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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코로나 교육혁명’

글   강용철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교사


이 시대의 교사는 자신이 배우지 않았던 방식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앤디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의 말로, 요즘 교육 저널이나 교사 연수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만약 하그리브스가 2020년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을 봤다면, 이 말의 증거를 명확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고, 그동안 경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정말 열심히 배우고 도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역사에 길이 남을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을 ‘2020 코로나 교육혁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원격수업 이야기를 5개의 키워드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신념 belief

   만약 1990년대나 2000년 초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학생들이 장기간 등교하지 못했다면,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셨을까요? 아마도 학습지를 제작하여 인쇄하여 가정에 우편을 보내거나 배달을 했을지 모릅니다.

  ‘학생을 생각하고,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교사의 본질이자 교육적 신념이라고 믿습니다. 이번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원격수업을 위해 새로운 장비나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공부하고, 학습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플랫폼에 관해 연구하였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회의를 하며 동료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혜안을 찾기 위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것은 위기 상황 속에서 나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혁신 innovation

  등교 개학, 대면 개학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학교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며 원격수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교육부는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인프라를 모색하고, 교육청과 관계 기관들은 원격수업에 대한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는 자체 연수, 워크숍, 모의 수업 실연 등으로 혁신 그 자체의 성과를 보였습니다. EBS, e학습터의 특성을 파악하고, 네이버, 구글, MS 등과 같은 플랫폼을 연구하며,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한 원격수업의 노하우와 전략이 공개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사 역량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신뢰 trust

   가정, 학교, 교육기관 등 교육공동체는 손을 잡고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어두운 길을 한 걸음씩 전진해 왔습니다. 전국 단위로 빠르게 준비되고 진행된 원격수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갈등을 느끼기도 했지만, 서로를 믿는 신뢰의 약속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조금씩 반올림됐다고 믿습니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가정과 학교, 교육청과 유관기관이 서로를 믿고 지지했던 마음은 원격수업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다른 공간에서 직접 만나지 못하고 진행된 원격수업이지만, 학생과 교사가 신뢰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상황을 공감했기에 창의적인 수업 활동이 많이 탄생했습니다.


협력 cooperation

  원격수업을 위해 민-관-학의 헌신과 봉사가 있었다는 점도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IT 정보통신 업체들의 기술적인 지원, 지명도가 높은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및 망 제공, 교육 유관기관들의 보이지 않는 협업! 이런 거시적인 협력 외에도 새롭게 알게 된 방법을 동료에게 소개하며 집단지성을 발휘한 교사들, 학급 커뮤니티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한 사람이 열 발자국이 아닌, 열 사람의 한 발자국’이 되었습니다.


성찰 introspection

   ‘처음 가는 길’이기에 시행착오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라고 여기며 가볍게 넘기지 못할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교육 당국의 선제 대응과 문제 해결 매뉴얼의 효과성 진단, 원격수업을 위한 교육 법규와 행정적인 지침에 대한 점검, 원격수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안내 시기와 내용의 적절성 판단, 원격수업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의견수렴 방안 모색, 시스템 접근과 에러 발생의 대응, 초상권, 저작권 및 원격수업 중에 발생한 교육 문제의 해결 등을 다시 차분히 복기하고 재평가해야 합니다. 이제 원격수업이 교육현장의 큰 화두로 대두된 지금, 우리는 다시 작은 부분부터 돌아보며 냉철하게 반추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속도만큼 우리의 방향이 적절했는지 성찰하며 미래형 교육모델을 강화해야 합니다.


원격수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의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도종환의 시 ‘담쟁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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