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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현 강원 소양초등학교 교사 - 아이들에겐 자발성 교육, 학부모에겐 교육멘토

글·사진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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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의 저자 송주현 교사는 정년을 7년여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1학년 담임을 맡았었다. 아직 사회화가 덜 된, 순수한 1학년 아이들과 그들의 눈높이에서 눈 맞추며 놀이도 하고, 수업도 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

  지난 1월 25일, 강원도 춘천 소양초교에서 송주현 교사를 만났다. (송주현 선생님은 3월 1일자로 만천초등학교로 전근하였음)



  방학을 맞아 텅 빈 1학년 교실. ‘마치 장작불 위 팥죽 솥단지처럼 끓는 듯 한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대신, 따사로운 늦겨울의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난 1월 25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소양초교 1학년 1반 교실에서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의 저자인 송주현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로 교직 34년째를 맞이한 송 교사는 인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2년 전, 고향인 이곳 강원도로 옮겨왔다. 새로 부임했던 학교에서 교직 이후 처음 1학년 담임을 맡게 되면서 기록한 교실 이야기가 바로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였다. 송 교사는 또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블로그와 밴드에 기록하면서 전국의 학부모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해 오고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교육상담 멘토가 되어 2018년에는 <초등학교 학부모 상담기록부>를 출간한 바 있다. 



“아이들 성장의 그 위대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1학년 담임을 해 보면, 아직 사회화를 거치지 않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인간 본성의 모습이나 원시성을 발견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학교생활 내내 지치지 않는 열정과 순수함을 간직한, 꾸밈없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크고요. 강원도로 오면서 우연히 1학년 담임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학년을 담임할 때와는 다른 인상적인 경험을 참 많이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아이의 배변 활동을 손수 도와주는가 하면, 현장체험학습 길에서는 차멀미하는 아이의 토사물을 손으로 받아낸 적도 있었고요.”


  송 교사는 몇 해 전, 한 인터뷰에서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를 책으로 펴낸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와 얼마나 애쓰면서 크고 있는지, 인간 성장의 위대함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늘 뜨겁게 끓어오르는 듯하다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송 교사는 그것이야말로 바로 그 시기의 아이를 성장시키는 진정한 힘이라고 믿게 되었단다.


  “시골 학교 학부모님들은 농사일 때문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부터 무척 바빠집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놓고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아도 학교를 찾을 여유가 없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한 환경의 학부모님들과 소통하기 위해 개설한 게 네이버 밴드였어요. 매일 수업시간 활동은 물론 쉬는 시간까지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수십 장씩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리기 시작했지요. 또 제가 운영해 오던 네이버 블로그에도 일부 공개하기도 했고요.”


  첫 번째 책인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가 학부모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블로그를 구독하게 되었고, 그에게 교육상담을 의뢰하는 구독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송 교사는 “현재 8,500여 명의 학부모가 꾸준히 방문하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만큼 남다른 책임감과 보람도 느끼고 있다.”라고도 했다.



“엄마도 자녀로부터 독립하실 준비가 필요합니다”


  송 교사의 고향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의 태기산 자락. 1978년 초등학교 5학년 때 비로소 처음 전기가 들어온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서울로 이사 온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마침내 집에 컬러TV가 생기고, 오후4시가 되면 TV 앞에서 만화영화를 시청해야 하는데, 풀을 베기 위해 들로 나가야 했다.”라면서 송 교사는 어린 시절의 추억담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처럼, 교사와 학교·학부모의 양육자로서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요즘, 송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늘 빼놓지 않는 당부가 있다.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라는 것. 하지만 때로는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으로 인해 한 아이의 ‘현재’가 무너지고, 힘겨움을 토로할 때도 있노라고 송 교사는 전한다. 


