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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성장하는 아이들

글_ 허미애 총신대학교 교수

 

  ‘놀며 생각하며 배우는 행복한 유아’ 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유아기 놀이의 중요성과 놀이의 교육적 가치 및 유아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유아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유아의 행복’이며, 유아의 진정한 행복은 놀이를 통해 성취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유치원에서는 ‘놀이중심의 원리’를 가장 중요한 유아 교수-학습 원리로 표방하며 이를 유치원교육과정 운영의 실제에 적용하여 왔다. ‘놀이중심의 원리’라는 말의 의미는 ‘유아는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는 것이다. 이것은 ‘유아는 놀이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유아에게 있어서 놀이는 배움의 수단이고 통로이며, 몰입을 통한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줄 뿐 아니라 관계 맺기와 의사소통, 자기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학습, 공동체성을 경험하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 동안 유치원에서 실행되어왔던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부족과 초등학교 적응을 명목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온 선행학습 열풍으로 인해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겪어 왔다. 즉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 없이 유치원에서 잘 놀면서 행복했던 유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사교육을 통해 읽기와 쓰기, 셈하기 선행학습을 한 유아들과 비교 당하면서 학습준비도가 부족한 아이로 평가 절하되는 비교육적 상황을 겪어내야 하였고, 이를 우려한 학부모들은 유아교육기관을 향해 초등학교 적응준비를 위한 선행학습을 끊임없이 요구함으로써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을 어렵게 하였다.    
  우리 성인들이 유아와 그들의 놀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는 부모와 자녀, 교사와 유아 간 관계형성 및 의사소통 방식과 교수방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유아와 바람직한 관계를 맺고 제대로 소통하면서 잘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와 교사는 교육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교육의 대상인 유아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놀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놀이란 무엇이며 놀이의 본질은 무엇인가? 놀이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 특징은 즐거움이다. 즉 놀이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껏, 자발적으로 해보는 즐거운 행위’이다. 놀이가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놀이의 본질적 특성과 가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놀이는 놀이자의 내적 동기유발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즉 놀이의 특징은 ‘자발성’이며, 놀이는 ‘나 저거 해보고 싶다!’ ‘나 저 친구랑 같이 놀고 싶다!’ ‘저걸 갖고 놀아 볼까?’라는 유아의 생각과 자기 의사 결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시발점이 된다.
  둘째, 이는 과정 지향적인 행위이다. 즉 놀이에서는 놀이 결과보다 놀이과정이 중요시 된다. 유아의 놀이를 관찰해보면, 유아가 놀이 도중에 얼마나 유연하게 반응하는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야! 우리 ◯◯놀이 하자!”, “이젠 우리 이걸 ◯◯라고 할까?”, 애써 쌓은 탑이 무너져 내려도 “에고! 쓰러졌네! 야! 다시 쌓자!”면서 즐겁게 놀이에 몰입한다. 놀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끊임없는 창의와 도전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 결과 유아는 창의적 문제해결의 즐거움을 알아가게 된다.
  셋째, 유아들의 놀이과정에서는 유아-유아 간, 유아-교사 간, 유아-놀이 환경 간에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일어난다. 혼자 놀이에서는 약속이나 규칙을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유가 언제나 보장되지만, 함께 하는 놀이에서는 공동체 속에서의 규칙과 약속을 함께 만들고 지켜나가는 노력을 해야만 또래와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놀이는 관계에 기초한 소통능력과 대인문제해결력,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경험의 장이다.
  넷째, 놀이는 성인의 칭찬이나 승인과는 무관하게 유아가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집중하고 몰입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행위이다.
  따라서 유아가 잘 놀았는가에 대한 평가는 놀이결과물이 아니라, 놀이과정에서 유아가 경험한 것, 즉 유아가 내적동기에 의한 자발적인 놀이선택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었는지, 유아가 놀이를 즐거워하며 행복해했는지, 유아가 놀이에 몰입할 수 있었는지, 관계에 기초하여 잘 소통하며 놀이함으로써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성을 함양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수행되고 있다.

 


유아-초등 연계 놀이중심 교육과정 필요
  그러나 유아가 유치원에서 경험하였던 놀이의 교육적 가치와 놀이에 대한 유아들의 요구는 만5세 유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  였다고 해서 한 번에 단절되거나, 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유아의 발달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유치원에서 이루어진 놀이중심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놀이를 통한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선행학습 없이 놀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며 인성과 창의성을 잘 함양한 유아들이 안정감을 가지고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뿐 아니라, 놀며 생각하며 즐겁게 배웠던 경험을 가지고 초등학교에서의 학습도 놀이처럼 즐겁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최근 들어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놀이와 활동 중심 교육과정으로의 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은 초등 저학년이 된 유아들의 행복감 증진과 유-초 연계교육의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편, 이러한 중요한 변화의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현장 중심의 유-초 연계교육의 활성화이다. 유-초 연계를 위한 교원 간의 상호 이해와 적극적인 교류는 초등학교가 유치원이 지난 100년의 역사를 통해 축적해온 놀이중심 교육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환경 개선과 놀이와 활동중심 교수-학습을 위한 실천적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이 놀이의 본질에 충실한 유치원교육과정을 보다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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