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이달의 기사 전체보기

아라가야의 역사를 품은 함안 말이산 고분군

박대성 명예기자


지난 6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두 마리 봉황새로 장식된 금동관이 발굴되었는데, 삼국시대 금공품으로는 첫 발굴이었으며, 지금껏 에 관한 유물과 기록을 찾지 못해 답답했던 아라가야의 당시 국력과 위세를 짐작하게 해서 특히 놀라웠다. 7월에도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함안 남문외 고분군이 이미 가야 고분군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말이산 고분군과 통합되면서 거대 고분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기사 이미지



말이산 고분군은 해발 40~70m의 나지막한 구릉에 자리 잡고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1.9km 주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여덟 갈래 가지를 친 모습이다. 얕게 오르내리는 고분군의 능선이 만들어낸 곡선이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고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모두 37호분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이들 대형 봉분들을 포함해 고분군 전체에서 확인되는 고분은 129기나 된다.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부터 6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봉분이 깎여 나가거나 무너져 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봉분은 1,000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기사 이미지



4호분과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의 고분 중에서도 그 크기에 있어 단연 돋보인다. 거대한 두 고분은 각각 말이산 능선 정상부에 우뚝 솟아올라 마치 아라가야의 고도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고분군의 초록과 푸른 하늘로 가득한 광경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4호분을 지나 북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봉황 장식 금동관이 발굴된 45호분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금동관과 가야토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사슴 모양 토기가 출토됐다니 고분의 주인은 정말 아라가야의 왕이었을지 궁금증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사 이미지



다시 길을 돌아 4호분을 지나쳐 남쪽으로 가면 눈앞에 거대한 고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13호분이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말이산 고분군의 한가운데 위치한 13호분에서는 가야 시대 별자리가 나왔다. 또 무덤 안의 네 벽이 모두 붉게 칠해져 있었다. 아라가야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길잡이 삼아 강과 바다를 항해했던 걸까?


기사 이미지



고분군을 걷다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지난 824일 개관한 말이산 고분전시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은 해답이 될 것 같다. 말이산 고분전시관은 아라가야 6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말이산 고분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전시관이다. 말이산 고분군의 무덤 변천 과정과 축조 방법 등을 다양한 전시 기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화려한 영상과 음향이 어우러진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구축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아라가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아라가야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유물들이 구역을 나눠 전시되어 있다.


기사 이미지



특히 실제 무덤을 그대로 재현한 구덩식 돌덧널무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덩식 돌덧널무덤은 널길이 없어 석재로 네 벽을 쌓은 무덤으로 석곽묘라고도 불리는 가야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 중 하나다. 말이산 4호분의 내부 모습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것은 물론 당시 묻혀 있던 유물이 고스란히 놓여 있어 아라가야 지배층의 권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가야 고분군은 내년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가야 고분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말이산 고분군에서 아라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만끽하길 바란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