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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프로젝트 수업에서 만나다

곽우은 명예기자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동중학교(교장 박신자)는 10년차 혁신학교로 토의·토론수업, 다양한 협력 활동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 등이 전 교과에서 진행되고 있다.

달력을 열어보면 3·1절, 4·19혁명, 8·15 광복절, 11·3 학생독립운동기념일, 4·11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 6월 민주 항쟁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기념일이 있다. 그중에서도 4월을 맞이하여 자칫 지나치기 쉬운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13차시 프로젝트 수업을 홍동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도전하였는데, 바로 ‘제주 4·3 바로 알기,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 수업이다.


학생들은 이 추념일이 왜 생겼는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탐구해보았고, 그 추념일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였다. 무엇보다 교과에 나와 있는 역사적 사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는 값지고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먼저 학생들은 4·3사건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빗창’이라는 만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책의 핵심어를 찾아 이유를 쓰고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제주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할 때 쓰는 도구로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제주해녀항일운동과 해방 후 일어난 4·3사건이 저항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 역사적 상상력을 이용해 표현해 낸 만화책이다. 학생들은 민주주의, 투쟁, 저항 등의 용어를 핵심어로 골라 표현하였다. 이어 제주 4·3사건의 비극이 담긴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73회를 2시간 동안 시청하였다. 이렇게 책을 읽고 영상을 시청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4·3사건의 비극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이어 제주 4·3사건의 과정을 다룬 학습지를 통해 그 과정과 발생한 배경에 대해 학습했다.


이후 학생들은 제주 4·3사건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개인별로 만들어 보고, 이를 짝 활동, 모둠 활동으로 연결해 모둠별로 최고의 질문을 2개씩 만들어 내는 활동에 참여했다. 홍동중학교는 혁신학교로 한 학급 학생 수가 16명 정도 되는데, 활발한 모둠 활동과 이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학생 수이다. 한 학급을 4개모둠으로 나눠 최종 8개의 질문이 만들어지면 이 질문을 이용해 교사가 토론 논제를 구성한다. 그리고 다음 차시에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질문에서 나온 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모둠원과 토론한 후 이를 학급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스스로 정의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추모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제주 4·3사건의 과정 중 하나를 골라 걸개그림 디자인을 스캐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걸개그림이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민중미술의 한 형태로 1980년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의 열기와 함께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주로 공동제작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미술’이다. 학생 개인별로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모둠별로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친 후 이 스케치를 커다란 광목천에 표현해보고 채색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이때는 미술교과와의 융합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수업 열기는 역사교사가 진행하되, 구체적인 스케치 방법, 아크릴 물감의 특성 등은 미술교사가 상세히 안내한 후 채색을 도왔다. 이렇게 완성된 제주 4·3 걸개그림은 총 8컷으로 1945년 8·15광복부터 2000년 1월 12일의 4·3특별법 공포까지의 제주 4·3사건의 전체적인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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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주 4 ·3사건 걸개그림을 개인별로 디자인해보고, 해당 디자인에 대해 모둠원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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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에 학생들이 모둠원과 협력하여 제주 4·3사건 걸개그림 채색을 하고 있다.


완성된 걸개그림 8컷은 2024년 4월 3일 당일에 학교 담장에 게시했으며 동굣길에 학생들은 교직원 및 전교생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발표회를 마치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상징하는 동백꽃뱃지를 하나씩 나누어 가지며, 이 뱃지를 4월 한달간 달며 4월만큼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을 추모하며 더 이상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질 것을 다짐하였다. 이 걸개그림은 4월 한 달간 학교 담장에 내내 게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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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의 과정을 담은 걸개그림이 담장에 게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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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제주 4·3사건 걸개그림에 대해 등굣길 발표회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 차시별 학습내용]

차시

학습 내용

1

책 ‘빗창'을 읽고, 이 책의 핵심어 및 이유 쓰기

2∼3

학급 친구들이 작성한 핵심어 나누기 및 꼬꼬무 73회 함께 보기

4

학습지로 3의 과정 알아보기

5

3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질문 만들기

6

3에 대한 토론하기(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교사가 논제로 바꿔 제시)

7

3 걸개그림 개인별 디자인 및 모둠원과 공유

8

3 걸개그림 모둠별 디자인

9∼12

3 걸개그림 채색 및 발표자료 준비(미술교과 융합)

13

3 걸개그림 등굣길 발표회


학생들이 제주 4·3사건을 정의해보고 이를 표현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미술교과와 역사교과가 융합한 3주간의 제주 4·3사건 프로젝트 수업에 학생들은 지치지 않고 진심을 담아 열심히 참여했으며,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모두가 뿌듯해했다.


김수민(3학년) 학생은 “이 활동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모둠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디자인을 만들었고, 모둠별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협동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정하연(3학년) 학생은 “채색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림에 대한 만족감이 생겨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수업의 단계 하나하나가 체계적이었기에 수업에 대해 모두 만족스러웠으며, 제주 4·3에 대해 여러 단계를 통해 배우니 깊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이 수업을 통해 평생 제주 4·3사건은 잊지 못할 것 같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김두리 교사(역사)는 “계기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프로젝트형 계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들이 너무나도 많다.”라며 “앞으로도 앎과 삶을 잇는 미래지향적 역사 수업을 해 나가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부담이 덜 가면서 역사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만화’를 수업자료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했다.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고 역사의식을 갖추는데 이의로 만화책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6월에는 우리 지역의 보도연맹학살 사건 위령비를 찾아 제주 4·3사건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탐구해보고,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러한 역사 계기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사실 이해가 아닌,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현재를 탐구하고 더 나은 미래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거를 이해하여 교훈으로 삼아 현재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역사의식을 갖춘 우리 학생들이 평화로운 21세기를 만들어 나가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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