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때로는 사랑방, 때로는 마음 상담소가 되어 상처받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 설동주 부산 연제고등학교 보건교사

김혜진 객원기자


  부산 연제고 보건실은 학생들의 사랑방 같은, 마음 상담소 역할까지 대신하는 치유공간이다. 병원과 기업체에서 근무하다 마흔 살의 나이에 교직의 길로 들어선 설동주 보건교사. 특히 마음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길과 곁을 내어주면서, 사랑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설동주 보건교사는 아침 일찍 자가진단 체크, 코로나19 확진 발생 현황 파악·처리·보고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설동주 보건교사는 아침 일찍 자가진단 체크, 코로나19 확진 발생 현황 파악·처리·보고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보건실은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찾는 곳이잖아요. 3년 내내 매일 보건실을 찾아와 힘들고, 아팠던 마음을 제게 털어놓던 한 아이가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졸업하면서 ‘저, 선생님 덕분에 졸업할 수 있게 됐어요.’라며 환한 얼굴로 인사해 주었을 때, 보건교사로서 정말 무한한 보람을 느꼈었죠.” 


  부산 연제고등학교(교장 정대호) 설동주 보건교사는 올해로 교직 생활 13년째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 10여 년 동안 병원과 기업체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불혹의 나이에 임용고시를 거쳐 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시절 설 교사의 주요 관심 주제는 일차 의료분야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다면, 비싼 의료비를 들여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었다. 이 뜻이 제대로 펼쳐지려면, 학생들이 있는 학교현장이 낫겠다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에 덜컥 사직서를 제출했다.



매 순간 긴장해야 했던 코로나19 비상!

  “마흔 살이 되어 도전한 임용고시는 준비하는 기간도 쉽지 않았어요. 응시 준비를 위해 1년간 서울에 거주하는 동안 시어머님께서 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셨죠. 값진 재도전에 가족들의 지원과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제 여고 시절의 꿈이었던, 교사로 돌아오는 데까지 꼬박 20여 년이 걸린 셈이죠(웃음).”


  보건교사인 그로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위기상황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 감염 예방 교육을 비롯하여 방역물품 구비, 방역체계 구축 등 코로나19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감염 예방에 대한 업무 비중이 대폭 늘었죠. 아침 일찍부터 자가진단 체크, 매일 코로나19 확진 발생 현황 파악과 그에 따른 처리와 보고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으니까요. 소수의 전염병인 인플루엔자, 수두 등은 다른 질병들과 함께 관리할 수가 있지만, 코로나19는 관리대상이나 내용이 포괄적이어서 학교 내에서의 전체적인 조화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지요. 다행히 부장을 맡으면서 부원들의 도움과 함께 그 과정을 헤쳐올 수 있었어요.”


  보건실에 있다 보면, 학생들의 정서적 결핍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절로 보인다는 설 교사. 그런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해줄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설계해 적용해 오곤 했다. 첫 부임지였던 중학교에서는 흡연하는 학생들을 당구와 클라이밍 등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체험 활동으로 이끌면서 교육적 효과를 거두었다. 



환경교육을 위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팩 수거 및 재활용 활동환경교육을 위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팩 수거 및 재활용 활동



흡연예방을 위한 동아리 활동 중 본관에 전시 중인 흡연예방 우산흡연예방을 위한 동아리 활동 중 본관에 전시 중인 흡연예방 우산



남녀공학에서 중요한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동아리 활동 남녀공학에서 중요한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한 동아리 활동



“담배 피우는 대신 암벽에 올랐어요!”

  “흡연하는 학생들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호기심에서 시작은 하지만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지 못하거나 가정에서도 돌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칙에 의한 징계 등 일상적인 흡연 예방 교육에서 탈피하고 싶었죠. 학생들이 정규과정에서 접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들을 설계해 운영해 보기로 마음먹었죠.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을 데리고 클라이밍 센터에 가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오르게 했어요. 그렇게 암벽을 오르다 보니 뜻밖의 재능도 발견되면서 아이들 중 클라이밍 선수로 제안을 받은 학생도 있었고요.”


  이 학생들의 건강한 체험 활동은 급기야 “보건 샘, 우리도 클라이밍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비흡연 학생들의 부러움까지 사게 할 정도였다. 이처럼 일상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활력을 얻은 흡연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자 “선생님, 저 이번 주에는 담배 안 피웠어요!”라면서 조금씩 변화해 가더라며 설 교사는 웃었다.


  이후부터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들을 기획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이곳 연제고에서는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하여 계획하고,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 지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생 흡연 예방 정책제안 동아리, 학생 헌혈 홍보 동아리,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학생동아리, 소외계층 평생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동아리 등이다. 특히 연제고가 남녀공학으로서 학생들이 성 평등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11월에는 김장 배달 봉사 등 학교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여 돕는 활동도 지속해 오고 있다. 



“사랑보다 더 큰 교육은 없지요”

  3년 전부터 설 교사는 플러스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간호의 기초’, ‘보건간호’ 등 수업도 진행 중이다. 전공과목인 간호학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진학과 진로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이 수업은 거점학교 수업으로 남일고 등 이웃 학교의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는 설 교사가 가진 인적 자원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간호대학 학생, 임상 간호사, 간호학과 교수진까지 특강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의 호응도와 만족도가 특히 높다.


  “보건교육 시간은 교과 시간 편성 상 4시간 이상 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따라서 이 특별과정 수업이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보건의료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죠. 이 수업에 참여한 10여 명 내외의 학생이 매년 본인이 원하는 간호학과나 임상병리학과 등에 진학합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 제게 찾아와 플러스교육과정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할 때는 무척 뿌듯해요.”



‘사랑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설동주 보건교사‘사랑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설동주 보건교사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19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논의되고 있다. 설 교사 역시 코로나 이후에 적용할 교육프로그램 구상에도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있는 건 환경교육과 이와 연결되는 실천 프로그램들. 코로나19 감염병의 발원을 규명하다 보면, ‘환경의 역습’이라는 재앙과도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한 시대예요. 이러한 환경운동 실천의 한 방법으로 작년에 학교에서 재활용 아이스팩 수거하기 활동을 교사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시작했죠. 아이스팩을 수거한 뒤 말려서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에 가져다주고 있는데, 리사이클링 환경운동을 위해 현재 더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입니다.”


  앞으로 남은 교사생활 동안 설 교사가 꼭 실행에 옮기고 싶은 한 가지 꿈은 학교 내에 ‘마음건강팀(가칭)’을 꾸리는 것. 학생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 건강은 물론 마음이 힘든 학생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학교 보건실은 아이들의 사랑방처럼, 상담소 역할도 해야 해요. 이를 위해 보건교사인 저를 비롯하여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등 학교의 정규과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원팀’이 학교의 시스템 안에 갖추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품곤 합니다.”


  재작년 졸업생이었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의 말을 3년 동안 곁에서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게 했다는 설동주 보건교사. ‘사랑보다 더 큰 교육은 없다.’라는 가르침을 실천해 온 그는 올해 40회 스승의 날 유공 교원 정부포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