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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문학의 봄을 느끼다

최홍길 명예기자

국립중앙도서관 전시 '문학의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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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읽고 문화향유까지 한번에

봄이 무르익고 있다. 작은 산의 초입에 자리한 우리 학교 주변에도 살구꽃과 목련꽃이 피어 나름대로의 자태를 드러내며 봄을 알린다. 본관 건물 앞 화단의 철쭉과 영산홍 또한 움을 틔우며 꽃망울을 내놓을 채비를 한다. 바야흐로 봄의 절정이다.

금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교무실에 앉아 웹서핑을 하다가 ‘문학의 봄·봄’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눈에 띄었다. 국립한국문학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손을 잡고 협력 전시를 하는데 풍성한 봄나들이를 즐기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대상은 전국의 초중고 학생과 교사이고, 중앙도서관 본관 1층에서 한다는 게 요지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서관으로 갔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봄을 주제로 한 시와 소설, 영상 그리고 그림과 편지 등 50여 점이 선보였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1부에서는 들과 산으로 나가 봄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작품을, 2부에서는 자유와 해방을 갈구한 심훈·윤동주·이상화 등의 시 작품을, 3부에서는 다양한 장르로 엮인 성춘향과 이도령의 이야기를, 4부에서는 피천득의 수필과 근대화가들의 그림을 배치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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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많이 찾은 곳은 오디오존과 미디어 아트존이었다. 오디오존에서는 윤동주의 ‘봄’, 정지용의 ‘춘설’, 백석의 ‘내가 생각하는 것은’을 포함해 6편의 시를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다. 특히 미디어 아트존은 비처럼 내려오는 단어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거기에 손을 대면 그 단어가 포함된 시 전문과 작가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 인기 코너였다.

특히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육사 시인의 친필 엽서! 1940년, 남쪽으로 향하는 경부선 열차 안에서 봄날의 정취를 적어 신석초 시인에게 보낸 봉함엽서였다. ‘지금 내가 통과하는 곳은 일망무제한 보리밭의 푸른 빛, 버드나무 사이로 복숭아꽃이 보이는 동리, 개울 바닥을 흘러내린 돌멩이들’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80여 년 전의 봄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게다가 시인이 직접 그린 난초화도 감상할 수 있어 새롭다.

김홍도와 안중식의 그림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를 섬세하게 묘사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관찰하면, 춘화(春畫) 한 편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신윤복의 춘화첩 맨 첫 장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남녀의 춘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활짝 핀 매화, 별채 기둥에 써 있는 四時長春, 두 켤레의 신발과 두 개의 술잔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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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출구 쪽에서는 방문객들이 포스트잇과 원고지를 활용해 전시와 관련된 감상을 적는 코너가 마련되었는데 자필로 그림까지 곁들인 작품이 다수 보였다. 또한 간단하게 설문지에 답변을 하면 기념품까지 받을 수 있었다. 5월까지 전시를 계속 이어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건데 기후온난화 때문에 봄이 짧아졌다고 여겨서인지 행사가 5월까지 진행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 전시 외에도 본관 1층의 열린마당에서는 관동별곡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있고, 2층 문화마루에는 상설전시의 공간도 있다. 별관인 디지털도서관에는 기록매체 박물관과 실감서재, 지하 1층에는 지식의 길이 있다.”라고 추천해 주었다. 이어서 하루에 네 번씩 <실감서재-지식의 길-열린마당> 순으로 해설사의 설명이 곁들여진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도서관에서 본관으로 이어지는 곳에 자리한 ‘지식의 길’을 찾았다. 폭 15m, 높이 2.5m의 대형 스크린에서 ‘진달래꽃’과 같은 우리나라 대표 작가의 작품이 디지털 기술과 접목되어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제 도서관은 자료를 찾아 책만 읽는다는 통념을 넘어서서 신기술과 접목된 문화를 통해 다양하게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 변신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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