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엄마선생님! 오늘도 바깥놀이해요” 윤미정 경남진영장등초등학교병설유치원교사

글 _ 김혜진 객원기자

열심히 준비했던 수업이 막 끝날 무렵, “선생님, 바깥놀이는 언제 가요?”라는 물음에 그만 맥이 풀리고 말았었다는 경남 진영장등초병설유치원 윤미정 교사. ‘내 수업방식에 과연 문제는 없었는지’ 인식하게 되면서 비로소 ‘놀이수업 교육과정’과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도 함께 행복해졌다는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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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위의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연신 모래를 퍼내며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바로 옆, 또 다른 그룹의 아이들도 웅덩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두 웅덩이를 연결하여 수로를 낼 차례. 자그마한 삽을 든 친구가 열심히 길을 내고 있었다. 지난 6월 9일, 경남 진영장등초등학교병설유치원의 바깥놀이 수업현장. 친구들과 힘을 모아 물웅덩이를 만들고, 물길도 새로 내는 등 신나는 놀이수업이 한창이다. 이 상기된 아이들 속에서 함께 신이 난 ‘엄마선생님’, 바로 윤미정(48세) 교사다. 이곳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때로 윤 교사를 ‘엄마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한단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중에는 개입을 최소화합니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놀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도울 뿐이죠.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도 해요. 이런 시행착오와 자유로운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게 되죠.”


  아이들과 함께하는 바깥놀이 수업이 끝나고 기자와 마주 앉은 윤 교사는 이 놀이수업에서 거두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이렇게 들려줬다. 


천놀이. 천 한 장으로도 아이들은 옷도 만들고 패션쇼도 꾸미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천놀이. 천 한 장으로도 아이들은 옷도 만들고 패션쇼도 꾸미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선생님, 바깥놀이는 언제 가요?”

  즐거움으로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어놀 수 있게 하는 수업,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수업. 윤 교사가 꿈꾸는 유아교육, 놀이중심 수업의 목표였다. 윤미정 교사가 놀이중심 수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 그 무렵, 윤 교사는 근무지를 도시에서 아예 농어촌학교로 옮겼다. 도심지 학교보다는, 농어촌학교 1학급 교실에서 그의 놀이중심 수업에 대한 꿈은 더 구체화 될 수 있었다. 


  “어느 날인가, 수업을 마쳤을 때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 바깥놀이는 언제 가요?’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었는데, 맥이 탁 풀렸었죠. 내 수업방식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웠죠.”


  ‘기적을 만드는 모험놀이, 현실이 되는 상상놀이, 함께 자라는 경쟁놀이.’ 이는 윤 교사가 그동안 구안한 놀이중심 프로그램들이다. 유아교육을 해 오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활동들을 마음껏 시도해 보며 해답을 찾게 해준 결과물들이다. 윤 교사는 또 장애나 불안,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들도 이 같은 놀이수업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 오고 천둥 치는 날에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오기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놀이수업을 한 아이들은 비가 오면 ‘와, 오늘 천둥도 쳐야 하는데’ 하면서 오히려 재밌어해요. 천둥이 치면 저와 함께 ‘귀신놀이’도 하고, 또 비 오는 날 교실 밖에서는 온몸으로 뒹굴면서 ‘진흙놀이’도 하고요.”


  이처럼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놀이, 옷이 더럽혀지거나 위험하다는 핑계로 주저하던 놀이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수업시간은 비로소 ‘재미와 흥미’로 가득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동안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들. 윤미정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동안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들. 윤미정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킴이 일등공신 선생님

  윤 교사의 놀이중심 수업은 매달 하나의 주제로 운영된다. 6월 중 주제는 ‘천놀이’. 천 한 장으로도 아이들은 옷도 만들고, 패션쇼도 꾸미면서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곤 한다. 이곳 진영장등초로 부임하기 이전의 학교들에서는 유독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았다. 남해지역 학교에서는 학급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다. 당시 아이들에게 어머니 나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무관심을 개선하게 해준 프로그램도 이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곤 했다. 


  “다문화 강사를 매년 초빙하여 요리도 하고, 베트남 옷 입고 패션쇼 하기 등 어머니 나라에 관한 관심과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어요. 나중에는 아이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면서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들이 특히 고마워하셨었죠.” 


  그런데 당시 무엇보다 윤 교사를 안타깝게 했던 건 이러한 노력에도 여러 다문화가정의 해체와 붕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감당해야 했던 주원이(가명)네도 마찬가지였다. 윤 교사는 “하지만 학부모님도, 아이들도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선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안명초유치원에 근무할 때 만난 윤성이(가명)는 부산·경남지역을 통틀어 또래 중 운동신경이 최고라는 평가였어요. 다문화가정인 데다 부모님 모두 청각장애인이셔서 제대로 교육을 지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죠. 제가 나서서 학교 차원의 지원방법을 의논하며, 학부모님들께 사정을 알렸더니 모두 가족의 일처럼 도와주셨었죠.”


  운동 종목 중에서도 축구에 유독 소질이 있던 윤성이는 축구교실의 등하원부터 축구용품 지원까지 여러 경로로 지원을 받으며 경남지역의 축구 꿈나무로 자랄 수 있었다.



웅덩이놀이. 옷이 더럽혀지거나 위험하다는 핑계로 주저하던  놀이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웅덩이놀이. 옷이 더럽혀지거나 위험하다는 핑계로 주저하던 놀이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



지역사회 공동체의 행복한 성장을 위하여!

  윤 교사는 지난 5월, 제10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아교육 부문 교사로서는 역대 수상자 중 세 번째 영예였다. 10년 동안 계속해온 놀이중심 교육과정 연구와 다문화가정 지원 등 지역사회 공동체의 행복한 성장에 기여한 공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책놀이 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지난해에는 김해유아놀이연구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유년 시절이던 일곱 살 무렵, 동네 꼬마들을 모아놓고 집 담벼락에 ‘가, 나, 다, 라’를 써 가며 ‘선생님놀이’를 즐겼었다는 윤미정 교사. “유치원 교육의 목적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고, 바른 인성과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유아기는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므로, 


  각자의 속도로 자신만의 틀을 만들 때 교사는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아직도 놀이중심 교육과정에 대해 접근을 어려워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죠. 아이들에게 놀기를 주문하면 교사의 책무를 저버리는 게 아닌가 여기시는 분도 계시는 것 같고요. 이 놀이중심 수업방식은 실행하는 교사로서도 완급조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 수업방식이 낯선 선생님들을 위해 2년 전 수업나눔축제에서처럼, 제가 좋은 가이드가 되어드리려고 합니다. 저 또한 지속적인 놀이수업 연구에 게으르지 않을 계획이고요.”


  윤 교사 스스로 놀이수업을 수행하면서 교사로서도 자신감을 되찾고,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해진 것처럼, 앞으로 후배 교사들과도 그 행복을 함께 나누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