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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담임 22년 차 - 강명옥 강원 양양초등학교 교사 - 22년째 우리들은 1학년

글 _ 김혜진 객원기자


강원도 양양초등학교 강명옥 교사는 교직에 들어선 지 올해로 36년째다. 

이 중에서 22년 동안 1학년 담임을 맡아 왔다. 해마다 학교 교육의 시작점에 서 있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 강명옥 선생님은 3월 1일자로 강현초등학교로 전보 발령 되었음.※ 강명옥 선생님은 3월 1일자로 강현초등학교로 전보 발령 되었음.



  “1학년 아이들은 봄 햇살처럼 순수하고 맑아요. 교사가 이끄는 대로 가르침의 흡수도 고학년 아이들보다 무척 빠르고요. 갓 입학해서는 낯설고 어설펐던 학교생활도 2학기 후반부가 되면 확 달라져 있지요. 저와 함께 1년을 생활하다가 헤어질 때쯤엔 부쩍 더 성장해 있는 아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건 교직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에요.”


  강원도 양양초등학교 강명옥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극한직업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어렵고 까다롭다는 1학년 담임을 22년째 연속해서 맡아 오고 있다. 2022년 새 학기에도 역시 1학년 담임이 예정돼 있다. 올해로 교직 생활 36년째, 그 절반 이상을 1학년 담임을 맡아 온 셈이다. 이러한 1학년 담임 고수의 이유에 대해 강 교사는 “학교 교육의 첫 시작점에서 아이들의 기본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책임감과 그 보람이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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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담임의 덕목은 눈높이 교육

  지난 2월 10일 오후, 양양초 도서관 한 편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강 교사는 새 학기 교육과정과 학급경영계획을 새로 설계하느라 한창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20년 이상 1학년 아이들과 함께 해오고 있지만, 해마다 새로운 봄학기를 맞이할 때면 여전히 새내기 교사처럼 설렌다는 강 교사다. 그가 1학년 담임으로서 늘 놓치지 않으려 강조한다는 덕목은 바로 아이들과 맞춤한 ‘눈높이’ 교육이다. 


  “첫 교직 생활을 오색초에서 시작했는데, 그때는 주로 고학년 담임이었어요. 그렇게 10여 년 가까이 고학년을 맡다가 1학년 담임을 처음 했을 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적응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죠. 이제는 20여 년의 지도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지금은 새로 1학년을 맡는 후배 교사들과 함께 학습지 제작 등 이런저런 알토란 같은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지요.”


  강 교사는 해마다 한 학기가 종료되면, 아이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결과물들을 학부모들을 초청하여 발표하고 전시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직에 들어선 이후 옮기는 학교마다 늘 빠지지 않고 있는 강 교사만의 학급행사다. 특히 저학년인 1학년생들에게는 지식의 습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관계, 추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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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건 아니야!’

  “1학년 담임을 오래 하다 보니 첫 학부모 경험을 하는 분들과도 많이 만나게 돼요. 3월이 되면 마치 입학하는 신입생 아이들처럼 부모님들도 설렘 반, 걱정 반이 교차하는 시기죠. 저로서는 학부모와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강 교사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급경영 안내문’을 보내거나 신입생 학부모 교육을 할 때면 늘 인용하는 글귀가 있다. ‘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건 아니야. 어떤 꽃은 여름에 피고, 또 어떤 꽃은 가을에 피지. 심지어는 겨울에 피는 멋진 꽃들도 있어. 니가 어떤 꽃일지는 몰라. 다른 꽃이 벌써 폈다고 너무 두려워는 하지 마. 넌 누구보다도 멋진 너만의 꽃을 피울 테니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의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강명옥 교사는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초등 1학년 시기, 가정에서부터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줄 것을 당부한다. 강 교사와 양양초 1학년 아이들강명옥 교사는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초등 1학년 시기, 가정에서부터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줄 것을 당부한다. 강 교사와 양양초 1학년 아이들


  “일단 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중심이 돼야 해요. 이때 부모님이 아이를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대신, 느긋하게 지켜보는 게 필요하죠. 저는 외부강의를 할 때도 학부모님들께 학교에 들어오기 전, 과중한 선행학습은 지양하시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이를테면 입학 전 한글 공부와 수 개념까지 미리 깨우치고 오면, 수업시간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도 있지요.” 


  학교에서 재미를 느끼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선행학습에 치중한 아이는 학교생활이 금세 시들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신에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소통 등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인 만큼 입학하기 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정에서부터 좀 더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당부는 늘 빼놓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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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가정마다 학습지 배달하는 선생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면서 2020년에 입학한 아이들에게는 유독 안타까운 마음이 더 남아 있어요. 신입생이 되면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5월 말까지 입학식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이 다른 해에 비하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었죠. 1학년 담임을 하는 동안 기본교육에 충실한 아이들로 성장시켜야겠다는 그동안의 다짐이 이때만큼은 잘 구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죠. 올해 이 아이들이 3학년에 올라가지만, 그 기본 학습의 미진함이 해소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2년 전, 입학식은 물론 등교마저 어려워지면서 강 교사는 1학년 담임 동료 교사들과 함께 가정에서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춘 과제형 학습지를 직접 제작, 20명의 반 학생 집에 일일이 배달에 나섰었다.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선생님들의 집 앞 학습지 직접배달에도 그만큼 더 시간이 소요됐다. 새로 입학하는 아이도, 선생님도 서로 대면할 수 없으니 사진으로나마 먼저 얼굴을 익혀야 했던 시기였다.


강명옥 교사는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초등 1학년 시기, 가정에서부터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줄 것을 당부한다. 강 교사와 양양초 1학년 아이들강명옥 교사는 사회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초등 1학년 시기, 가정에서부터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줄 것을 당부한다. 강 교사와 양양초 1학년 아이들

  “어렸을 적 꿈이 교사였어요. 졸업생 제자들이 그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고, 학부모로부터도 ‘교사가 천직이시네요’ 같은 말씀을 들으면 감사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유년의 꿈도 이루었고, 현재까지도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또, 선생님 할 겁니다.”


  ‘열정과 책임을 다하는 교사’로서 정년까지 앞으로 2년 남았다는 강명옥 교사, 퇴직 후에는 지역의 아동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육봉사자로서의 활동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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