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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미 부산 하단중학교 수석교사 - 수업은, 놀 듯이 배움과 깨침을 이뤄내는 과정

글·사진 | 편집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듯이 배움과 깨침을 이뤄내는 과정이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과학 교사로서 교과교육 내실화에 매진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독서, 환경 등 내용과 방법을 아우르는 융합교육을 펼치고 있는 부산 하단중학교 강정미 수석교사. 

과학 글쓰기, 탐구토론 등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이끄는 강정미 수석교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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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학생들을 기르는 농부

  “교사는 학생들을 기르는 농부이고 수업은 우리의 후세대들을 키우는 놀이터입니다. 수업을 그냥 가르치는 행위라고만 하면 직업인으로만 기능하는 자리로 생각하기 쉬운데 수업을 통해 우리 학생들은 자랍니다. 자라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훌쩍 자라있지요. 놀이터는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아가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즐겁게 놀 듯이 배움과 깨침을 이뤄내는 과정이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교직에 입문한 지 35년 차의 강정미 수석교사에게 ‘수업이란 무엇인가?’ 물었더니 까마득한 선배 교사의 숨은 내공이 묻어있는 교육철학을 들려준다. 1989년 부산 주례중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교직에 입문한 후 “좋은 교사가 되겠다.”라는 일념으로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강 교사. 그는 “최고의 수업은 교사가 해주고 싶은 말을 학생들 입에서 나오게 하는 수업이며, 그런 의미에서 수업의 짜임새와 구조는 무척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최고의 수업을 위해 수업 전에 치밀하게 수업설계를 해 둔 후 본격적인 수업에서는 교사는 한 발 떨어져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성을 갖고 수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놀이의 판을 깔아준다는 것. 강 교사는 이런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과학교육 내실화에 매진함과 동시에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독서, 환경 등을 아우르는 융합교육을 쉬지 않고 도전해 왔다.



‘문해력’에서 답을 찾는 과학 선생님

  국어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늘 책을 가까이 해왔다는 강정미 수석교사는 독서교육을 통한 문해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학생들이 급변하는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얻으며, 진짜 실력을 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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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본입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에 책만 한 것이 없어요. 독서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지식인이고 지혜를 갖췄다고 할 수 있지요. 요즘 현장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독서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고, 독서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독서 연계 수업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기 전 2~3주간 진행된다. 학기 말 가장 느슨해지기 쉬운 이 시기, 학생들의 마음 상태가 해이해지는 틈을 적극 활용한다. 함께 읽을 책은 학기 초에 학급당 학생 수만큼 미리 신청해 둔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관심 있는 주제를 한 가지 정해 ‘툴민활동지’(툴민의 논증모형을 활용한 활동지로 주장·근거·이유·보강·반박·한정어의 6단계로 논증을 구성함)를 활용해 글쓰기를 하고, 반 대항 토론대회도 열고 있다. 또 포스터로도 제작해 발표하고 결과물은 복도에 전시해 친구들 간의 생각을 공유한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찬성, 반대 입장이 있을 수 있어요. 책에는 두 입장이 모두 담겨 있는데,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 찬성 입장이라면 그 이유를 자세히 쓰고 반대 논리도 생각해 보고 반론을 씁니다. 이렇게 글쓰기 훈련을 하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글이 됩니다. 반별로 2명의 대표를 선발해 토론대회도 진행하는데, 제가 가르쳐주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준비해요.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과학에 대한 지평을 넓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한, 강 수석교사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과 ‘과학 포토 에세이 쓰기’를 해오고 있다. 학교 밖으로 나가 주변을 관찰하고, 흥미로운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중 한 장의 사진을 골라 사진과 연결된 경험, 지식,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 에세이를 써보는 것이다. 


  “지식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지식을 발견하고 아는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처음에는 에세이 쓰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럴 때는 다섯 문장만 써보자고 달래죠.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자기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식의 진짜 주인이 되어 훗날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은 학교 밖으로도 이어져 ‘2002년생·2003년생 책가방 독서자료’, ‘2020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진로독서 워크북’,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한 중학교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과별 독서활동 매뉴얼’ 개발 등에 참여했다. 또 10년째 부산 행복독서교육지원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정도서를 읽고 비경쟁독서토론을 해오고 있다. 7~8명의 학생과 교사가 모둠이 되어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비경쟁독서토론은 경쟁에 지친 학생들의 내면을 충만하게 채워주고 있다.



수업개선 위해 달려온 ‘선생님들의 선생님’

  선생님들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수석교사. 강정미 수석교사는 2014년, 수석교사가 된 이후 수업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수석교사가 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6회 이상 수업을 공개하고 월 1회 수업개선 관련 교직원 연수를 진행해 왔다. 여기에 각종 교외 수업과 평가 관련 컨설팅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2015년부터는 주제별로 전 교사가 참여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월 1회 교과 협의를 통한 ‘수업공감 DAY’를 정례화하는 등 후배 교사들과 수업공개 및 자기수업성찰로 이어지는 자발적인 수업 공유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20년부터는 과학교육활성화지원단으로 활동하며 창의융합형 과학실 수업 자료집, 중학교 블렌디드 수업 자료집, 스마트 학습기기를 활용한 과학과 교수·학습 자료집 등을 개발·보급해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토양을 다졌다.


“수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그동안 학생배움 중심 수업, 블렌디드 수업, 에듀테크 활용 수업, 질문 중심 수업 등 다양하게 시도를 해왔어요. 이렇게 연구를 통해 완성한 것은 후배 교사를 컨설팅하면서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평소 관심을 기울여 왔던 환경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참여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강 수석교사는 2018년에 워크북 형태의 <사하마을> 교재를 개발해 부산 사하구의 지역 연계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접목해 왔으며, 2021년에는 부산의 환경 교육과정을 개발해 <부산의 환경과 미래> 교과서와 워크북을 집필하는 등 환경교육 담당 교사, 환경해설사 연수를 통해 지역사회의 환경에 대한 감수성 교육과 환경보전을 위한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환경교육은 당위성이나 필요성으로 접근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이끌고 가기가 어려워져요. ‘나를 둘러싼 환경이 참 아름답고 소중하구나!’ 하는 감수성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내 옆에 있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 연계는 그래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강 수석교사가 집필 중인 <부산의 환경과 미래> 교과서와 <부산의 환경과 미래-자유학년제 주제 선택 프로그램 워크북>, 그리고 <사하마을> 교재 개정판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부산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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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가르치는 아이가 바로 내 아이다’

  강정미 수석교사는 그동안 “참스승의 길을 걸어온 아버지가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라며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생에게 늘 진심이었어요. 제가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하숙집처럼 남자 고등학생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여러 사정이 있는 학생들을 집에서 돌보고 계셨던 겁니다. 아버지의 장례식날 식장을 찾아와 떠나갈 듯 목 놓아 우는 아버지의 제자들을 보면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참스승이 되고자 농부의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오는 동안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강정미 수석교사는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인생의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퇴임 후에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라고 말한다. 


끝으로, 후배 교사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좋은 교육은 좋은 선생님이 많이 계실 때 가장 강력하게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요. 스스로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각자 교육철학을 정립해서 ‘교실에서 가르치는 아이가 바로 내 아이다’라는 생각으로 함께 나아가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조금은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고의 수업을 위해 수업 전에 치밀하게 수업설계를 해 둔 후 본격적인 수업에서는

교사는 한 발 떨어져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성을 갖고 수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놀이의 판을 깔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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