  “아이의 습성은 가정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욕망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래서 아이를 균형감 있게 잘 키우려면 학부모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지요. 상담하다 보면, 자기 확신이 강한 엄마들이 아이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실 때가 있곤 합니다. 일례로 책에서도 소개된, ‘우리 아이가 특목중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에 맞는 각별한 관리를 요구하는’ 사례에서처럼요. 그럴 때면, 저는 모쪼록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시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그러함에도 학부모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학교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지 사실대로 통보하곤 한다. 예를 들면, ‘○○는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이다. 송 교사가 전국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하는 자녀교육과 관련한 요청은 두 가지다. 첫째는 학부모, 특히 엄마들도 자녀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해 두시라는 것. 두 번째는 아이의 삶은 부모의 삶과는 별개라는 것, 부모가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게 올바른 자녀교육을 향한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송 교사는 특히 자폐가 있는 자녀를 둔 엄마에게는 아이가 등교해 있는 동안만이라도 엄마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곤 한단다. 더욱이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적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1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는 33년의 교직 노하우와 두 자녀를 키우면서 겪은 경험들을 최대한 녹여내 다방면으로 돕는다. 교직 첫 부임 때 만난 학부모들은 어느덧 70대에 접어들었지만, 송 교사는 여전히 소식을 주고받으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1학년 1반 교실’에서 만나는 ‘자발성’ 교육


  “초등학교 1학년의 교육과정은 ‘공부 반, 놀이 반’이기도 해요. 제가 갓 입학한 1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적용하는 교육 활동의 목표는 바로 ‘자발성’입니다. 학교에 오기 전까지 부모님에 의존하며 타율적으로 살아온 아이들은 놀이할 때도 먼저 줄부터 서려고 해요. 저는 수업시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합니다. 특히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혹은 친구에게 스스로 먼저 말을 걸고, 질문하고, 논쟁하면서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저도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의 한 구성원이 되어 함께 참여합니다.”


  다소 두서없고 엉뚱하기 마련인 1학년 교실의 질문하고, 논쟁하는 수업과 놀이가 3월 내내 진행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자발성은 몰라보게 달라진다는 게 송 교사의 설명이다. 이때 또래의 리더도 탄생하게 되고, 다음 놀이에서는 또 다른 아이가 리더로 부상하기도 한다. 친구와의 논쟁에서는 승부욕도 생기고, 지식 충족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도 채워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상황극 속의 송 교사는 때로 어리숙함을 연기하기도 하고, 아이들보다 더 약한 존재가 되어 엄살을 피울 때도 있다. 선생님도 아이들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 놓이도록 연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착하고, 정의로운 1학년 아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곤경에 빠진 선생님’을 도울 묘책을 찾으며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으곤 한다. 


  “1학년의 경우, 다른 반과 달리 저는 받아쓰기를 매일 진행합니다. 문제 출제도 아이들이 직접 하게 하는데, 이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는 문제를 다른 친구가 대신 출제하게 해요. 그러면 문제를 대신해주는 아이는 친구의 말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곤 합니다. 또 교실에서 아이들의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잘잘못을 가리는 ‘판사 역할’은 어른인 제가 나서기보다는 주변의 친구들이 판단하여 잘잘못을 가리게 합니다.”


  받아쓰기 시간, 글을 읽을 줄 몰라 친구에게 도움을 받은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은 송 교사의 몫이다. “괜찮아, 선생님도 2학년 때까지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어. 그러니까 ○○이도 2∼3학년 올라가면 다 잘 읽게 될 거야.”라고.


  송 교사는 2년 전, ‘초등 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착한 아이 버리기>를 펴냈다. 이 책에서 다룬 첫 번째 주제가 바로 ‘아이들이 키우는 아이들’. 1학년 교실 속 아이들의 자발성을 키우는 다양한 활동사례들을 담고 있다. 교사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공부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실행하려는 마음을 교사는 살짝 건드려 줄 뿐이다. 이로써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것이다. 송 교사는 “‘듬직하다, 착하다, 속 깊다’ 등과 같은 속성의 말들이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할 때 ‘건강한 정체성’으로 체화될 수 있다.” 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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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와 얼마나 애쓰면서 크고 있는지, 인간 성장의 위대함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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