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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漢詩) 속 주인공이 되어 한문스타그램을 꾸미자~

문윤미 명예기자

안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점은 다른 교과에 비해서 한문 과목은 학년별, 학급별로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고1 학생들도 중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한시 수업에 앞서 중학교 때 한시를 공부해 본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한 반에 다섯명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한시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흥미롭게, 아이들의 삶에 내면화하여 수업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한시의 형식과 한문 해석 풀이에 치우쳐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여러 차시에 걸쳐 다양한 활동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자신의 색깔로 내면화하고 일상생활과 다른 교과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시작한 수업이 ‘크롬북을 활용한 한문스타그램 계정만들기’ 활동이다. 학생들이 수업 전에 디자인 무료 플랫폼인 ‘미리캔버스’에 접속해 미리 가입할 수 있도록 공지하였다. 교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폼에 맞춰서 수업 시간에 배운 한시의 주제에 맞게 ‘한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크롬북을 활용하여 패들렛에 자신의 결과물을 올리고 다른 친구들의 결과물에 댓글을 업로드 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크롬북을 활용하여 패들렛에 자신의 결과물을 올리고 다른 친구들의 결과물에 댓글을 업로드 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패들렛 QR코드를 공유해서 각자 완성한 결과물을 올리도록 했으며, 다른 친구들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짧은 감상평을 남길 수 있도록 지도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들은 열심히 참여했다.


이옥봉의 ‘自述(자술)’

近來安否問如何(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떻게 지내셨나요?)

月到紗窓妾恨多(달빛이 내려앉은 창가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若使夢魂行有跡(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門前石路半成沙(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될 것입니다)


한 학생은 ‘조선시대 여류시인이자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주인공 이인봉, 본명 이숙원의 자술이라는 시는 꿈에서 자신의 ‘임’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드러낸 시다. 이옥봉은 꿈이란 단어로 더 이상 재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략) 나는 옆에서 지켜주는 사람 한 명 없이 남을 위해 빛을 내는 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밤에 빛을 내는 가로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로등 이미지를 첨부했다.’라고 작품설명과 함께 감상평을 남겼다.


미리캔버스와 패들렛을 활용하여 이옥봉의 <자술>을 주제로 한문스타그램 계정을 업로드한 학생의 결과물


이번 한시 수업은 다소 감상하기 어려운 난해한 한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감상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한문 시간에 크롬북을 처음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 점을 보완해서 다음에 더 의미있는 한시를 공유하고 감상하는 특별한 수업을 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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