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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양육태도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효과

글_ 이현아 (사)한국가족친화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전)서울대 연구교수


 

  5월은 가정의 달, 우리 가족의 행복을 생각해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까? 모든 부모는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자녀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 잘하는 것일까?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를 모방하며 부모를 삶의 역할 모델로 삼으며 자라난다.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CCTV처럼 내 아이가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섬뜩해진다. 자녀는 부모의 청사진이라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부모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면서 자녀양육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 특히 부모가 함께 자녀교육의 가치를 공유하고 합치된 말과 행동의 모범을 보여준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은 없을 것이다. 아버지 또한 부모의 한 사람으로 자녀양육과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자녀교육은 ‘어머니’의 몫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아버지 참여는 늘 논외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부모는 삶의 역할 모델… 자녀는 부모의 청사진
  최근 들어 우리나라 ‘아버지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정적인 아빠, 친구같은 아빠를 의미하는 ‘홈대디’와
‘프래디’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북유럽형 ‘스칸디 대디’ 신드롬이 부는 등 아버지역할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TV에서도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버지의 자녀양육 참여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몰이 중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가족을 통솔하던 전통적인 아버지상을 뛰어넘어 자녀양육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아버지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일-가정 센터(Center for Work & Family)에서는 2009년부터 약 2000명의 아버지를 조사하여 ‘The New Dad(새로운 아버지)’라는 제목의 연간 보고서를 매년 발행하고 있다. 2011년 연구에서 아버지의 약 70%가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것과 동시에 자녀양육을 책임지는 것 또한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는 변화하는 미국 아버지들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서 좋은 아버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의 순위를 매기도록 한 결과, 정서적, 지원적, 교육적 측면의 역할이 상위 3가지 중요 역할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김낙흥, 2011; 김혜영 외, 2008; 송혜림 외, 2010)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놀아줄 수 있는 놀이 상대자로서의 아버지, 자녀와 대화를 통해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해주는 상담자로서의 아버지,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격려하며 친구와 같이 편안하고 다정다감한 정서지원자로서의 아버지가 바람직한 아버지상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녀의 성장발달에 긍정적 영향 주는 ‘아버지효과’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참여할 경우 어머니와는 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버지효과(father effect)’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아버지효과’는 자녀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아버지의 고유한 영향력을 개념화한 것으로, 실제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아버지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최근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소위 ‘아빠 열풍’과 맞물려 새로운 아버지상 정립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아버지의 자녀양육 및 교육 참여가 높을수록 아이의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사회성, 인성, 성취욕구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특히 자녀의 자아존중감과 정서발달에 있어 아버지 참여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결과 밝혀진 아버지효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아버지 참여는 아동의 인지 및 학업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아버지 참여가 영유아기 자녀의 IQ점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고, 청소년기의 교육적 성취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버지 참여는 자녀의 정서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아버지가 자녀의 어린시절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10대 청소년기에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심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진다. 

 


  한편, 아버지 참여는 자녀의 또래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로부터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자녀는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형성하였다. 아버지로부터 갈등 해결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또래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아버지 참여는 자녀의 여러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아버지 참여는 청소년기 자녀의 결석, 정학, 퇴학, 낙제, 상담, 학교폭력 문제 등 학교에서 나타내는 여러 문제 행동과 가출, 경찰서 출입, 행동문제로 인한 병원 상담 등 가정에서 나타내는 문제행동 및 약물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의 참여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돕는다
  이처럼 아버지 참여가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환경으로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자녀양육 및 교육에 있어 아버지 참여는 자녀의 인지발달, 정서발달, 사회성 발달, 문제행동 감소 등에서 매우 긍정적인 ‘아버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자신의 만족감과 안정감 증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드러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버지 참여는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부모역할은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그동안 어머니 혼자 해내느라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아버지’도 함께 그 고민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아버지 자리를 찾아간다면, ‘아버지효과’라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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