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담임과 제자로 만나, 선한 영향력을 미치다

신동필 명예기자

나의 제자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선한 마음 ‘장학금’

토요일인 5월 13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한영고등학교. 이 학교 교복을 벗은 지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이상 된 이들이 수십 명씩 교문으로 들어섰다. 나이와 직업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모두 '동필장학회' 회원으로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이날 모교를 찾았다.


동필장학회는 이 학교에서 34년째 교직 생활을 하는 필자(신동필 교사)와 담임으로 만난 제자들이 2015년 설립했다. 장학회의 운영은 제자들이 맡고 있으며 필자는 고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열린 8회 장학금 수여식에선 한영고 학생 6명에게 각각 50만 원씩 전달됐다.


장학회 총회 사진입니다.담임과 제자의 인연으로 탄생한 '동필장학회' 회원들이 후배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고교 담임만 31년째, 모든 인연이 특별하다

필자는 정년을 1년가량 앞뒀음에도 올해 1학년 6반의 담임을 맡았다. 한영고에서 담임만 31번째다.


우리 반에는 필자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제자가 있다. 1999년 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동필장학회 회원으로 있는 이민제(43) 씨의 아들인 이◯◯(16) 군이 그 주인공이다.


필자가 이 군을 처음 만난 건 이 군이 고등학교 지원을 앞둔 지난해 말이다. 제자이기도 한 이 군의 아버지는 필자를 만날 때면 "아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생각만큼 제대로 된 학습을 하지 못한다."라고 고민을 토로했었다. 이 군 역시 "아버지가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 얘기를 하셨다."라고 한다.


결국 이 군과 올해 담임교사와 제자의 인연으로 만났다. 반 배정 이후 필자는 이 군에게 "불편하지 않겠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 군은 "원래부터 아버지가 졸업하신 학교에서 아버지의 은사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이 군의 학업 성취도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입학 당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상위 48% 수준이었다. 지난주에 마친 중간고사에서 과목 평균 상위 20%를 달성했다.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변화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필자에게는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이 특별한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다. 함께하는 모두가 늘 어제 만난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고 편안해서 참 좋다. 그리움으로 다가서는 소중한 인연들로 연결되는 이 특별한 만남이 소신으로 만들어 온 교직에서의 과분한 보상이란 생각에 더없이 행복하다. 장학회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을 넘어 살아가면서 격려하고 챙겨주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제자들에게 좋을 글귀를 써 주고 싶은 마음에 서예를 배워 제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좋을 글귀를 써 주고 싶은 마음에 서예를 배워 제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