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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박람회의 새로운 시도

하헌우 명예기자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둔 요즘,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보장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강조되어왔다. 그래서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 분야와 적합한 수 많은 선택과목을 안내하고, 개별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행사, 이른바 ‘교육과정박람회’를 앞다투어 개최하고 있다. 박람회라는 말을 들으면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생기지만, 실제로 몇 년간 지켜본 학교들의 교육과정박람회는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모든 학생이 행복한 선택과목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취재한 학교의 교육과정박람회는 누구나 재미있게, 알차게, 자신감 있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였다.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박람회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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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 한일여자고등학교의 교육과정박람회 행사 ‘한일파이브’에 참가했다. ‘김천시민과 함께하는 에듀 페스타’라는 부제처럼 교복을 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은 모습이 지역축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박람회장 내 종합안내소에서 두툼한 광고지를 받아들고, 꼼꼼히 읽어보니 이 행사 이름이 왜 ‘한일파이브’인 줄 알게 되었다. 진로 연계 융합 수업, 교육과정박람회, 학술제, 에덴 축제, 한일 콘서트 이렇게 5개의 행사가 이틀에 걸쳐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학기 말 자율적 교육과정, 교육과정박람회, 학술제, 교내 축제, 음악회가 모두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학교 행사를 의미했다. 일 년 동안 학교 안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분절적이고 파편적으로 진행된다. 각기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서 협업이 어려운 일도 있고, 매달 끊이지 않는 행사의 연속으로 교육력 낭비라는 분석들도 접해보았다. 또 제한적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일파이브’ 행사는 이런 단점을 통합적으로 보완하는 놀랍고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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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교육과정자율주간 기간 중 서로 다른 교과 선생들이 힘을 합하여 19개의 진로 연계 융합 수업을 진행했다. 탄소중립, 사회적 기업, 널싱케어와 뷰티테크 등 미래 사회 이슈 분야를 이틀간 집중하여 탐구한 결과물을 통해 인생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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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정박람회는 토크 콘서트 장소를 따로 마련하여 상담 부스와 시·공간을 분리한 점이 좋았다. 또 여러 대학에 재학 중인 졸업생 선배와 함께하는 생활기록부·대입 전략 멘토링 Zone은 가장 실질적으로 재학생들에 도움이 된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역의 보건소와 대학에서도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학과소개와 학교 홍보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학교가 지역과 상생하는 형태로 좋은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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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제는 2개의 교실에서 34개의 팀이 탐구 결과를 발표하고 수많은 수행평가와 탐구 결과물, 그리고 심화 탐구 영상을 전시장을 따로 마련해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90여 개 정도나 되는 이 결과물들을 복도에 이젤로 세워두거나 창문들을 활용하여 꽉 채워놓았는데, 학부모들이 자녀가 탐구한 내용을 찾느라 분주히 행사장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배움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이렇게나 많은데, 전시와 발표의 기회를 주는 것은 교육의 마지막 남은 퍼즐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며 또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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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 좋은 음식 향기를 맡으며 따라간 곳은 에덴 축제가 열리는 교실이었다. 교실을 개조한 여러 공간에서는 방 탈출, VR 체험, 먹거리 판매, 팝업스토어, 공예품 판매 설문조사, 게임 등 학교 축제의 단골 메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 축제보다 활기찬 모습에 축제를 꼭 늦가을이나 겨울에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던져주었다. 특히 학부모회에서 먹거리 부스를 직접 운영하는 모습은 안전을 담보하고 교육공동체가 함께 학교 행사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어머님들이 만들어주시는 소떡소떡은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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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저녁에 진행한 콘서트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행사를 예쁘고 체계적으로 준비한 한일여고 교육공동체라면, 멋진 음악회가 되지 않았을까? 시민들이 함께 참가하는 교육 대축제의 전야제가 되었을 것이다.


  학교는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 개최를 통해 교육과정을 점검 및 홍보도 하고, 행사를 함께 준비하는 가운데 학생들에게 협업 능력을 심어준다. 그래서 안 할 수 없는 것이 교내 행사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행사는 잘 배워서 현장에 적용해야겠다는 다짐과 생각거리를 던져준 좋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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