해요. 공부는 즐겁게,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제가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는 교육 활동 중에 ‘맞춤식 똑똑해지는 학습장’이 있는데, 아이들이 학습장을 꺼내며 ‘준비 완료’라고 말한 뒤 ‘빨리 공부해요’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재촉하게 만들곤 하지요.”
아이들에게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잘한 행동을 더 크게 칭찬해 주는 방법도 방 교사가 늘 빼놓지 않는 교육 활동 중 하나다. 복도를 오가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어깨와 등을 두드려주는 사소한 행위부터, ‘OO이는 정말 멋져, 최고야!’ 등과 같은 긍정적인 말을 자주 들려주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그만큼 더 성장해 있곤 한다.
“아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랑과 꾸준함’이 필요해요. 사랑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자신을 믿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그리고 꾸준함은 그 사랑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해요. 교육은 단기적인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긴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을 담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작은 진전도 크게 격려해 주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러한 교육적 신념을 통해 많은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더욱 성장한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걸 지켜보는 건 교사로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감이다. 현재 홀트학교 전공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도 그런 제자 중 한 명이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봉사활동 현장에서 만나면, “선생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라며 반갑게 인사해 주곤 하는 제자다. 이 대학생 제자는 또 현재 방 교사가 담임인 4학년 1반 아이들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매일 읽고 체크하는 ‘지혜달력’. 지혜달력을 통해 아이들은 시간 개념은 물론, 사회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용기를 가지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길···”
“특수교육에서 교육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해요. 저는 학부모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정기적인 상담과 소통을 중요시해요. 특히 학기 초에는 학부모와의 긴 시간 면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며 교육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교육은 학교만의 몫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방 교사, 학교에서 사랑으로 가르치고 이끌었던 내용이 귀가 후 가정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게 학부모가 ‘가정의 교육자’로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들에게 최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좋은 수업을 위해 특수교사로서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첫 번째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좋은 수업은 학생 개인의 능력과 한계를 고려하여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되거든요. 두 번째는 교사의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학습을 통해 최신의 교육방법을 익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에요. 세 번째는 항상 학생들을 진심 어린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야 하고요.”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둔 특수교사 선배로서 방 교사가 후배 교사들에게 하는 당부다. 그러면서 방 교사는 후배 교사들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한다면, 분명 더 나은 교육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믿는단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아이들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주말에, 또 방학에는 우리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지지요. 특수교사로서 제 꿈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사랑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이곳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용기를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정에서 선생님과 마주치면, “축복해, 사랑해…” 라며 마치 랩처럼 노래하듯이 인사를 건네오곤 한다는 홀트학교 아이들. 방 교사는 퇴임 후에도 이 아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을 늘 지켜보면서, 응원해줄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