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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환 경북 영천 산자연중학교 교장 - 학교 밖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여정

글 _ 편집실

  “우리가 정말 궁극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행복한 배움을 위해서는 학생 각자의 고유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학교는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임석환 교장은 학교 밖 위기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해 온 교육자이자 성직자다. 전국 최초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하고, 공교육 체계에서 새로운 대안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위기에 놓인 아이들에게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 준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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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가 빨갛게 영그는 가을날, 사과 농장을 배경 삼아 산자연에 파묻힌 산자연중학교에서 만난 임 교장의 미소는 가을 하늘처럼 깊었다. 교장실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작고 알록달록한 장난감에서 학생들을 향한 그의 배려가 보였다.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인데, 교장실에 들어섰을 때 이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해요. 같이 놉니다(웃음).”


  임 교장은 1991년에 신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해 가을, “이 좋은 가을에 슈베르트도 좋고, 베토벤도 좋고, 괴테도 좋은데 왜 하필이면 국어·수학·영어냐.”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한 학생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며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교직 이수를 했지만 곧바로 교육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임 교장은 군대에서 군종병으로 근무하며 13년 동안 관심병사들을 대상으로 상담프로그램 등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많이 시도했다. 결과는 좋았다. 그리고 다시 교육자로 돌아온 임 교장은 신부가 되던 해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학교 밖에서 아이 꿈을 키우다

  “사회적으로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된다’는 분위기라 아이들의 주된 일이 입시를 위한 문제 풀이에요. 이건 비정상적인 거 아닙니까. 세상에 체험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배움이 책에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이들마다 개성이 있고 할 수 있는 게 다른데 획일적인 교육으로 인해 병폐들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이런 것들을 탈피해서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 개별화된 교육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2008년부터 임 교장은 학교에서 꿈을 꾸지 못하는 아이들의 꿈을 학교 밖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교회가 마련한 센터에서 만나 그들만을 위한 교육을 하며 2012년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위탁교육을 받아 중학교 과정 위탁형 대안학교 ‘꿈못자리’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2015년에는 대구광역시 위탁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트리’와 교육부 위탁 가정 ‘Wee센터’를, 2016년에는 대구광역시 위탁 학교밖 청소년 지원사업 ‘꿈&꿈’을 설립했다.


 “제가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힘든 아이들이었어요. 가정에서 상처받고 학교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이탈한 아이들 10명 중 8명은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예요. 이런 아이들이 3만 명 정도 있다고 봐요. 이런 친구들을 이끌어내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는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해요. 제가 만난 한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이 포기한 아이였죠. 중학교에 가서도 교실에서 우산을 펴고 엎드려있고, 라이터로 책을 태우고.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3개월은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계속 만나다 보니 변해서 지금은 대학 가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어요.”


교명이 새겨진 바위 뒤로 밴드실과 녹색생태 콘서트장이 보인다.교명이 새겨진 바위 뒤로 밴드실과 녹색생태 콘서트장이 보인다.

임 교장은 아이들의 다양한 특성과 개성을 살려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임 교장은 아이들의 다양한 특성과 개성을 살려주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얘들아, 한계를 갖지 말려무나”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임 교장은 먼저 “뭐 해 먹을까?”라고 묻는다. 라면이든 빵이든 아이들과 같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을 같이 먹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상담모드’라는 게 있어서 상담할 때만 그런 척하고 전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은 삶으로 하는 거죠. 정성이 담긴 음식을 같이 먹다 보면 아이들이 어느샌가 알아주고 달라져요. 믿고 기다려주면 마음이 열리죠.”


  임 교장은 대안교육이 “학교 밖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가진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주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했다. 

“아이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한계를 갖지 말라는 거예요. 아이들은 스스로 ‘나는 이것밖에 못해’라고 생각해요. 교육이란 아이들이 한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하게 해주는 거죠. 배움이 끝까지 이뤄지려면 아이들 자신이 배우고 싶어야 하고, 재밌어야죠.”


  그래서 임 교장이 교육 생애를 통틀어 가장 정성을 쏟은 활동이 자연 친화적인 체험 활동이다. 학생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워 수확하거나 동물들이 새끼를 낳으면 직접 장에 가서 팔게 했다. 학생들은 힘들지만 재밌어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 경제, 문화 등의 개념들을 몸소 배우게 된다.


  이러한 임 교장의 교육 철학들을 현실화한 학교가 2018년에 세워진 대구해올중고등학교다. 이 학교의 모든 커리큘럼은 학생이 직접 교사와 함께 만든다. 교육과정이 자율적이다. 자신들이 만든 프로젝트와 여행을 통해 교육이 이뤄진다. 그리고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턴십을 통한 배움), 경험학습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직업 현장에서 그 일을 경험하고 탐색해볼 수 있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꿈을 구체화하고 멘토도 만난다.


임 교장이 교육 생애를 통틀어 가장 정성을 쏟은 활동이  자연 친화적인 체험 활동이다.임 교장이 교육 생애를 통틀어 가장 정성을 쏟은 활동이 자연 친화적인 체험 활동이다.


밴드부 아이들과 환하게 웃는 임 교장밴드부 아이들과 환하게 웃는 임 교장


자연과 함께 올바로 성장하는 아이들 

  “NON SCHOLAE SED VITAE DIS-CIMVS(논 스콜라이 세드 위타이 디스키무스).”

우리는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 배운다는 뜻으로 임 교장이 늘 마음에 담아둔 말이다. 

“학생의 삶을 위해 교육이 필요한 거고 학교가 존재하는 거죠. 아이들의 다양한 품성과 성향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죠.”


  또한, 임 교장은 “결국 교육은 사람이 한다.”라며 대안학교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대안교육은 전인적인 교육이라 24시간 학생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교사가 봉사 정신이 없으면 힘들다. 교사들의 수고에 맞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해 산자연중학교에 왔는데 여기는 생태자연환경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안교육을 하고 있어요. 매년 몽골에서 나무를 심기를 하는데 코로나19로 3년 동안 못가다가 올해 1·2·3학년 전체가 함께 4박 5일 다녀왔죠. 이전에는 선배들한테 들은 정보가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선생님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아이들이 해외 여행가는 걸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왔더라고요. 그런데 몽골에서 3일 내내 땅 파고 나무만 심다 왔어요. 애들이 쓴 거라곤 목장갑뿐이었죠.”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자신들의 노동이 사막화를 방지하고 자연을 살린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자연이 주는 지혜와 경험에 교육적 가치를 두고 있는 산자연중학교는 2022년에 환경부와 국가환경교육센터에서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됐으며 교육부에서 2022 탄소중립 중점학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어려운 아이들과 10년을 보냈어요. 여전히 그 친구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데 노력할 거예요. 산자연중학교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생태환경에 관심을 두고 지구를 살리고 환경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저도 같이 공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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