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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 - 학교폭력 예방은 아픔을 공감하는 훈련에서 시작

글·사진 편집실

  김경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교육학자로서 수능 출제위원과 채점위원장을 지낸 교육평가 전문가다. 

  2021년 서울교대에서 정년 퇴임한 이후에는 푸른나무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청소년 및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학교폭력은 곧 학생들의 공감 능력 상실에서 기인한다면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훈련을 그는 늘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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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나무재단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학교폭력 중에서도 사이버폭력 유형이 전년 조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영역이 바로 피해 학생의 일상회복이에요. 하지만 사이버폭력은 가해자에 대한 특정이 쉽지 않으며, 증거 불충분으로 피해 학생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하곤 합니다. 그런 만큼 우리도 이제는 사이버폭력 피해 보호 조치의 기준을 마련하고, 신속한 피해 구호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2021년 말 푸른나무재단(옛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에 부임한 김경성 이사장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의 유형 중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무엇보다 먼저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의 주도하에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학교폭력 건수는 조금씩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모바일 및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교육환경으로 점차 전환되면서 사이버폭력 피해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것이다. 



사이버폭력 피해사례 역대 최고치

  “곧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는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현재로서는 학교 현장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건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 피해를 예방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예방교육 강화입니다. 이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전교생이 참여하는 집합교육 형식보다는, 학급 단위의 좀 더 세부적인 교육과정으로 의무화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예방강사의 자격규정 명시도 필요하고요. 나아가 교육 프로그램의 인증 등 제도적 보완도 절실합니다.”


  학교폭력 위기상담 연간 5만 5,137명, 피해자와 가해자 간 화해·분쟁 조정 긴급출동 연간 9,437건. 이는 푸른나무재단에서 매년 평균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는 학교폭력 관련 상담 지원 사례다. 또 2022년 전국 초·중·고 학생 6,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7%의 학생이 “피해 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한 바 있다. 전년 대비 6.7%보다 늘어난 수치다. 


  최근의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폭력 문제는 종전 중·고교생 중심에서 벗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까지 저연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피해 유형도 2022년 조사에서는 사이버폭력이 31.6%를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언어폭력 20.8%, 따돌림 16.1% 순이다. 코로나19 시기의 비대면 원격수업에서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폭력 유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유형도 차츰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다.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사이버공간에서도 충분히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행동이 일어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관계 형성 보다는 잘못된 친구 관계로 실패를 경험하는 사례가 늘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이로써 갈등조절, 감수성, 성인지감수성 등의 다양한 경험이 감소하거나 학교폭력의 인지능력 수준이 낮아지면,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도 특히 언어폭력, 신체폭력 현상으로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푸른나무재단에서는 피해학생전담센터인 위드위센터를 비롯하여 다양한 상담 및  치유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재단 내 프로그램 운영 공간푸른나무재단에서는 피해학생전담센터인 위드위센터를 비롯하여 다양한 상담 및 치유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은 재단 내 프로그램 운영 공간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사업, ‘푸른 코끼리’

  김 이사장은 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과 관련, 2019년 서울교대 총장 재임 시절 겪은 아픈 이야기도 되돌아봤다. 이른바 ‘서울교대 남학생의 단톡방 사건’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예비교사들인 만큼 사회적으로도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였다. 


  “이 사태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사이버공간에서 이성 교우를 대상으로 한 외모 평가나 성적인 표현들이 아무런 거리낌이나 어떠한 죄책감 없이 유포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당시 총장으로서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저 스스로 깊이 반성하게 한 사례였지요.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인지감수성 관련 교육뿐만이 아니라 성폭력 예방 교육까지 더욱 철저하게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총장 재임 시절의 이 사건은 교육학자인 그를 학교폭력 예방과 연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한 계기가 되었다. 2018년부터 고문으로 푸른나무재단과 첫 인연을 맺은 후 정년퇴임 이후인 2021년부터 이곳에 이사장으로 부임, 재능기부로서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푸른나무재단에서는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푸른 코끼리’로 명명된,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사업은 현재 교육부와 기업, 사랑의 열매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운영되는 장기프로젝트이지요. 또 플랫폼 기업과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 프로그램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도 운영하고요. 재단의 전문강사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청소년을 위하는 헬프 프렌즈(위헬프)’도 우리 재단의 대표적인 예방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김 이사장이 늘 강조한다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핵심은 바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는 훈련’이다. 학교폭력 발생의 주요 원인이 다름 아닌 ‘학생들의 공감 능력 상실’에서 온다는 믿음에서다. 특히 ‘푸른 코끼리’ 사업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돕는 친사회적 역량으로서 한국의 문화 사회적인 배경을 고려하여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 등의 6가지 덕목을 정하여 실천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전문 연구기관 ‘학교폭력연구소’ 만들 예정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함께 정을 나누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입시라는 경쟁 시스템 안에서 반드시 이기고, 넘어서야 하는 대상으로 보다 보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폭력성’을 표출하곤 합니다. 더욱이 학생들은 그 폭력으로 인한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 채, 그 문화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재생산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예단빌딩 입구에는 푸른나무재단의 설립 취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문구가 또렷하다. ‘너는 내게 꽃이고, 나는 네게 꽂힌 거야.’ 바로 이곳에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담(상담전화 1588-9128), 피해 학생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치유, 학교폭력 화해 및 분쟁 갈등조정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영역의 활동가들이 재능기부로서 참여하고 있다. 또 재단은 2009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의 특별협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매년 글로벌 청소년 폭력 예방 네트워크와의 연계 및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전문 연구기관인 학교폭력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김경성 이사장전문 연구기관인 학교폭력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김경성 이사장


  “푸른나무재단과 같은 NGO는 법 집행기관이 아니어서 학교폭력 피해자나 학부모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그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면에서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재단을 찾는 분들이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무한정의 도움을 요청할 때면,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애로를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또 일부 NGO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으로 인하여 후원자들이 감소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고요.”


  젊었을 때의 꿈이 교사였다가, 다시 그 예비교사들을 가르치는 교육학자가 되기로 했다는 김경성 이사장. 그동안 여섯 차례의 수능 출제위원을 비롯해 세 번의 채점위원장을 지낸 교육평가 전문가이기도 하다. 전국의 학교현장에 있는 후학이자 교사들에게는 “앞으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폭력 예방’과 ‘인성교육’에 더욱 힘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앞으로 전문 연구기관인 학교폭력연구소를 설립, 공교육 안에서 적용 및 활용할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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