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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사상 : 워라몬을 추구하는 스승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사상 : 워라몬을 추구하는 스승

  2019년 3월 24일, 바키 재단은 케냐 벽지 마을의 피터 타비치(Peter Tabichi)에게 ‘2019 세계 최고 교사상’을 수여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등교 자체가 힘든 지역에 거주하고,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약물 중독, 십대 임신, 중퇴, 조혼, 자살 등 제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58명, 교육 시설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료교사들과 힘을 합쳐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학업을 도왔다. 그 결과 학생들이 전국 대회만이 아니라 국제 수학·과학 대회에서도 수상 실적을 내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수상 소식과 소감, 그리고 업적을 보며 내가 자랐던 1960년대 선생님들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초등학교 2학년 어느 여름날 아버지께서 마을 사촌 형님과 함께 학교에 찾아오셨다. 운동장 체육시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선생님을 만난 아버지는 나를 데려가려고 오셨다고 했다. 한해(대가뭄)가 들어 끼니를 잇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 이상 육성회비를 낼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육성회비를 낼 터이니 ‘나(남기)’를 두고 가라고 하셨다. 해방과 6·25 직후의 어려움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왔던 내 기억 속의 많은 선생님들은 세계 최고 교사상을 수상할만한 분들이셨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교사의 역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오늘의 우리 선생님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도 무기력증과 학교폭력, 그리고 가정의 학대 등 아프리카와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 속에 놓여있는 제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미래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도록 돕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시대가 바뀌어도 스승의 역할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스승에 대해 정의해 놓은 가장 오래된 글 중의 하나인 한유의 사설(師說)에 보면 “스승은 도를 전하고, 도를 익히는 데 필요한 공부를 시키며, 의혹을 풀어주는(傳道授業解惑) 사람”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즉, 스승은 어느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함께 필요한 제반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는 스승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습 조력자, 안내자, 개인 맞춤형 학습지도자 등의 역할에서는 AI를 비롯한 인터넷상의 강사들이 교실 속의 교사를 뛰어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교사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 해야 할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이끄는 것 등은 인간교사가 훨씬 더 잘 할 수 있고, 해주어야 할 핵심 역할이다. 교사도 자신의 밈(Meme, 문화 유전자)을 전파하는 이러한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할 때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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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은 일과 삶이 구분되는 직업이 아니라 
둘이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이다. 
퇴근 후에 삶을 즐기는 직업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하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직업이다.



‘워라몬’ 교직은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직업

  요새 유행하는 말 중에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있다. 표현은 균형인데 실제로는 가능하면 일을 줄여서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30년 가까운 시간 교단에 서고 보니 교직은 워라벨이 아니라 ‘워라몬’(work and life harmony)을 추구해야 할 직업인 것 같다. 교직은 일과 삶이 구분되는 직업이 아니라 둘이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이다. 퇴근 후에 삶을 즐기는 직업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하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직업이다.

  만일 학교생활에는 최소의 노력만 기울이거나 스스로 정한 밥값만 하고 나머지 에너지는 퇴근 후에 자신의 삶을 찾는데 사용하고자 한다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동료교사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스스로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기 어렵다. 그러한 교사가 퇴근 후에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똥을 향기 나는 종이로 싸서 향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모든 교사가 성직자처럼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세상에 보탬이 되고, 자신도 행복하고자 한다면 ‘워라벨’의 진정한 의미인 ‘워라몬’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람을 느끼며 존경도 받는 워라몬을 추구하는 스승이 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배움을 즐기며 열정을 지속시키는 ‘영원한 학생’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며 돈을 버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어서 즐겁기 어렵다. 다음으로는 인간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뇌와 뇌 기반 학습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교사들과 공감하며 협동하는 역량, 네트워크 활용 역량 등도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다. 아울러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기에 맞는 교수법을 찾아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또한 교사 스스로가 열린 세계관과 유연한 적응력을 갖춘 가슴 따스한 세계시민이 될 때, 그 밈을 전파 받은 제자들도 보람 속에서 인정받으며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행복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