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배움과 돌봄의 교육공동체를 향한 ‘어쩌다 교장’이 전하는 혁신 이야기 - 박래광 서울 영림중학교 교장

김혜진 객원기자

  서울 구로구 소재 영림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지 올해로 7년째다. 2019년 2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내부형 공모를 통해 새로 부임한 박래광 교장은 영림중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왔다. 교원과 직원을 포괄하는 학교 전체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더욱 귀 기울였다. 1년 4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마을결합 중점학교로서 학교와 지역사회를 잇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영림중학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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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 전, 학교경영 계획서를 준비할 때 첫 번째로 떠올린 문구가 ‘행복한 교직원’이었어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지만, 이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과 돌봄’을 위해서는 학교를 지탱하고 있는 교사를 비롯한 구성원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더불어 교육의 동반자로서 학부모와 지역사회와의 연계, 또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 등이 제가 부임하면 수행해야 할 최우선 목표라고 생각했죠.”


  박래광 교장은 2019년 3월, 내부형 B공모(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 자격증 유무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는 유형)를 통해 이곳 영림중학교에 부임했다. 2기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곳에서 박 교장은 ‘학교 관리자로서의 권위 내려놓기, 일하는 교장’ 등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나갔다. 부임 이후 박 교장은 학교 관리자로서 겪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흔치 않은 평교사 출신 교장의 사례를 공유하고 싶어서다. 30여 년 넘도록 평교사로만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터, 블로그 이름도 ‘고구마 샘의 어쩌다 교장’이다. 인터뷰 말미, “예닐곱 까까머리 유년 시절부터 머리 모양 덕분에 자주 불리던 별명”이라면서 ‘고구마 샘’에 얽힌 재밌는 작명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박래광 교장이 운영하는 블로그 ‘고구마 샘의 어쩌다 교장’박래광 교장이 운영하는 블로그 ‘고구마 샘의 어쩌다 교장’




영림중에 일었던 변화의 바람들

  부임 첫해, 1년 차 교장으로서 경험한 기록들은 지난해 3월 EBS 1TV 다큐프라임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학교 변화의 열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새내기 교장으로서 ‘교장사용설명서’를 직접 작성하면서 학교의 구성원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업무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구성원들과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자는 취지였다. 또 교장실 책상의 명패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간소한 컴퓨터 출력물로 바뀌었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들이 함께하는 공모 인터뷰 때, 학교 구성원 1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교장의 권위 내려놓기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요. 그때 명패를 언급했는데 진심을 오해하는 분들도 없진 않았죠. 부임해 온 이후에는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또 소통하면서 학교의 분위기를 좀 더 자율적으로 전환해 갈 수 있었죠.”


  무엇보다 학생들과의 대화에도 더욱 귀 기울였다. 교장실 출입문 바로 옆 벽면에 자유게시판을 설치해 학생들이 언제든 교장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또 학생들 스스로 도전과제와 목표를 수립하게 한 뒤, 그 목표치에 도달한 학생에게는 교장 선생님과 즐거운 자장면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해부터는 ‘마을답사반’ 동아리 지도도 직접 맡고 있다. 박 교장은 “2년 차에 접어들면서는 코로나19 탓에 교내 활동에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라면서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역 준수와 함께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학생들의 소식지 발간, 마을답사반 활동 등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성과도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박 교장이 직접 지도하는 ‘마을답사반’ 동아리박 교장이 직접 지도하는 ‘마을답사반’ 동아리




“교원학습공동체, 영림중의 자랑이죠”

  “토론, 발표, 융합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의 다양한 수업방식은 혁신학교에서 지향하는 수업 혁신의 일환이기도 해요. 이러한 수업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향상되었다는 평가결과도 실제로 있었고요. 학생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이 시기, 21세기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학생들의 배움이 학교에서 마을로, 지역사회로 연결되고 더욱더 확장되어야 합니다.”


  박 교장이 영림중의 자랑으로 손꼽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1기 혁신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운영해 온 교원학습공동체의 ‘수업모임의 날’이다. 지난해까지는 학년별 교사그룹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원격수업 연구, 공감적 수업보기, 과정중심평가 연구, 메이킹, 책에 질문을 던지다’ 등 여러 주제별 영역을 정해 각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수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에는 매주 월요일 교사 전원이 참여합니다. 대신에 선생님들의 수업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주당 수업시간이 1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시간강사 선생님을 배정하고 있지요.”


  박 교장은 내년에 1학년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으로 매주 2차시의 주제선택 수업을 직접 맡아보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임기가 끝난 후 평교사로 복귀하기 위한 사전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이 수업은 그동안 가르쳤던 지리 교과와도 관련 있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검토 중이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이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 시범 운영학교 시절부터 관심을 두고 참여했었다는 박 교장은 “중간고사·기말고사에 얽매여 다양한 수업방식을 시도조차 해볼 수 없었던 시기에 이 자유학기(년)제 도입은 처음 내세운 진로선택의 취지보다 수업의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혁명적인 전환점이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2기 혁신학교로 지정된 영림중에서 박 교장은 ‘학교 관리자로서의 권위 내려놓기’, ‘일하는 교장’ 등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2기 혁신학교로 지정된 영림중에서 박 교장은 ‘학교 관리자로서의 권위 내려놓기’, ‘일하는 교장’ 등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옛 성현의 가르침, 화이부동의 지혜에서

  영림중은 요즘 더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학생식당은 지하에서 2층으로 옮겨졌다. 개교 이후 42년 된 낡은 신관 창호는 교체되고 엘리베이터도 새로 설치됐다. 박 교장의 잔여임기 동안 역점사업은 도서관과 체육관이 있는 영림관 1층을 리모델링하여 지역개방형 마을 공유공간으로 만드는 것.


  “영림관은 3층에는 체육관, 2층에는 도서관이 함께 입주해 있는 건물입니다. 1층의 필로티 공간과 자주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멀티미디어실 등을 리모델링하여 도서실로 활용하는 등 공간을 재배치, 일과 이후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학교 담을 둘러싼 사무공간 빌딩은 물론, 재학생 학부모들도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만큼 접근성 높은 공공 교육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잘 진척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곳 영림관 바로 옆에는 초가을의 오후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야생화 맥문동이 한창이었다. 그 앞에는 영림중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 발걸음 소리와 함께 참외가 익어가는 작은 텃밭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자그마한 생명체들이 잠시 물 마시러 들르곤 한다는 작은 생태연못이 있었다.


  “혁신학교는 교육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곳입니다. 일반적인 교육제도나 환경이 ‘배움과 돌봄의 교육공동체’라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잖아요. 혁신학교의 다양한 시도가 널리 확산하여 많은 학교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면, 혁신학교는 따로 존재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리더십은 일상생활, 삶에서의 모범과 지녀야 할 품성 등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라고 믿는다는 박래광 교장.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에서도 종종 일러주곤 했었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늘 되새기곤 한단다. 서로 조화를 이루되, 의를 굽혀 좇지는 않는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